에릭 퓌바레 글·그림, 김예령 옮김
도서출판 달리


저번에 프랑스의 그림책들이 봉봉거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말씀드렸죠?
진짜로 프랑스의 그림책에서는 꼭 슈크림과도 같은 그런 달짝지근함과 엉뚱함이 느껴져요.
심각한 주제를 다루는 그런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여요. 아직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서도 ^^
프랑스에 대해 어떤 아련한 환상의 나래를 펴게 된 데는 어린날 눈물 줄줄 흘리며 보았던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때문이 아닐까...해요.



가보지 않은 나라에 대한 환상이야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프랑스에 대한 환상은 그래서 더 각별한지도^^

프랑스사람들의 1인 평균 책 구입량은 7.5권이라고 해요.
그들에게는 독서가 굉장히 보편적인 취미생활이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독서를 위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기도 해서라는데 그런 게 부러운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제가 처음 프랑스 작가로구나 하는 의식을 갖고 처음 접한 사람은 [어린왕자]의 생떽쥐베리였던 거 같아요.
그리고 나서 기억나는 것은 르네 고시니와 장 자크 상페의 [꼬마 니꼴라]

[달지기 소년]이 첨에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 때문이었어요.
달을 지킨다니...오호 특이하군... 그랬지요.
거기다 표지의 그림을 보면 짙은 푸른색의 밤하늘에 떠있는 하얀 달 위에 한소년이 올라가 이 천과 저 천을 이어서 만든 커다란 천으로 달을 반쯤 가리고 있어요.
뭔가 심상치 않다는 냄새가 났죠.
책을 딱 펼쳐서 첫장을 보니 달을 따드리고 싶은 나의 소중한 부모님께라는 헌정사가 나와요.
감동스럽더만요.
사랑하는 아들에게...조카에게...손자에게... 친구의 딸에게.. 등등등은 보았지만 그림책에서 부모님께 드리는 헌정사는 이게 첨이었거든요.
더구나 달을 따드리고 싶다니.. 왠지 감동의 물결이 넘실넘실~~~

아이가 아빠에게 달을 따달라고 하는 이야기야 에릭 칼의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로 익숙하잖아요?   

서양사람들에게 달이란 것은 늘 그렇게 따다가 목걸이도 만들고 가지고도 놀고 싶은 그런 거인가 봐요.
왜 공주님과 어릿광대의 이야기도 있잖아요.
달을 따달라고 웃지도 않던 공주님 이야기...제목이 뭐더라????
[공주님의 달]이라고 네이버지식검색이 알려주는구만요 ^^

하여간 그런 두근두근함으로 열어본 그림책 속...

현재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그 어떤 시간대...
300년 동안 달지기를 한 늙은 자몰레옹 할아버지는 이제 쉬고 싶어졌어요.
할아버지가 하시는 일은 밤마다 달 앞에 커다란 천을 드리워 달빛을 조금씩 가리는 일로 할아버지가 쉴 수 있는 날은 보름달이 뜨는 날과 달이 없는 그뭄날밤 뿐.

우주학교라는 신비한 곳에서 아주 어려운 달지기 자격증을 얻은 티몰레옹은 그만 바지주머니가 해져 구멍이 나는 바람에 몸을 공기처럼 가볍게 만들어서 달까지 갈 수 있는 귀중한 알약을 잃어버리고 말았어요.
이제 달은 항상 휘둥그렇게 밝을 수 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티몰레옹이 달에 가야할텐데 어떻게 가지요?


달에 가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재미나지만 푸른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그림이 너무너무 예뻐요.
요즘의 전..이노무 그림에 목숨건 듯... ^^

에릭 퓌바레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또 이 궁금녀 아마존 프랑스에 가서 검색을 해봤지요.
그랬더니 낯익은 책 하나가 띠융@@

바로 중앙출판사에서 나왔던 전집 "다빈치동화나라"에 있는 [여우 가스파르와 왜가리 가스통]이더만요.
얼마나 반갑고 횡재한 기분이던지 ^^
전집으로 책을 사는 것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닌데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으니 굉장히 좋은 거 있죠?

"다빈치동화나라" 전집은 지금은 중앙미디어에서 벨 이마주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단행본으로 내고 있는데 아직 [여우 가스파르와 왜가리 가스통]은 나오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죠.
에릭 퓌바레의 인기가 좋거나 아니면 건의가 많이 들어오면 이 책도 곧 만나게 될런지 말예요.

근데 우리 아들내미...이번에도 여지없이 엄마를 깨갱~~하게 만든 것이 뭐시냐 하믄...
"달의 모양이 바뀌는 것은 달이 지구 주위를 돌기 때문이잖아"라는 상당히 유식한 과학지식을 내보였답니다...-_-;;
과학적 사실을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알게 되면 환상의 세계가 일찌감치 깨진다는 말을 듣기 했었지만...정말로 말이죠...어찌나 섭섭하고 슬프던지...
"달이 지구를 한바퀴 돌아서 모양이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 달지기가 있어서 조절하는 거 아닐까?" 라는 얼토당토한 말을 내뱉은 이유가 어떻게든 환상의 세계를 갖게 해주고 싶은 어미의 웃기고도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말한다면 말이 되려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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