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 재즈곡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단편으로 이루어진 하나하나의 내용보다 전체적인 사랑에 대한 실패, 기억들에 대한 느낌이 전반적 분위기를 형성한다.
전체가 다른 여자, 다른 사랑에 대한 기억들인데 하나의 같은 장소가 등장하곤 했다.
바로 우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그 "스노브한 재즈바"였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그 장소를 확실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한 적이 없는 재즈바, 그 비밀스런 곳에 관한 이야기이다. 긴자의 뒷골목이라는 말도 있고, 록폰기의 종합빌딩 지하라고 떠드는 사람도 있고,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에 있다는 소문도 있다. 보스턴 대학 구내에 그 재즈바 간판이 조용하게 걸려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 

아마 류가 심하게 취했을때 만나곤 했던 술주정뱅이들의 파라다이스였겠지만, 우울하게 찾아간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된다는 그 재즈바, 다시 찾으려고 하면 좀처럼 찾을 수 없다는 그곳을 책에서 읽고 마치 신기루나, 유니콘의 존재처럼 막연히 찾아야 한다. 여기에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나와 내 친구는 그당시 술과 음악을 사랑하던 인간들이어서 서울 유흥가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술을 마실 때마다 어딘가에 있을 스노브한 재즈바를 그리며....우리 꼭 가봐야할텐데라고 노래를 불렀다. --;; (결국 술주정이었지)

하여간, 결국 그 전설대로 그녀가 한번, 내가 한번 그 재즈바를 발견했다. 어느날, 학교에서 만난 그녀가 흥분하며 홍대 근처에서 그 재즈바를 봤다는거다. 허름한 단층건물 지하에 있었는데 그 재즈바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당장 학교수업을 재끼고...홍대로 출발했다. 주차장 골목 건너편이었는데 그당시엔 개발이 좀 덜 된 곳이었고 한참을 찾아도 결국 그 재즈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만취했던지 혹은 정말 그 재즈바가 맞았을거다) 두번째 발견한 곳은 이태원의 클럽이었다. 내가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을 즈음이었는데 회사가 이태원 근처에 있어 회사가 끝나면 주로 선배들과 자주 들르던 골목에 그 재즈바가 있었다. 술에 취해 이곳저곳을 헤매이다 몇몇이 사라지기도 하고 또 나타나기도 하던 그 마법의 골목에서 난 혼자 그 재즈바를 찾았다.

왜 혼자 재즈바에 들어갔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일행과 헤어졌는지 혹은 누군가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그날 공연 스케줄에 Quartet에 있는 걸 보고 말설임없이 들어갔던것 같다. 그 당시 라이브피를 내는 공연장에서나 볼 수 있던 그들의 공연이 평일에 잡혀있는걸 보고 놀랐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몇잔을 마시고 공연을 보고  굉장한 편안함을 느끼며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두번다시 그곳을 찾아갈 수 없었다.

아직도 익숙한 거리에서 갑자기 낯선 재즈바 간판을 볼 때마다, 언제부터 있었을까? 새로 생겼을까? 아님 저곳이 그곳일까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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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사 2004-10-1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태씨는 죽었을까?-,. -;

michelle 2004-10-1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테리어스하지? 오랜시간을 만나온 사람이 한번에 인생에서 없어지는 일이란...잘 지내고 있겠지. 곰탱이라 부르던 리트리버도 깁스 풀었겠구나. 예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