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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부자들 - 민주적인 학교를 위하여
박순걸 지음 / 에듀니티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알지 못하는 그것
21세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 학교에서 교장이 되려면 교육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 점수를 20년이나 모아야 했고, 그런 사람들에게 교장 자격증을 따로 주어 교장을 임명하고 있다.
교장은 어떤 직종일까? 학교에서 군림하는 가장 권력이 큰 사람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믿고 따르면서 우리학교에는 교장 선생님이 있으니 교육활동을 할 때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든든하게 실천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믿음의 언덕이 되는 것일까?
20세기에 교장이 되기 위해서 교사는 술을 잘 마시고, 잘 놀고, 업무 잘하고 사람들과 관계 좋고 학교 수업과는 상관없는 연구대회를 준비하고, 항상 학교는 비우고 교육청에 기웃거리고 있으면서 장학사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했다. 그러면 어느 순간 승진 점수를 채울 수 있었고 그렇게 교감이 되고 수업에서 멀어지고 관리자라는 이름을 붙여 아이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위치에서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과 멀어지는 절정인 교장이 된다. 그리고 그런 교장들의 교육철학(있기는 한지 잘 모르겠지만!!)에 따라 학교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2. 선생님 이제 교사로서 인생이 끝났네요!
2003년 첫 발령을 받고 고등학교 교사로서 삶을 시작했다. 평소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교에 가서 학생들과 함께 다음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당연한 순서로 교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는 사회가 변화는 거에 비해 너무 늦게 변하고 있었다. 초임 발령을 받을 때만 해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체벌을 할 수 있었고, 인권침해가 일상 다반사 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심지어 교장의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도 왕왕 존재했다. 그리고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교육이라는 허울 좋은 가면 속에 학생들을 기만하면서 거짓으로 일관하는 학교 행정이었다.
1년은 참았지만 2년은 참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전교조에 가입을 했다. 전교조가 없던 학교에 분회 창립을 한다고 하니 교장과 교감이 비상에 걸렸던지 시도 때도 없이 불렀다. 방송실에서 학교 뒤편 담배 피는 공간에서 교장이 없는 교장실에서 교감과 많은 면담을 했다. 왜 노동조합을 가입하려고 하냐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게 제 신념입니다. 말을 했더니 교감은 놓아 주었는데 교장이 마지막으로 교장실에 부르더니 한 말이다. 김선생님 교사로 능력도 있고 좋아 앞으로 승진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전교조를 가입했죠? (후~~~~ 한숨을 쉬더니) 이제 김선생님 교직인생은 끝이네요. 앞으로 희망이 없습니다. 교장은 이렇게 말하고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
왜 내 교직인생이 끝난 거지? 왜 저들과 다른 길을 간다고 내 삶이 앞으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끝없는 분노와 그들의 자기기만에 냉소적인 비웃음을 던졌다.
3. 내 꿈은 교탁 앞에서 정년을 맞이하는 평교사
교직의 꽃은 담임이라고 한다. 왜 담임일까? 그렇게 담임이 좋다고 꽃이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교감을 하고 싶어 하고 교장을 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좋으면 담임을 하지 왜 관리자를 할까? 처음 교직을 발령 받을 때 내 가슴 속에 새겨 넣은 굳은 신념 “평교사로 정년을 맞이한다.!!!” 내 꿈은 교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고 즐기는 것이다. 교사로 가장 행복한 것은 내가 맡은 학급의 아이들이 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서 고민을 이야기 할 때이다. 그 짜릿한 순간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없이 힘들고 어렵다. 저마다 인생의 서사시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마음에 담고서 청소년기를 보내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그 마음의 빗장이 열리면 그 친구는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교차한다. 교사는 그렇게 1년을 보낸다.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참고 참고 또 참고 기다린다. 인디언은 가뭄이 심해져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고 한다. 왜냐면 그들은 비가 올 때 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마음이 열릴 때까지 두드리고 서성이고 그렇게 기다린다.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을 마음을 얻을 수 있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학급 담임 또는 교과 교사이다. 그래서 교사의 삶을 포기하지 못하겠다. 평교사로 교직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커다란 마음의 귀를 가졌으면 좋겠다
학생과 교사가 갈등하면 학생의 입장에서 교사와 교장이 갈등하면 교사의 입장에서 현장과 교육청이 갈등하면 현장의 입장에서 현실이 힘들고 어려우면 나의 교육철학을 등불 삼아 비틀거려도 방향을 잃지 않고 발목 잡혀 넘어지면 가슴이라도 앞으로 기울이는 초심으로 - P194
훌륭한 선배 교사들이 계획서나 보고서를 잘 만들지 못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니면 승진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교단을 떠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다.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존중해 주었던 그분들의 노련한 빈자리를 나를 비롯한 후배들은 당당하게 메꾸지를 못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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