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혁명가 - 체 게바라가 쓴 맑스와 엥겔스 불온한 책 1
체 게바라 지음, 한형식 옮김 / 오월의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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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레모가 아닌 책을 든 체 게바라

우리가 기억하는 체 게바라는 별이 박힌 베레모를 쓰고 시가를 문 강렬한 이미지의 혁명가다. 하지만 그의 삶을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이미지 뒤에 가려진 지독한 독서가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게릴라전을 수행하며 밀림 속을 누빌 때조차 배낭 속에 늘 무거운 책을 넣고 다녔다. 전투가 멈춘 밤이면 모닥불 옆에서 맑스와 엥겔스를 읽고, 세계의 모순을 고민했다.

이 책은 그가 남긴 독서 노트 중에서도, 특히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저작을 읽고 쓴 연구들을 모은 것이다. 나에게 체 게바라는 총을 든 전사이기에 앞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유하며 자신을 다듬어 나갔던 '공부하는 혁명가'다.


2. 산업부 장관, 책상 위에서 펼쳐진 치열한 고민

쿠바 혁명 성공 후, 그는 편안한 권력자의 자리에 앉을 수도 있었지만 가장 골치 아픈 '산업부 장관'직을 맡았다. 의사 출신 게릴라가 한 국가의 경제를 책임진다는 것은 무모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그의 급진적인 정책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의 성패보다 그가 보여준 태도다.

이 책을 보면 그가 단순히 감이나 열정만으로 정책을 펼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맑스의 《자본론》과 엥겔스의 저작들을 꼼꼼히 분석하며, 당시 소련의 경제 모델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것을 경계했다. 인간을 배제한 채 물질적 성과만을 강조하는 사회주의는 또 다른 자본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던 것이다. 비록 현실 정치에서는 서툴렀을지 몰라도, 그는 '인간의 의식 변화'를 통한 경제 발전이라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장관직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다시 볼리비아의 정글로 떠날 수 있었던 힘 또한 이러한 치열한 학습과 자기 확신에서 나왔을 것이다.


3. 정무 감각은 없었지만, 순수한 이상을 가진 사람

현대의 많은 정치인은 '정무 감각'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계산하고 타협한다. 그들에게 이상은 선거 때나 필요한 구호일 뿐이다. 그러나 체 게바라는 달랐다. 그는 정치적인 계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향해 나아갔다. 책에 담긴 그의 글들은 치열하다. 그는 책상 위에서 이론을 다루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의 문제에 그 이론을 어떻게 적용할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현실 정치인의 눈으로 보면 그는 미숙하고 순진한 몽상가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바로 그 순수함, 자신의 신념을 위해 주저 없이 행동하는 그 모습이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그는 뒤에서 지시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가장 먼저 배우고 실천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었다.


4.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

나의 다이어리 한구석에는, 그리고 내 마음속에는 언제나 체 게바라의 문장이 새겨져 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이 말은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는 리얼리스트가 어떻게 불가능을 꿈꾼단 말인가? 그러나 체 게바라가 남긴 이 치열한 기록들이 그 해답을 보여준다. 그는 냉철한 이성으로 현실을 분석했고, 뜨거운 가슴으로 그 너머의 이상을 꿈꾸었다. 현실에 발을 디디지 않는 꿈은 망상이고, 꿈이 없는 현실은 굴종이다.나는 오늘도 아이들을 가르치며 이 문장을 되뇐다. 입시와 경쟁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아이들이 서로 연대하며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 그것이 내가 공부하는 혁명가 체 게바라에게 배운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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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님 웨일즈.김산 지음, 송영인 옮김 / 동녘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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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삶에 찾아온 두 번째 혁명가 나의 청춘을 지배했던 첫 번째 혁명가가 쿠바의 푸른 악어 '체 게바라'였다면, 중년의 길목에서 만난 두 번째 혁명가는 조선의 붉은 호랑이 '김산'이다. 이것은 단순히 누구를 먼저 만났느냐의 순서 문제가 아니다. 체 게바라가 이상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김산은 짓눌린 현실 속에서도 끝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켜낸 연민과 공명의 대상이다. 쿠바에 체가 있었다면, 우리에게는 김산이 있었다. 아니, 김산은 체 게바라보다 더 혹독한 식민지의 어둠과 망국의 설움 속에서, 더욱 처절하게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 낸 인물이다. 책을 덮으며 나는 실패한 혁명가였으나, 자기 자신에게는 승리했던 한 위대한 영혼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2. 짓눌린 현실을 넘어 광야로: 혁명의 시작 식민지 조선의 현실은 거대한 바위처럼 우리 민족을 짓누르고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그 무거운 현실에 순응하거나 체념할 때, 김산은 안락한 집을 떠나 거친 만주와 중국 대륙으로 뛰어들었다. 열네 살의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길이었지만, 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라면 거친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중국 혁명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조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자 했다. 광둥꼬뮌의 황포군관학교에서 군사학과 정치학을 배우며, 그는 단순히 총을 드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있는 혁명을 꿈꾸었다. 광둥 봉기의 참혹한 실패와 수많은 동지의 죽음 앞에서도 그는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하이루펑으로 피신하여 그곳에서 펑파이가 이끄는 농민 소비에트의 기적을 목격했다. 흙투성이 농민들이 주인이 되어 세상을 바꾸는 현장에서, 김산은 조선의 농민 혁명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발견했다. 그에게 혁명은 책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피와 땀이 흐르는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다.

3. 소금 인형의 두려움과 치열한 자기 단속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울리는 부분은 김산이 느꼈던 '소금 인형'의 두려움이다. 그는 중국 혁명이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조선인 독립혁명가라는 정체성이 소금 인형처럼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까 봐 끊임없이 불안해했다. "나는 중국 혁명을 위해 싸우지만, 나의 조국은 조선이다." 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가혹하리만치 철저한 '자기 단속'이었다. 편안함에 길들여지면 마음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김산은 이 자연스러운 마음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매 순간 자신을 채찍질했다. 중국인들 틈바구니에서 조선의 독립을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 그는 끝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다잡았다. 상하이에서의 활동, 그리고 죽음 직전까지 이어진 그의 투쟁은 밖으로는 일제와의 싸움이었지만, 안으로는 나태해지려는 자신과의 치열한 전쟁이었다.

4. 패배를 통해 완성된 승리 김산은 저자인 님 웨일스에게 담담하게 고백한다. "나의 일생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나는 역사에게 패배했다." 표면적으로 그의 말은 맞다. 그는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했고, 믿었던 동지들에게 오해를 받아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가 꿈꾸었던 혁명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는 곧이어 덧붙인다. "하지만 나는 단 하나, 나 자신에게는 승리했다." 이 말은 내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었어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면,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그는 상황에 굴복하지 않았고, 비겁하게 타협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걸었다. 결과로서의 성공이 아니라, 존재로서의 승리. 이것이야말로 김산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일 것이다.

5. 어제의 나를 이기는 오늘의 다짐 20여 년 전, 뜨거웠던 2000년의 여름을 기억한다. 당시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다이어리에 꾹꾹 눌러 썼던 문장이 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진실을 바라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그리고 진실을 실천하기는...." 그때 나는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행동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불합리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지금 나는 체 게바라나 김산처럼 총을 들고 거친 산야를 누비는 위대한 혁명가는 아니다. 하지만 김산의 삶을 통해 깨닫는다. 혁명은 거창한 구호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나'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 있음을 말이다. 매일 아침 교단에 설 때, 나는 나태해지려는 나 자신과 싸운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과 싸운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 안의 '소금 인형'이 녹아내리지 않도록 나를 단속한다. 김산이 자신에게 승리했듯, 나 또한 다짐해 본다. 거창한 세상의 승리자가 되기보다는, 어제의 나를 되돌아보고 오늘의 나에게 승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것이 바로 이 시대, 교사 김명하가 실천할 수 있는 작지만 가장 소중한 혁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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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리영희
고병권 외 지음, 리영희재단 기획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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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리영희』를 읽고, 실천적 지성이 던지는 질문
Ⅰ. 시대의 불의에 맞선 고독한 양심의 재조명
리영희 선생님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서 진실을 향한 치열한 지적 탐구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윤리적 용기를 온몸으로 실천하며 지식인의 이정표가 된 인물이다. 그분의 사상과 삶을 32인의 증언으로 엮은 이 책, 『나와 리영희』는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법과 제도가 규율할 수 없는 인간의 '윤리적 책임' 영역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드는 생생한 교과서이다. 내 자신, 과거의 행동에 대한 '혐오의 시선'을 반성하고 '무지함은 용서가 아니라 잘못'임을 절감하며 실천적 지성인이 되고자 했던 이에게,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자유는 오로지 삶을 걸어야 얻을 수 있다"는 준엄한 경구로 다가온다. 나의 청년 시절, 전교조 집행부 활동을 하며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단'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가질 때,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내용은 가장 명확한 지침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는 공인의 '사회적 살인' 현상이 만연하며 정의와 징벌 사이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시대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때,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고통과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실존적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친다. 이 서평은 리영희 선생님이 보여준 지적 논리, 윤리적 균형, 그리고 고통을 통한 소명의식 확립의 궤적이 나의 삶에 어떻게 깊이 공명하는지를 분석하고, 그 투쟁의 의미가 현시대에 가지는 현재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Ⅱ. 용기와 당당함의 윤리적 무게와 실천
1. 용기와 당당함의 실존적 무게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용기'와 '당당함'이라는 두 가지 윤리적 태도를 현실에서 구현한 모범 사례이다. 나는 리영희 선생님의 삶을 보며 "그렇지 못한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성찰적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는 선생님이 보여준 지식인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비판자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희생의 대가'를 계산하지 않고 기꺼이 감수했던 행동가였다. 수많은 투옥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었던 그의 모습은, 내가 여의도 집회 이후 겪었던 '행동 후의 피로와 트라우마' 그리고 '극도의 불안과 죄책감' 같은 실존적 고통 속에서 윤리적 행동을 지속할 힘을 얻는 근거가 된다. 선생님의 궤적은 윤리적 실천이 개인에게 가하는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얻는 유일한 길"임을 입증한다.
2. '노력'과 '책임'을 통한 삶의 주체성 확립
리영희 선생님은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행동으로 승화시켰다. 이 책의 단상을 통해 "매일 똑같은 시간이 반복되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른 순간의 노력이 있고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가 시작되리라 기대한다"는 나의 다짐은 선생님의 삶과 정확히 연결된다. 삶의 한 가운데서 그리 길지 않은 이 순간을 '후회 없이 노력하자'는 다짐은 '신 없음의 과학'을 통해 내가 확립했던 '삶의 모든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주체적인 인식과 맥을 같이 한다. 리영희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외부 권력이나 이데올로기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진실과 정의라는 내면의 기준에 따라 치열하게 이끌어갔다. 이는 곧 나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고, 그 책임을 지적 탐구와 윤리적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실존적 자각으로 이어진다.
Ⅲ. 지적 논리와 리적 균형 감각의 확보
1.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한 논리 추구
리영희 선생님의 지성은 '공학도적 논리'와 '철저한 사실 분석'이라는 과학적 원칙에 기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내가 천안함 사건을 보며 '정치 권력에 의한 과학적 결과의 악용'을 경계하고, 푸앵카레의 '과학과 가설'을 통해 '과학의 근본적 불완전성'까지 통찰했던 나의 지적 탐구 방식과 동일하다. 선생님은 맹목적인 이념 추구를 거부하고, 철저히 자료와 논리에 근거하여 주장했다. 이는 내가 인식한 책의 구조처럼, 지식을 윤리적 실천의 도구로 사용했던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냉철한 논리야말로 가장 강력한 저항 무기임을 보여준다.
2. '새는 좌우의 날개로' 비행하는 균형론
리영희 선생님의 사상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간다'는 균형 감각이다. 내가 전교조 활동을 하며 주변으로부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때마다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반문했던 성찰의 경험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회라면, 적어도 나는 약간의 왼쪽으로 치우쳐야 그 중심이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봤다. 시소를 봐도 그 중심이 맞춰지기 위해 끊임없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것처럼 좌와 우는 서로에게 긍정의 시너지를 주면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리영희 선생님의 관점은 바로 이러한 합리적 중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진정한 균형은 중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무게추가 기울었을 때 그 반대편에 윤리적 무게를 실어 공동체의 중심을 잡으려는 능동적인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는 '급진적 평등 사고(성의 변증법)'를 수용하고 '종차별 비판(동물주의 선언)'으로까지 윤리를 확장해 나가는 나의 반차별적 행동주의에 강력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3. 이데올로기 너머의 인간적 시선 ('8억인의 대화')
리영희 선생님이 '8억인의 대화'를 통해 보여준 중국에 대한 시각은 지적 탐구의 최종 목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나는 중국에 대한 평가절하를 경계하며, 겉으로 보이는 공산주의의 모습 너머에 '인간적 모습'과 '잠재적 에너지'를 읽어냈다. 선생님의 탐구는 단순히 정치적 구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데올로기 뒤에 가려진 개인의 삶을 조명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사상을 유지했다. 이는 내가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힘을 연결하려는 노력의 출발점이 된다. 리영희 선생님은 지성이란 결국 '타인의 고통과 삶의 맥락'을 놓치지 않는 따뜻한 시선과 함께해야 함을 증명한다.
Ⅳ. 트라우마를 넘어선 소명의식의 완성
1. 투쟁 후 피로와 공포의 직면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징계와 투옥으로 점철되었고, 이 책의 증언들은 그 고통의 무게를 간접적으로 전한다. 이는 내가 여의도 집회 이후 겪었던 '집회 후 피로와 절망', '극도의 불안과 트라우마'와 같이 윤리적 실천이 개인에게 부과하는 고통과 닿아 있다. 행동주의자는 부조리에 맞설 때 공포를 느끼지만, 리영희 선생님은 그 공포를 회피하지 않고 '진실'이라는 가치를 위해 능동적으로 돌파했다. 내가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고백하며 트라우마를 직면했듯이, 선생님은 고통 속에서 인간적 약함을 인정하면서도 '시대의 양심'이라는 소명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양면성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정한 성찰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친다.
2. '흔들리지 않는 교육 노동자'로의 정체성 확립
선생님의 삶은 결국 '흔들리지 않는 소명'으로 귀결된다. 나 역시 극심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후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교육 노동자'로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는 리영희 선생님이 지식인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글을 썼듯이, 나 역시 교단이라는 가장 중요한 현장을 떠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 노동자의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윤리적 결단이다. 이 책에서 증언되는 리영희 선생님의 일화들은 지적 탐구와 실천이 별개가 아님을 보여준다. 선생님의 삶은 '공부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초기 질문에 명확히 답한다. 즉, 공부의 목적은 세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있으며, 그 논리적 분석은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고 해결하려는 윤리적 실천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Ⅴ. 지성이 사회적 폭력을 넘어설 길
리영희 선생님의 '고독한 용기'는 진실이 저평가되고, 대중의 도덕적 우월감이 '사회적 살인'이라는 폭력으로 변질되는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백신이다. 조진웅 사건과 같이 공인의 사생활에 대한 논란과 징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대중은 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공인의 사적인 영역까지 잔혹하게 파괴한다. 이러한 폭력 앞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던져준다. 첫째,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지 않되, 그 책임이 영원한 사회적 죽음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집단적 징벌은 경계해야 한다. 둘째, 언론과 지식인(교육 노동자 포함)은 '진실 추구'라는 목적을 잃고 사적 감정이나 상업적 관음증에 기여하는 행위를 철저히 비판해야 한다 ('MBC를 날리면'에 대한 나의 분노처럼).
리영희 선생님의 삶은 끝없는 성찰과 용기를 통해 인간의 연약한 본성을 통제하고, 시대의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실천적 양심' 그 자체였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선생님이 보여준 지적 논리와 윤리적 균형을 나의 소명인 '교육 노동' 현장에 적용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각자의 삶이 '후회 없이 노력하는 순간의 연속'이 될 때, 리영희 선생님이 평생을 바쳐 추구했던 자유롭고 정의로운 사회는 비로소 우리의 현실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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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고전의 이해 (워크북 포함)
류종렬 외 지음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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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오랜 숙제를 마무리 한 기분이 든다.

10년전 방통대를 다닐 때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수업의 교재였다. 

다시금 책장을 정리하다 눈에 띄어 다시 손에 들었다. 

동서양 3000년의 사상을 책 한권에 묶어 놓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다양한 사상을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책 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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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를 날리면 - 언론인 박성제가 기록한 공영방송 수난사
박성제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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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으로 기억한다. 

광우병에 대해서 우리는 다양한 기사를 봤다. 그런데 그 중 기억에 뚜렷이 남은 방송은 PD수첩 방송관련 정부의 대응이었다. 방송을 만든 사람들을 모두 고소 고발을 하고 언론사를 잡아 먹기위해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그때 아주 작은 고민을 해봤다. 왜 권력을 잡은 사람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 마다 생각해 본다. 대통령은 무오류의 법칙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나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던 그때 내 기억속에 언론은 없었다. 제대로된 내용을 보고하기는 커녕 그 곳에는 언론이 앞서 다른 곳으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과 같은 보도 내용이 많이 있었다.


아마 그때 부터였나 보다. 공중파 뉴스를 거의 안보고 지내온것 같다. 


그후 2022년 뉴스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부터 MBC는 다시 정권에 집요한 공격 대상이 되었다. 또 비슷한 행동이 반복 된다. 대통령은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책은 이렇게 MBC를 "날리려고"하는 시점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그 칼날 같은 순간의 절벽앞에서 버티고 서있는 자기 고백과 같은 내용이다.  


[내용에서]

"기자들은 차라리 체포되어 끌려갈지언정 제 발로 출두하지 마십시오. 만약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기자들이 끌려가면 전부 촬영해서 뉴스로 내보냅시다."     - 26p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동안 MBC는 뉴스의 내용이 바뀌었고, 새로운 드라마를 시도했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열게 되었다. 다시 사람들이 방송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노력은 보도에 있어서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고, 더 편안하고 즐겁게 다가서는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2년 MBC는 그동안의 노력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다시 15년전의 과거와 같은 현실이 되돌아 왔다. 뉴스는 입막음을 당하고 다양한 컨텐츠는 검열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2023년 MBC는 더이상 버티지 못할것 같다. 이에 저자는 MBC를 지키는 일에 함께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렇다면 이제 부터 두눈 꼭 뜨고 지켜 보자 그리고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할 순간에 행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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