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나에게는 이 퍽퍽한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다들 겉으로는 번듯하고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누구나 외롭고 쓸쓸한 사람이다. 주위 사람들의 생각 없는 말 한 마디에 상처받고, 칭찬 한 마디에 기분 좋은,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이다. 제 잘난 맛에 사는 것 같은 사람들도 한 꺼풀 벗겨보면 상처투성이다. 그러니 우리 서로를 가엾게 여기고 보듬어주자. 서로 지지하고 격려해주자. 당신, 멋져!  

 ..................................................................<본문> 중에서  

그랬던 것 같다. 앞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 끝을 알 수 없는 깊이의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그럴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책 속에 파묻혔던 것 같다, 마치 엄마 품 속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어버리던 어린 시절의 그 때처럼...

이 책은 아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의 무늬를 가진 사람 중 누군가가 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그녀가 쓴 이 책에서 또 한 번 큰 위안을 얻어간다. 그래도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그래도 아직은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거라고, 그래도 우리에겐 희망이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어보면서 말이다. 

내가 이렇게 책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책을 선물 받거나, 선물 하는 일이 잦지 않은 것은 또 무슨 아이러니인지. 이 책은 참 오랜만에 후배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책이다. 그렇게 생각지 못한 우연을 통해 내게 찾아와준 이 책에 감사드린다. 

책 속에 소개된, 그러니까 저자 성수선씨가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책들은 내 다음 책읽기 프로젝트의 소중한 목록이 될 것이다. 

- 아사다지로, <장미도둑>, 2002 / 공지영, 지승호, <괜찮다, 다 괜찮다>, 2008 / 마키아벨리, <군주론>, 2003, 까치/ 피터드러커, <나의 이력서>, 2006/ 최혁, <2008 글로벌 금융위기>, 2009 / 호어스트 에버스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2002/ 이유명호,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2004/ 알랭 드 보통, <불안>, 2005 / 아사다지로,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2008 / 제레미 리프킨, <육식의 종말>, 2002 / 헬렌니어링, <소박한 밥상>, 2001/ 사노요코, <100만번 산 고양이>, 2002 / 에쿠니가오리,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2004/ 김연수, <사랑이라니 선영아>, 2003/ 게리 체프먼, <15가지 사랑의 언어>, 2003 /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20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
리처드 칼슨 지음, 강미경 옮김 / 창작시대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란 누구나 자기가 한 말의 암시에 걸리게 되는 법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암시를 어떠한 과학적 사실보다도 더 명백한 것으로 믿는다.   

............................................................12. 행복한 생각이 행복한 말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그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을 전달하는 방식이란 당신이 내뱉은 말 이면에 있는 감정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대화를 원한다면 말을 하기 전에 당신 내부에 있는 긍정적인 감정을 먼저 끄집어내라.  

............................................................43. 말을 하기 전에 긍정적인 감정을 끄집어내라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새로운 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그만 생각해야 한다.  

............................................................49. 새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라 

'이 세상에는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없고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사람도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그 두 가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9. 행복은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에서 무익한 감정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이미 저지른 일에 대해 자책하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부터 할 일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이다. <중략> 과거도 미래도 다 하나의 꿈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지금 이 순간뿐이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현재뿐이다. 미래도 또한 그때가 되면 현재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인생의 순간을 음미하라. 매순간 충실하고 지나간 과거나 머지않아 찾아올 미래를 외면하는 것이 좋다. 무엇인가를 원하고, 기대하고, 그러다가 결국에 후회하는 등의 행위는 현재를 회피하는 가장 일반적이고도 위험한 자기기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68. 오늘이 평생을 통해 가장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라 

 

가까운 지인들이 해줄 수 있는 충고나 가르침과는 또 다른 깊이의 가르침이 늘 책 속에 있다. 늘 한발 앞서 가 있거나, 늘 한 발 뒤처져 정작 바로 내 앞에 있는 것들을 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어쩌면 인간은 소멸되어가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지 모른다. 늙고 병들고 죽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게 서글픈 존재인 우리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가장 찬란하고 빛나는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책은 아마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골랐다면, 사지 않았을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반값에 샀다. 고속도로 휴게소만큼 비싸고 맛없는 밥도 요즘엔 별로 없는데, 고속도로 휴게소 만큼 싼값에 영양가 있는 책은 또 처음이다. 인생이란 이렇게 어처구니없게도 아이러니 속에 존재한다.  

뭔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슬퍼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일만은 아니다. 그래서 오래 전 비틀즈 아저씨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던 주옥같은 명언이 있지 않던가. 'let it be....('그냥 그대로 둬', 의역하면 '순리에 맡겨' 정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온순한 뿔 황금알 시인선 30
장인수 지음 / 황금알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인의 눈은 시력 8.0 이상이다. 시인의 눈은 망원경이면서 현미경이다. 보이지 않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세계를 보려고 갈망한다. 일상인의 의식과 체험을 뛰어넘으려 한다. 하지만 독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바라보려는 난쟁이여야 한다.  

...........................................................'시작노트, 시인은 어떤 경계도 넘는다' 중에서
 

동명이인의 학교 선배인 시인이 있다. 당연히 그 선배의 책인 줄 알고 집어들었다. 언젠가 기찻간에서 만난 적이 있는 선배는 "내 시집 읽었냐?"라고 물었고, "그런 선배는 내가 만든 방송 봤어?"라고 응수했다.   

선배는 일찍 문단에 등단했고 시를 쓰고 싶었던 나는 세상과 맞설 자신이 없어,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밥벌이 때문에 뒤돌아서 방송작가가 됐다. 그렇게 8년하고도 9개월이 흘렀다. 후회는 없었고 지금도 행복하다. 하지만 언젠가 시를 쓰고 싶다는 꿈은 늘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다.  

선배와 이름이 같다고 해서 집어든 이 책의 저자는, 교사이면서 시를 쓰는 분이었다. 시를 놓고 살아가다가 언젠가 미친듯 시심이 찾아와 다시 시를 쓰게 됐단다.   

불행하게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다만 누구보다 예민한 촉수를 가진 사람이야말로, 누구보다 낮은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야 말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방송작가인 내게도, 시인을 꿈꾸는 또다른 내게도 언제나 유효하다고 생각된다.  

늦게나마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 시인께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젠가 한 단계 올라 서 있는 그의 시를 만날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읽어주는 바둑이 책귀신 3
이상배 지음, 백명식 그림 / 처음주니어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난 여섯 살 난 조카와 함께 동화를 읽는다. '꼭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이 붙지 않아도 동화는 이 쓰디쓴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 어른들이 꼭 읽어야할 책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언젠가 동화를 써보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내가 방송작가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꼽으라면 난 단연 '어린왕자'를 꼽고 싶다. 그만큼 한 사람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이 바로 동화다.  

하지만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으로 꼽히는 데 비해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 이유는 망태 할아버지에 의해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이 잡혀간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당최 망태 할아버지의 존재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어릴 적 뭔가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라는 어른들의 으름장을 참 많이 듣고 자랐던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 두려움의 존재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꼭 망태 할아버지와 같은 설정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목만 봤을 때는 책을 좋아하는 강아지와의 우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터득할 수 있게끔 하는 줄로만 알았다. 물론 망태할아버지에게 잡혀간 이후로의 설정은 비슷하지만 여전히 '억지로, 일부러'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해서 책을 읽게 만든다는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에게 책을 자연스럽게 좋아할 수 있는 동화를 써보고 싶다. 지금처럼 이렇게 빈부격차가 극도로 심각해진 세상에서 그나마도 아이들에게 책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생각에서 꼭 쓰고 싶다. 또 만약 인세를 받는다면 그 아이들에게 책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  

내가 스무살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해 스물 네살에 방송작가가 되었으니, 열심히 걷기만 한다면 4년 후쯤을 기약해도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창비시선 305
박후기 지음 / 창비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너진 집안의 막내인 나는/ 가난한 어머니가 / 소파수술비만 구했어도/ 이 세상에 없는 아이/ 구석진 울타리 밑에서/ 흙을 먹으며 놀아도/ 키가 자라지 않아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중략> 엄마는 아무 때나 / 울타리 밑에 쪼그리고 앉아/ 오줌을 누었다/ 죽은 동생들이 / 노란 오줌과 함께/ 쏟아져나왔다  

...........................................................................'채송화' 중에서  

사과나무에겐/ 꽃 핀 자리가 똥구멍이다/ 꽃 필 무렵/ 사과나무는 온몸이 항문이다 / 꽃잎을 버림으로써 몸을 여는/ 항문의 개화기를 지나면/ 똥덩어리 같은 사과 한알/ 비로소 가지 끝에 매달린다 

............................................................................'꽃 진 자리' 중에서 

 

지상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난간 위에 망루를 세웠다. 망루가 서 있던 난간은 무너진 하늘의 일부였다. 그곳은 철거민들의 소도였지만, 관리들은 용산 4지구라고 불렀다. 누군가 망루에 불을 질렀고, 시커멓게 타버린 사람들이 들 것에 실려 급하게 이승을 빠져나갔다 // 모두 난간 위에 살고 있으면도 발아래 세상을 보지 못했다.  

.............................................................................'난간에 대하여' 중에서  

 

팔레스타인에서는 죽은 자도 검문소를 통과해야 비로소 죽음에 닿을 수 있다. 포탄에 맞아 이마가 함몰된 도로를 우회하는 것은 산 자나 죽은 자 모두에게 익숙한 일이다. 앰뷸런스는 죽음보다 늦게 도착하고, 소녀는 무너진 발전소를 지나 집으로 간다. 

...............................................................................'소녀들' 중에서  

 

살아야 하는 여자와/ 살고 싶은 여자가 다른 것은/ 연주와 감상의/ 차이 같은 것/ 건반 위의 흑백처럼/ 운명은 반음이/ 엇갈릴 뿐이고 

................................................................................'사랑 - 글렌 굴드' 중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는 나이'에 나는 다시 회귀하는 연어처럼 책을 집어들고, 시를 읽는다. 시인이 되기를 꿈꿨던 나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교묘한 완충지역을 찾아내 그곳에 비집고 들어가 살아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 수 있다고 행복하다 살아온 날들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나는 분명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런 분기점에서 이 햇살 같은 시들을 만났다. 박후기의 시에서 그 옛날 스무살 무렵의 나를 지배했던 이성복과 기형도, 그리고 신현림... 그들과 같은 영혼의 무늬를 본 것 같다.  

그동안 시를 잊고 살아서 장담할 순 없지만, 내 감이 틀리지 않다면 분명 현대시사에 주목받는 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을는지~ 

십대에 만나 이십대에 끊어버린 신경숙이 지금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걸 보면, 내 감도 그닥 떨어지진 않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