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나요, 청춘 - Soulmate in Tokyo
마이큐.목영교.장은석 지음 / 나무수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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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춘'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이팔청춘(열 여섯살)의 딱 두 배를 살았으니, 내 인생도 이제 청춘의 끄트머리 쯤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이팔청춘에 생각했던 서른 둘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던까? 그 때의 상상과는 조금 다른 현실을 살아가고 있지만, 글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것만큼은 그때의 생각에서 크게 비껴나지 않은 것 같다.  

청춘의 끄트머리,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경험했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누군가는 이혼을 하고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고 누군가는 새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그 사랑 때문에 누군가를 증오하고... 이 순환의 메커니즘을 알아버린 나는, 잠시 익숙한 길을 떠났다. 낯선 길에서 곧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곧 돌아와야 할 짧은 여행길에, 이 책은 후배로부터 받은 깜짝 선물이었다. 도쿄를 여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건네준 이 책은 묵묵히 예술가의 길을 걷는 서른 즈음의 세 친구(사진가, 미술가, 음악가)의 도쿄 여행기다. 화려한 도시 이미지보다는 뒷골목 인간 군상들의 사람냄새 나는 풍경과 예술가적인 감수성을 담아 써내려간 에세이들의 모음. 비록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하고 돌아왔지만, 일본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번 다른 사람의 프리즘을 통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돌아온 익숙한 길 위에서의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간다. 언젠가 다시 낯선 길 위에 설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내 작은 발로 꾹꾹! 청춘의 마지막 길 위를 밟아내려가야겠다.  

 

   
 

 20대, 30대, 더 배고프고 더 슬퍼도 돼. 그게 나중에 너의 밑거름이 될 거야. 젊으니까 더 힘들어도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 

..............................................<본문> 중,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말  

 

잊지 마, 언제든 시작하는 법을 잊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는 걸 

...............................................<본문> 중에서  

 

머리가 굵어지면서 깨닫게 된 사실 하나는, 나의 의도와 그들의 받아들이는 해석 사이의 여백.  "난 그런 뜻이 아니었어." "난 그렇게 느꼈는 걸" 

................................................<본문> 중에서 

 

여행을 통해 깨닫는다. 삶은 무엇을 이루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는 그 자체가 의미있는 것임을, 그리고 여행을 통해 나는 생각한다. 여행이라는 쉼 속에서 빨리 도달 못해 안달하는 나를, 미래를 두려워하는 나를, 어디쯤인지 초조한 나를, 천천히 내려놓기로, 그리고 잊지 많기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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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있는 TV 구성 다큐멘터리 이렇게 쓴다
한지원 지음 / 시나리오친구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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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프로듀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작가다. 이것은 작가가 곧 프로듀서라는 뜻이기도 하다. 흔히 말하는 PD는 (Producer & Director)의 약자다. 프로듀싱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프로그램 전체를 관리하여, 그것의 질을 담보하는 일이다. 반면 디렉팅은 프로그램을 취재하고 연출하여 영상과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러니가 PD는 프로그램 기획 연출자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가? 작가라는 말 때문에 흔히 작가하면 곧 글쓰는 작업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글이란 것이 어찌 기획과 구체화 단계 그리고 구성의 단계를 뛰어넘어 생산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그렇게 크게 보지 않더라도 하나의 단위 프로그램을 만들 때조차 작가들의 역할을 되짚어 본다면 기획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문> 중에서 

 

나는 이 책을 '피디집필제'라는 서슬퍼런 이름이 나돌던 시절에 집어들었다. 피디집필제로 명분을 내세운 작가들의 참여로 인한 프로그램 객관성과 퀄리티의 저하라는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들먹이던 시절,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으로 다가오는 한 선배님의 책을 집어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야 뭐라고 하든 아는 사람들은 아는, 작가들의 프로그램 참여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앞으로 내가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했다.  

"기획을 할 줄 아는 작가가 돼라"던 한 작가 선배의 말이, '피디 같은 작가를 가장 선호한다'던 한 피디 선배의 말이 내내 귓가를 맴돌게 만들었던 책이다. 뒷부분으로 가면 주로 아는 얘기들이 많았지만, 다시 한번 기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특히 도입부의 기획안 쓰기에 관한 부분은 이제 기획안을 제출해서 직접 프로그램을 따서 해야하는 시절, 특별히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힘든 작업에 대해 친절한 선배님의 설명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피디집필제'는 운좋게(?) 사라졌지만 작가료 삭감과 프로그램 축소, 폐지 등으로 엄동설한 같은 시절은 계속 될 것 같다. 게다가 언제 또다시 '피디집필제'가 또다른 이름으로 우리들의 목을 죄어올 지 모를 일이다. 그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끈끈한 연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언제 어느 자리에서 방송을 하게 되든 '기획을 할 줄 아는 작가'가 되는 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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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창비시선 238
문태준 지음 / 창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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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미줄처럼 얽힌 책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일단 읽은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 속에서 소개된 책을 다시 찾아 읽어보는 것. 문태준이란 시인을 알게 된 것 역시, 바로 전에 읽은 공지영의 <나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통해서다.  

98년에서 2000년까지, 스물 한 살에서 스물 세 살까지 시에 미쳐있던 시절에는 창비와 문지에서 나온 시집을 죄다 섭렵할 정도였는데... 어느 덧 시와는 담을 쌓고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 괜찮은 시인도 이제야 알게 됐다.  

그의 이력이 조금 의아스럽다. 시인이면서 불교방송의 피디다. 그런 그의 이력을 보면서 난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타협해버렸다고만 생각해왔는데, 감춰둔 시에 대한 연정을 꺼내봐도 좋을 지 묻게 되는 밤이다.    

그의 시는, 시집 제목처럼 거추장스러운 세상의 가식을 벗어버린 맨발과 같은 느낌이다. 나아가 그 맨발로 흙먼지 풀풀 날리는 그 옛날 우리들의 고향으로 돌아간 듯한 평안함을 준다. 

찾아보니 이미 소월문학상, 미당문학상,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힐 만큼 꽤 명성을 쌓았다. 뭐 이런 상 나부래기며 명예 따위가 뭘 그리 중요하겠는가마는, 지적 허영으로 똘똘 뭉쳐있거나 경제며 문화까지 그저 미국적인 삶을 좇아가는 지금의 세태에서 우리 전통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인정해도 좋을 것 같다.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맨발' 중에서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느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 어리숙한 아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저물어 가는 강마을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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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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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고 피까지 흘러내릴 때 어김없이 "엄마~"를 찾으며 엉엉 울어버린 기억. 그 때 어딘가에서 달려온 엄마가 두 팔을 활짝 벌려 품에 안고 "우리 딸, 어디 보자. 괜찮니? 호호호~"  엄마의 그 따뜻한 가슴이 좋아서, 엄마의 그 따뜻한 입김이 좋아서, 웃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엉엉엉~~" 더 더 서럽게 울며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렸던 바로 그런 기억 말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차츰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게 되면서, 이제 그 기억은 흐려지게 된다. 외려 '우리밀'이라고 해서 사온 밀가루가 알고 보니 '천연 세제'였고, 그걸로 부친 전을 온 식구가 먹어야 하는 수난을 겪게 할 만큼 복잡하고 다난한 세상에서 이제는 점점 아이로 변해가는 엄마를 보며 이제는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야 하는 시절이 오고 있구나...라는 생각마저 갖게 하는 시절. 

나는 이 책을 올 들어 두 번 읽었다. 100권의 목록에서 한권으로 칠 지, 두 권으로 칠 지 고민하다가 두 권으로 치기로 했다. 그 전에는 독서일기를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읽었어도 여전히 새롭고 또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더 이상 엄마의 품을, 엄마의 '호호호'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시절, 내게는 바로 엄마의 품 같고 엄마의 입김 같은 그런 책이었다고나 할까.  

실제로 이 책은 작가 공지영이 자신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이기도 하겠지만,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겨냥할 때보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에게 향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선 지 책 속에서 애틋함과 진정성이 물씬 풍겨나온다. 그리고 그건 아마, 그녀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유명작가이기에 앞서, 한 여성으로서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 그러니까 세상의 잣대로 치면 결혼과 이혼을 번복하며 세상 사람들의 수많은 질타를 받아야만 했던 실패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람들을 비난하고, 또 너무나 단순한 잣대로 사람들을 재단하곤 한다. 누구도 실패를 꿈꾸며 사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우리 인생에서 실패는 자주 얼굴을 드러내고, 아무리 세상이 정해놓은 잣대에 맞춰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자의건 타의건 그 기준을 벗어나게 될 때가 적지 않다는 걸, 우린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의 실패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십여년 전, 한 여성으로서 가수 '백지영'과 '오현경'을 비난했다 - 물론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라는 사실은 차치해두고서라도- . 그녀들은 어쩌면 이 나라를 떠나 살 수 도 있었고, 이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들은 더욱 몸을 낮춘 채, 자신의 재능을 가꿔왔고 지금은 그래서 그 손가락질 했던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인 것 같다. 알고 보면 누구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지만, 지나가버린 과거나 오지 않을 미래 때문에 고민하지 말고, 묵묵히 현재를 걸어가는 것 속에 답이 있다고 말하는...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딸을 둔 엄마의 진심어린 격려는, 길가에 넘어져서 까진 무릎을 부여잡고 어찌할 지 모르고 있던 내게, 오래 전 잊고 있던 엄마의 품과 입김을 느끼게 해줬다. 어쩌면 평생 이렇게 어린 아이처럼 나약한 존재들인 지 모를 우리들에게 이 책은 두고 두고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 아닐런지... 

아래는 책 속에 발견한 엄마 냄새가 나는 구절들이다. 

- 가야할 것은 분명 가야 하지만 또 다른 한 편 와야할 것들도 분명히 온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자. 

-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네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넌 스무 해를 살았니? 어쩌면 똑같은 일 년을 스무 번 산 것은 아니니? 

- 엄마에게도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아직도 서툴고 힘든 일. 가끔은 꿰매놓은 가슴살의 솔기가 통째로 뜯겨져 나가는 것만 같아. 그러나 그럴 때마다 생각해 본단다. 삶은 흐르는 강물과도 같아서 잠시 맴돌 수는 있지만 영원히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말이야. 흘러가는 것, 흘러가야 하는 것, 흐를 수밖에 없고 흐르기를 원하는 그것들을 흘러가게 내버려 둘 때, 그게 누구든, 설사 나 자신이라 해도 그 때 삶은 비로소 자유의 빛깔을 띠게 되지.  

- 오늘도 가끔 창밖을 보고 있니? 그래 가끔 눈을 들어 창밖을 보고 이 날씨를 만끽해라. 왜냐하면 오늘이 너에게 주어진 전부의 시간이니까. 오늘만이 네 것이다. 어제에 관해 너는 모든 것을 알았다해도 하나도 고칠 수도 되돌릴 수도 없으니 그것은 이미 너의 것은 아니고, 내일 또한 너의 그것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단다. 그러니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네가 사는 삶의 전부. 그러니 온몸으로 그것을 살아라. 

- 참 이상하지. 살면서 우리는 가끔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 때가 있고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때가 있어.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다면 프란치스코의 말대로 '지혜'를 얻는 일이 되겠지. 그런데 이 세상은 말이야.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야 할 때를 훨씬 더 많이 준다.  

- 모든 창작은 필연적으로 고독을 연료로 한다. 

- 누군가의 말대로 무거운 내 짐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내 날개가 되는 것이지.  

- 운명에 대해 승리하는 법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말을 말이야.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배가 파도를 넘어가는 유일한 방법은 파도 자체를 부정하며 판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파도를 넘어 휘청대면서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비유를 하면 좀 이해가 될까. 

- 사랑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게 아니란다. 사랑은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아. 다만 사랑 속에 끼워져 있는 사랑 아닌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 누군가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너를 아프게 한다면 그건 결코 사랑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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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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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다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더 이상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그런 경험이 있는가? 내겐 아마도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바로 그런 경험을 안겨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경제에는 문외한인 지라 경제서적이 어렵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와는 달리, 이 책은 97년도(외환위기의 시작과 함께)에 대학에 입학하고 2001년 IMF의 엄혹한 한파가 게속되던 시절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한국에 아직 정착하지도 않은 프리랜서 방송작가로 9년여를 살아온 내가 경험하고 있는 이 세상의 참혹하리만치 사실적인 맨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책은 지금의 이십대에 착안해, 그들이 찍 소리 한번 못해보고 등록금 5백만원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서 평생 88만원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하지만 그들을 착취하고 노예처럼 부리는 기성세대의 시선에서가 아니라, 이미 고착화된 사회 구조와 그들을 철저하게 이용하면서 "우리는 젊을 때 저러지 않았는데~"라고 손가락질만 하는 기성세대의 두 얼굴을 철저하게 까발린다. 이 지점에서 나도 이들의 중간자적인 위치에서 기성세대에 편입되서는 안되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점과 놀란 점은 한 둘이 아니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이들에게 아르바이트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손님이 없을 때는 나가서 놀고 페이를 지급하지 않는 저질 중에서도 저질인 소위 "꺾기"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 미국과는 다른 방식의 사회를 정착시킨 유럽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불과 5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 나라에서는 가족들에서부터 자기 자신까지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하는 시민단체 역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이 보장돼서 의사들이 개업을 하지 않고 자기 발로 시민단체에 들어간다는 얘기, 이 망할 놈의 승자독식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방편을 알고서도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등 등...    

생각해보면 지금의 20대를 착취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부모 세대인 50대, 사회에선 착취하고 집 안에선 자식에게 등골 빼주는 바보 같은 짓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게다가 그만한 부모라도 못만난 20대는 무슨 죄로 평생을 노예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 

세상을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역시 공부 밖에는 답이 없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다시 한 번 내게 일러주었다. 수필, 시, 소설, 잘해야 심리학 책 정도에 그치는 나의 독서 편식은 그동안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넓힐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차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소홀했던 경제, 역사, 정치에 관한 책읽기에도 힘을 기울여야겠다.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겠다는 평생의 과업을 이루려면 더 똑똑해지는 방법 밖에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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