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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으로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05
이수지 지음 / 비룡소 / 2009년 12월
평점 :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언어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까... 이 책을 통해,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언어로 소통을 하며 살아간다고 믿는 또 한 사람으로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됐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 때로는 한 마디의 말도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미 그 사람의 몸짓이나 표정을 통해 모든 것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도 바디랭귀지만으로 모든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은 제목말고는 글자가 없다. 페이지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작가는 충분히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전달하고 있다. 만약 여기에 글을 덧붙이면 사족이 되었을테지...
바야흐로 블링블링한 이미지와 비주얼의 시대, 때론 그것이 갖는 너무도 거대한 힘 앞에서 내가 쓰는 글은 초라해지고 조연으로 전락해버리는 때가 적지 않음을 느낀다. 하지만 유해진과 같은 빛나는 조연배우 없이 강동원이나 임수정만으로 '전우치'가 좋은 영화가 될 수 없듯이, 방송에서 쓰는 글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글자없는 그림책'이 갖는 힘을 통해 좌절감을 맛보기 보다는 희망을 찾고 싶다. 방송원고 역시 때론 한마디 말보다 '고의적인 침묵'이 가지는 힘을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어쩌면 난,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최민식에게 뱉은 말처럼 '너무 말이 많았'는지도 모르겠다.
원고의 사족으로부터 시작해, 삶의 군더더기들, 차고 넘치고 불필요한 생각과 고민들...에 이르기까지, 비워내는 연습을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볼 요량이다. 쓰다보니 '거울 속으로'는 책의 내용과는 별 상관없이 나를 거울에 비춰볼 수 있는 또다른 거울이 되어준 것 같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