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정훈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2월

2023년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책이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물리학을 하는 과학자가 세상을 보는 철학적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이 책의 소개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이 책을 읽는다면 느끼게 될 것이다.

철학과 과학의 차이는 ‘당위’와 ‘사실’의 차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런데, 과학이 사실을 말하고 그러한 사실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고전, 근대 물리학 수준에서나 가능하지, 현대에 와서 양자론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해하고 그것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양자론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양자론이 시작된 하이젠베르크의 일화로부터 시작하고 그 발견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준다. 그리고, 슈뢰딩거의 방정식과 그 방정식이 말하는 두 가지 방식을 설명하면서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하지만, 평행우주는 고전적인 직관에 묶인 우리가 억지스럽게 양자론을 해석한 결과라고 저자는 말해준다.

양자론이 나오고 사실을 말한다는 과학이 그 사실이란 것이 무엇인지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혼란을 양자 간섭 실험을 소개하며 그러한 현상을 관찰자와 대상의 상호관계로 설명을 한다. 양자론에서의 관계만이 아니라, 속도를 비롯한 모든 것이 상대적인, 관계 속에서 설명이 되는 상대적인 진리라는 것이다.

고전 물리학에서 생각되어지는 절대적인 기준이라던지 물리적 실체는 없다는 것이 카를로 로벨리의 주장이다. 이는 카를로 로벨리가 인용하는 2, 3세기 불교 사상가인 나가르주나의 공(空) 사상을 가지고 옵니다.

세상을 설명하려는 관념론과 소박한 유물론에 대한 설명도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상호 관계주의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수정할 가능성을 가질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을 읽는다면 정말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해 깊이 있게 다가갈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설명과 설득력이 아주 높더라도 철학의 ‘당위’는 달성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미시 세계의 세상이 이렇게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 우리가 물리적인 절대적인 양을 모르고, 그러한 것이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여, 카를로 로벨리의 상호 관계주의 관점이 당위라는 것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더 사고하고 발전시킬 분야가 아닐까 합니다. 정말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초등학생의 공부는 습관이 90%를 좌우한다

초등학생의 공부는 습관이 90%를 좌우한다 - 평생 공부 습관 만들어 주는
기쿠치 히로타다 지음 / 주니북스 / 2023년 12월

상당히 많은 학습심리학, 교육심리학 책을 읽어봤지만, ‘초등학생의 공부는 습관이 90%를 좌우한다’보다 좋은 책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독자들이 읽기에 가장 휼륭한 학습, 공부에 대한 책입니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 교육심리학과 동기에 대한 심리학을 두꺼운 이론서로 공부를 했습니다. 옛날에는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학습을 설명했다면 요즘(실제로는 30년 전부터)은 인지주의 심리학으로 학습을 설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두 방법이 양립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주의 심리학의 발달이 이전의 행동주의 심리학이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부정하는 실험들을 함으로써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험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설명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이 됩니다. 동일한 실험을 문화가 다른 국가에서도 행함으로써 문화의 영향이 있는지도 체크를 합니다.

‘초등학생의 공부는 습관이 90%를 좌우한다’는 최신의 학습에 관한, 이론을 충분히 반영하여 여러분들의 자녀들에게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말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정말 휼륭한 점은 동기에 대한 대학 수준의 이론서와 습관에 대한 여러 눈문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 등을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이렇게까지 잘 설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감탄을 하게 될 것입니다.

책의 표지는 조금 촌스럽지만, 내용은 정말 휼륭합니다. 최신 심리학 이론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는 것은 경이적입니다. 짧은 내용들이지만 곱씹어서 보면 정말 좋은 공부를 위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책의 마지막은 자녀들이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부모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부모가 믿는 것을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 줄 때 아이들이 그렇게 따른다는 겁니다.

아이들 공부를 잘 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바꾸는 방법을 알 수 있는 책으로 정말 좋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교과셈 초등 5-1

교과셈 초등 5-1 - 교과 수학의 시작 ㅣ 교과셈
천종현 지음 / 천종현수학연구소 / 2023년 11월

아마 연산 교재로 유명한 책을 꼽는다면 ‘기적의 계산법’이 아닐까 합니다. 꽤 오래전에 발행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적의 계산법’은 단행본 책으로 나왔는데, 이와 비슷한 학습지로 구몬 수학이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계산 숙제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초등학생들이 가장 싫어 하는 것 3위로 3위는 밀린 구몬 숙제, 2위는 엄마의 잔소리, 그리고 대망의 1위는 밀린 구몬 숙제하라고 하는 엄마의 잔소리라는 유머가 있을 정도입니다.

단순 연산을 양을 많이 해서 풀어서 수학을 잘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아이들이 수학을 잘할 것입니다. 하지만, 초등 시절에 연산은 열심히 해서 수학을 어느 정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학에 흥미를 잃고, 실력은 줄어 드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는 단순 연산을 양으로 공부하게 하는 수학 공부 문화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교과셈 교과 수학의 시작’도 ‘기적의 계산법’이나 구몬 수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양이 그것들보다 적은 것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문제들을 잘 보면 겹쳐지는 문제들이 많지 않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양이 적지는 않습니다. 습관적으로 연산 풀이에 적응하기 위한 용도로는 적당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계적인 연산은 수학 공부에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이 책으로 연산을 공부한다면 책에 답을 쓰지 말고, 다시 한번 더 풀어 보는 것이 좋으며, 다시 풀 때는 좀 더 수학 연산 기법들을 응용해서 효율적으로 풀어 보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연산 기법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재는 초등 영재를 위한 교재들이 좋으며, 대체로 사천대학에서 발간한 책들을 보면 될 듯 합니다. 책의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학원이나 혹은 그걸 가르칠 능력이 되는 선생님들에게 배우는 것을 추천하며, 그렇게 연산에 대해 융통성 있게 접근한다면 ‘교과셈 교과 수학의 시작’의 문제를 여러번 풀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른 연산 교재에 비해서는 양도 적당하고 겹쳐지는 문제가 없기에 좋은 편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 - 2500년 정치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ㅣ 필독서 시리즈 11
톰 버틀러 보던 지음, 김문주 옮김 / 센시오 / 2023년 12월

50권 고전 시리즈 중의 하나인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정치에 대한 이해를 위해 중요한 정치학 책을 50권 소개하고 있다. 물론 50권은 표제로 뽑아 설명을 하고 있지만, 각 책의 설명 마지막에는 관련하여 읽어야 할 책들을 몇 권 더 소개하고 있다. 정치학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대략 250권에서 300권 정도는 읽어야 할 듯 하다.

우리가 여행이나 탐험을 가려면 지도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이 어떤 주제나 분야로 지식이나 정보를 넓히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가이드북이 필요할 것이다. 정치학에 대해서는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이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할 책으로 추천할 수 있다. 책의 제본이랄지, 편집에서 가독성이 높으며 내용 또한 아주 휼륭하다.

50권을 추천해서 뽑았는데, 무작위가 아니라 6가지 주제로 분류한 것이다. 그 분류는 정치지도자, 정부의 형태, 정치 권력이라는 하나의 개념을 심도 있게 설명하는 주제이고, 그 다음은 자유, 평등이라는 좌익과 우익이 서로가 우선 순의로 지향하는 두 개념에 대한 주제이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시민의 행동을 주제로 한 것이다. 주제가 시대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 산만해질 수는 있지만 나름대로 비슷한 시대 혹은 인접 시대이기 때문에 그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정치학 필독서 50’는 한 명의 정치가를 선정하고 그의 대표 연설이나 서적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설명을 하는 부분이 있다. 한 정치가의 사상, 혹은 도서의 분량이 많을 것이지만, 꽤 짧은 페이지로 요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잘 설명하기 때문에 50권 시리즈가 여러 주제로 나오지 않았을까 한다. 정말 쉽고 이해하기 편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으로만 끝난다면 백과사전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지만, 이 책의 저자인 톰 버틀러 보던의 한마디라는 글 상자가 있다. 앞서 소개한 사상가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저자의 의문이나 설명, 그리고 장점과 한계 등을 말하고 있다. 이 부분이 앞서 소개한 필독서에 대해 다른 독자와 함께 생각할 거리를 주는 상당히 유용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호평을 받는 이유가 될 듯 하다.

정치학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 목록으로 좋으며 그 필독서를 읽기 전에 한번쯤을 읽어 보면 필독서를 좀 더 쉽게 읽기에 도움을 주는 책이다. 또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소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선상고사

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은 국사를 배울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독립투쟁사를 배울 것이고, 신채호라는 분에 대해 배울 것이다. 하지만, 신채호 선생님은 다른 독립운동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관점에서 좌익 독립운동가들은 근래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전까지는 우익 쪽 독립운동가들만이 조명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신채호 선생님은 좌익도 아니다. 그렇다고 우익도 아닌 아나키즘을 받아들인 학자였기 때문에 더더욱 그 분에 대해 연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신채호 선생님에 대해 국사책에는 독립운동가이고, 조선상고사를 쓴 역사학자이며, 독립운동을 하다가 뤼순 감옥에서 옥사를 하셨다는 정도의 정보를 배울 것이다. 또한 곧곧한 독립 의지를 보여주는 일화로는 고개를 빳빳히 들고 세수를 하였다는 일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아마 북한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좌익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이 조명되는 조류에 힘입어 신채호 선생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나 한다.

신채호 선생은 어린 시절 굉장히 똑똑해서 열 살에 성균관에 추천되어 들어 갔다고 한다. 한학과 유학을 먼저 배운 선생은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망명을 가게 된다. 그리고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혀 뤼순 감옥에 갖힌 동안 조선의 역사를 쓰게 되는데, 이것이 ‘조선상고사’이다. 하지만, 선생은 조선상고사만을 쓰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조선사를 쓰려고 했다고 한다.

선생의 조선상고사라는 역사책이 왜 지금 출판이 되었냐하면, 일단, 문체가 옛문체이기 때문이다. 1919년에 쓰여진 독립선언문만 보더라도 현대 한국어랑은 상당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선생의 문제를 그대로 가져온다면 읽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감옥에서 제대로 된 사료를 참고하지 못하고 선생이 봤었던 사료의 기억만으로 이 ‘조선상고사’를 쓴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오류가 있다. 그렇기에 그 오류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분명 선생께서도 감옥에서 나오면 수정을 해서 책을 낼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사료에 오류가 있는 것은 선생이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역사에 대해 두 서양학자의 견해가 있는데, 하나는 객관적 사실을 보여주는 것으로의 역사로 랑케라는 학자가 있다. 19세기 역사학자이다. 그리고, 다른 한 사람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쓴 에드워드 카라는 영국의 역사학자이다. 카는 역사를 객관적 사실로만 이루어질 수 없다고 봤으며, 그에 대해 유명한 말을 남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이 책은 1961년에 출판이 된다. 그런데,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는 역사를 ‘아’아 ‘비아’의 투쟁이 시간적, 공간적으로 펼쳐지는 정신적 활동의 상태를 기록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작한다. 역사에 대한 철학을 먼저 밝히면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아’와 ‘비아’에 대한 구분은 주관적인 것이 아라고 하였다. 즉, 객관적이기만 한 역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에드워드 카라는 역사학자가 말하기도 전에 선생이 살았던 시대는 랑케의 객관주의 역사가 주류일 때 이러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은 상당히 앞서간 선구자였던 것을 보여준다.

‘조선상고사’의 중요성은 고조선 및 고대 한국의 국가들의 위치도 중요하지만, 선생이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형태의 역사를 쓰겠다고 말하고 있는 앞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지만,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는 우리민족, 한민족이 어떻게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소장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