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위안 - 불안한 존재들을 위하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청미래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의 나무에서 나온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새로 낸 개정판이다. 원제인 '철학의 위안'을 제목으로 단 것은 좋았다.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읽다.

웅장한 성, 커다란 책상과 의자, 천권의 희귀본을 가진 서재에서 평생동안 책을 읽으며 산 몽테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사색의 주된 내용이 지식과 이성에 경도된 삶에 회의를 제기하는 것이었다.

 

이성을 믿고 한 줌의 의혹도 제기하지 않는 키케로보다

책에 씌여진 것들, 보편의 것들, 상식으로 여겨진 것들에

비판의식을 가진 본 몽테뉴가 더 지식인답다는 보통의 지적에 공감.

 

 

우리가 깊은 인상을 받는 것은 당연히 그러리라 여겨지는 것들에서 다른 모습을 볼 때.

상식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책을 보며 누렸다.

그러나 보통의 책 자체는 아주 피상적이고 가벼웠다.

그저 붓가는대로 상식적으로 쓴 책.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니체... 철학자들을 다루었는데 책은 철학적이지 못했다.

통찰력이 팔요한 책을 상식적으로 쓴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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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等你,在雨中>...余光中

 

等你,在雨中,在造虹的雨中

蝉声沉落,蛙声升起

一池的红莲如红焰,在雨中你来不来都一样,竟感觉

每朵莲都像你

尤其隔着黄昏,隔着这样的细雨

永恒,刹那,刹那,永恒

等你,在时间之外

在时间之内,等你

在刹那,在永恒

如果你的手在我的手里,此刻

如果你的清芬

在我的鼻孔

我会说,小情人

诺,这只手应该采莲,在吴宫

这只手应该摇一柄桂,在木兰舟中

一颗星悬在科学馆的飞檐

耳坠子一般地悬着

瑞士表说都七点了

忽然你走来

步雨后的红莲,翩翩,你走来

像一首小令

从一则爱情的典故里你走来

从姜白石的词里,有韵地,你走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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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로 옮겨 봅니다.

 

<빗속에서 너를 기다린다>

 

너를 기다린다. 빗속에서, 무지개 뜨는 빗 속에서.

매미소리가 가라앉으니 개구리 소리가 크게 들린다.

연 못에 핀 홍련이 붉은 등불같네, 빗 속에선.

 

네가 오든 안오든 매양 한가지.마침내 그런 느낌에 이른다.

연꽃 송이 하나 하나가 모두 너를 닮아서.

게다가 저멀리 황혼이 있고, 이처럼 가는 비를 사이에 두니.

 

영원, 찰나, 찰나, 영원

너를 기다린다, 시간 밖에서.

시간안에서, 너를 기다린다. 찰나 속에서, 영원 속에서.

 

만약 네 손이 내 손안에 있다면, 이시각에.

만약 너의 맑은 향기를

내 코로 맡을 수 있다면

나는 말하리라, 나의 연인이여 라고.

 

허락하라,이 손으로 반드시 연꽃을 따리라, 오나라 궁궐에서.

이 손으로 반드시

한 자루 계수나무 노를 저으리라, 모란꽃배에서.

 

과학관의 처마에 걸린 별 하나.

귀고리처럼 걸렸네.

스위스 시계가 모두 일곱시를 가리켰다. 갑자기 네가 오네.

비 뒷쪽으로 걸어서 홍련, 쩐쩐 ,네가 왔구나.

작은 방울소리처럼,

사랑을 다룬 고전 속의 한 구절 속에서.

 

강백석(姜白石)의 사(詞) 속에서,

운율을 타고 네가 오네.

 

(姜白石: 연꽃에 관한  詞를 지은 중국 송나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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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유명시인 위광중이 홍련이란 아명을 가진 쩐쩐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바로 앞에 소개한 위광중(余光中)의 <永远,我等>과 연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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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병주의 소설 <마술사>에 나오는 송인규와 인도독립운동가 크란파니의 대화다.

 앞의 값비싼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만 하지만

뒤의 "마음이 통하면 같이 있는 것이다"란 구절도 좋아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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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독립운동을 시작할 때 벌써 목숨을 던져 놓고 있었소."

 

"세상에 어찌 무상의 행동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어째서 무상의 행동인가요? 당신도 릴레이 경주를 아실 것입니다. 누군가 결승점에들어가면 되는 겁니다. 꼭 나라야 된다는 법이 그 경주에 있습니까? 자기가 제일 주자가 되었다고해서 영광이 돌아오지 않습니까. 나는 민족 독립의 횃불을 전하는 선수의 한사람이오. 내 뒤에 무수한 선수가 있습니다. 내 앞에 무수한 선수가 있었던 것처럼.이러한 선수라는 의식보다 더한 보상이 어디 있겠소. 나 하나가 죽어서 수만의 행복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이 자신 이상의 보상이 어디에 있겠으며 이죽음 이상의 값비싼 죽음이 어디 있겠소. 값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값비싸게 죽을 수있다는 건 영광된 일이며 행복된 일입니다. 사람은 값없이 죽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쓸쓸하지 않습니까?"

 

" 쓸쓸하긴. 나는 언제나 마하트마 간디와 함께 있습니다. 네루와도 같이 있구요.마음이 통하면 같이 있는 겁니다. 생자와 사자와의 구별도 없습니다. 어디 있어도,비록 난 혼자 있는 것 같아도 나는 여러 선생님과 선배와 동지들과 같이 있는 것입니다."

 

출처: 이병주, "마술사", <<마술사/겨울밤>>, 김윤식 등 엮음, 바이북스, 2011, 4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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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很多年》 

  

这是你,这是
被飞翔的阴影困扰的
你,忽明忽暗
我不再走向你
寒冷也让我失望
很多年,冰山形成前
鱼曾浮出水面
沉下去,很多年
我小心翼翼
穿过缓缓流动的黑暗
灯火在钢叉上闪烁
很多年,寂寞
这没有钟的房间
离去的人也会带上
钥匙,很多年
在浓雾中吹起口哨
桥上的火车驰过
一个个季节
从田野的小车站出发
为每棵树逗留
开花结果,很多年
                                         
                   ——北岛《很多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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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겨 봅니다.

 

 <아주 오랫동안>

 

바로 당신입니다.

날아다니는 어두운 그림자로

나를 애태우는  사람은.

밝았다 어두워졌다 종잡을 수 없는 당신이기에

나, 다시는 당신을 향해 가지 않을래요.

냉랭한 한기 또한 나를 실망시킵니다.

수 많은 세월이 흐르기 전에

우리 사이에 빙산이 생기기 전에

나는 물고기처럼 수면위를 유유히 헤엄쳐 다녔지요.

나는 소심하여 조심하며

천천히 흐르는 늦은 밤 속을 뚫고 다녔어요.

등불이 강철 작살 사이로 찬란히 빛났건만.

아주 오랫동안

시간이  흐르지 않는 방안에서 적막히 보냈어요.

떠난 사람이 열쇠조차 가져가버렸기에.

아주 오랫동안 짙은 안개 속에서 휘파람을 불며

다리 위 당신을 태운 기차는 질주해갔지요.

철철이,

들판의 작은 역을 출발해

나무마다 머물면서

꽃피우고 열매맺으며.

아주 오랫동안.

 

----------------------------

 

아주 오랜 세월,

흘러보내지 못하는 기억들을 가지고

시간이 흐르지 않는 방에서

기다림의 피리를 불었건만

열쇠를 가진 님은 냉랭하기만 합니다.

밝은듯 어두운듯  혼돈 속에서

어두운 그림자로만 날아다니는 사람은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 절름발이 사랑에 목을 매게 하지요.

 

차라리 속고 속아서

아주 오랜  세월,

목을 맨 것이 환영임을 알게 되지 않기를.

발밑에 그 세월이 녹아내리는 소리를 듣지 않기를.

하여 머리와 마음이 텅비게 되어

슬플 것도 기쁠 것도 없는 무심과 무념의 세월을 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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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回答>
 
卑鄙是卑鄙者的通行证,
高尚是高尚者的墓志铭,
看吧,在那镀金的天空中,
飘满了死者弯曲的倒影。
 

冰川纪过去了,
为什么到处都是冰凌?
好望角发现了,
为什么死海里千帆相竞?

 

我来到这个世界上,
只带着纸、绳索和身影,
为了在审判之前,
宣读那些被判决的声音。

 

告诉你吧,世界
我--不--相--信!
纵使你脚下有一千名挑战者,
那就把我算作第一千零一名。

 

我不相信天是蓝的,
我不相信雷的回声,
我不相信梦是假的,
我不相信死无报应。

 

如果海洋注定要决堤,
就让所有的苦水都注入我心中,
如果陆地注定要上升,
就让人类重新选择生存的峰顶。

 

新的转机和闪闪星斗,
正在缀满没有遮拦的天空。
那是五千年的象形文字,
那是未来人们凝视的眼睛。

 

--------------------------

* 옮겨봅니

 

비열은 비천한 자의 통행증이지만

고상은 고상한 자의 묘비명만 될지니.

보라, 금으로 도금한 하늘에

죽은자의 구부러진 그림자들이

거꾸로 서서 가득히 나부끼는 모습을.

 

대답해보라!

빙하기는 지났건만

도처엔 왜 얼음묘지만 가득한지?

희망봉이 발견되었어도

죽음의 바다에 천 개의 돛이 서로 경쟁하듯 달리는지?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단지 종이와 밧줄과 그림자를 가져와

심판의 날에 앞서

이런 판결의 소릴 선언하려 함이었던가.

 

너에게 말하노라, 세상아

나는 -너를-믿지-못한다

설사 너의 발아래 천 명의 도전자가 있을지라도

나는 천 한 번째의  도전자가 되겠노라

 

나는 하늘이 푸르다는 것을 믿지 못하고

나는  천둥의 메아리를 믿지 못하고

나는 꿈이 거짓이란 것을 믿지 못하며

나는 죽음의 인과응보가 없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만일 바다가 제방을 무너뜨릴 운명이라면

모든 쓰디 쓴 물 또한 내 마음 속으로 흘러들리라.

만일 육지가 융기할 운명이라면

인류는  생존의 봉우리를 다시 선택할 수 있으리라.

 

새로운 전기가 있어  찬란한 별들이

막힘없는 하늘을 가득히 메우리라.

그것들은 바로 오천년의 상형문자

미래세대의 응시하는 눈동자들이다.

 

* 예전에 중국시집을 보고 번역해 둔 것을 가져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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