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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 국제노동기구(ILO) 이코노미스트 이상헌이 전하는 사람, 노동, 경제학의 풍경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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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 국제노동기구(ILO) 이코노미스트 이상헌이 전하는 사람, 노동, 경제학의 풍경>. 제목만으로는 왠지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끼리는 안 읽어도 알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사실 ILO 와 관계한 저자가 말그대로 사람과 노동과 경제학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고 구입했다. 그러나 이 책은 ILO에서의 경험이나 노동, 노동경제학에 관한 책은 아니다. 경제학과 음악과 영화, 책을 넘나드는 저자의 교양과 감성이 담긴 에세이집에 가깝다. 책의 전반부는 경제학이나 경제학자를 다루지만, 중반 이후로 가면 저자의 보다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에세이가 되어간다. 이 책이 그런 이유로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나, 혹시 나와 같은 내용을 기대하고 이 책을 구입하려는 분께 이 리뷰가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기대와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이 책에 담긴 에세이 하나하나는 충분히 아름답다. 저자는 소위 과학적 경영에서 노동자가 어떤 존재로 간주되는지, 이를 반박하는 이론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소비자의 논리와 노동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현실과 소비자의 논리를 제한하려는 외국의 시도들, 포드주의의 명암, GDP 의 주창자 쿠즈네츠와 단순한 통계적 실증에 불과한 내용이 법칙화하여 맹신의 대상이 되고 만 경과, 합리의 가면 뒤에 숨겨진 편견의 그물망을 드러내는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갓 출간된 책답게 저자의 단상 속에는 최신의 국내외 이슈가 등장한다. 그리스 경제 위기, 세월호, 밀양 송전탑, 굴뚝 위의 노동자... 그리고 고 김수행 교수와의 인연까지. 이 책에서 저자는 제자로서 또 개인적으로 큰 은혜를 입은 김수행 교수와의 인연을 풀어놓는다. 칠순을 맞은 은사께 술잔을 올리며... 이 책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김수행 교수는 이 책이 나온지 얼마 안 되어 갑작스럽게 병으로 미국에서 돌아가셨다. 이 책을 내어 놓은 이후 크게 놀랐을 저자의 슬픔이 마지막 책장 이후에도 읽히는 것 같다.


풍경은 또 한번 급변한다. 이 책엔 인종 혐오로 아들을 총으로 쏜 청년의 사형 집행을 반대하며 아버지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관용의 면모를 보여준 빌 코스비에 대한 일화도 등장하는데,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어 빌 코스비가 여성 35명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한 것이 드러나 세상이 한바탕 시끄러웠다. 책을 내어 놓은 이후 이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운도 없지!) 이제 빌 코스비는 자애로운 아버지자 인류애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의 양면성과 한 쪽으로는 깨어 있어도 다른 쪽으로는 너무나 어두울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에세이에 등장해야 하리라.


후반은 다소 잡문에 가까운 느낌도 있어서, 중반 이전까지의 구성을 끝까지 가져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의 풍부한 교양과 따뜻한 인격이 느껴지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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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2015-11-2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죄송한데 글쓴이가 말하고자하는바가 뭔지 알수있을가요 ?

melona 2015-11-25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숙제를 하시려면 책을 읽으세요.
 
[중고] 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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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둘러보는 일에 강렬한 흥미를 가지고 샀지만 공장에 대해서 알 수는 없었다. 무슨 르포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독자가 공장을 둘러보고 물건이 만들어지는 의외의 모습을 목격한 듯한 생동감은 전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보다는 이 책에 가까운 것은 <생각하는 연필> 이라는 책에 나오는 사물에 대한 단상(즉 저자의 단상)모음집에 가깝다. 브래지어 공장, 콘돔 공장, 라면 공장 등 우리도 궁금해 하는 공장의 속살을 둘러봤으니만큼 좀더 호기심을 충족해 주는 글을 기대했는데, 저자의 문장을 읽고 싶어 읽는 사람들 쪽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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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빅퀘스천 - 우리 시대의 31가지 위대한 질문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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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빅퀘스천`은 정말로 빅퀘스천이기 때문에, 뇌과학자로서의 김대식 교수에 대해 아무리 큰 신뢰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이 퀘스천들에 대해서 그가 `답`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는 직관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큰 문제만 던져놓고 막상 답이 없어서 별로였다는 리뷰는.... 슬프다.) 그보다는 이 빅퀘스천들에 대해 그가 펼치는 교양인으로서의 풀이 방식의 우아함을 즐기는 것이 이 책을 즐기는 방법이다. 전통적 의미의 교양인이라는 말이 부합할 만큼 다식한데다가, 이를 꿰어맞추는 방식이 경쾌하고 동시에 우아하다. 한 `퀘스천` 꼭지 끝날 때마다 끝맺는 방식이 특히나 아름다워서, 다음 꼭지로 넘어가기 전에 한숨을 내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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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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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남기기 전에 우선 별표를 매기는 것은 나를 얼마간 당혹스럽게 한다. 로 시작되는, `나` 가 어딘가에는 들어가고 `다`로 끝나는 서로 연결되지 않은 문장들로만 모아서 리뷰를 쓸 수 있겠다. 아니, 다른 리뷰를 보니 이미 그렇게 남긴 분이 계신다. <자화상> 은 형식 면에서 인상적이다. 어느 것은 귀엽고, 어느 것은 나와 닮아 있기도 하고, 어느 것은 기발하고, 어느 것은 그러고 보니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 일상과 삶의 편린들. 그것을 모아서 한 사람의 자화상을 만드는 방법. 그는 키가 크고 - 백팔십육 센티 - 파란 눈을 한 백인이며, 사교적이고, 예술가적 기질이 농후하며, 강박적인 구석도 있다. 게이는 아니고, 그렇지만 쾌락 경험에는 열려 있는 편이다. 주로 인물 사진을 찍으며, 주로 유럽인이 일로 방문할 법한 나라들과 휴가로 방문할 법한 나라들을 방문했다. 이 편린들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작가-예술가, `에두아르 르베`를 구성한다. 이런 종류의 책은, 저자의 예술 작업이 기존에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거나 소개되어 있는 상태에서 부차적으로 소개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섯 명의 여자들 중 네 명은 사랑했다고 썼다가, 그 모든 문장이 슬그머니 잊힐 무렵 여섯 명의 여자들 중 다섯은 사랑했다고 쓰는 이 책의 어느 부분은 분명히 픽션이고, 이를 잡기가 아닌 작품으로 만드는 것도 그러한 새로운 소설 형식 면에서의 참신함이겠지만, 이 문장들이 저자의 자화상인 것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은 <자화상>을 통해서 에두아르 르베를 처음 접하지만, 구글에서 르베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 이미지 검색으로 찾은 그의 사진은 <자화상>에서 얻었던, 기교보다는 사실 그 자체의 풍부함에, 타인보다는 자기 얼굴에 충실한 그런 사진일 것 같은 느낌이지만,, <자화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라 신선한 느낌이었다(궁금하신 분은 찾아 보시라). <자살>을 집필해 출판사에 넘기고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작가인데다가, <자화상>을 비롯해 몇 안되는 작품의 대부분이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그의 다른 예술적 표현 양식(사진)으로 짐작할 때 작품의 문학적 -비자전적- 영역의 크기가 작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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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에 둔하다. 본 것도 거의 없다. 호기심에 들어가 본 레진코믹스에서 <먹는 존재> 를 봤다. <굴> 편까지가 공개돼 있었다. <훠궈>를 보고 달라서 오히려 잘 지낼 수 있었던 친구들과 동료들이 떠올랐고 <굴> 편에서 울었다. 이건 소장해야 하는 물건이다. 당장 먹는 존재 1, 2권을 샀고 도착한 그 날 쉬지 않고 `정주행`했다. 가슴에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에피소드는 역시 <훠궈>와 <굴>이다. 이 두 편은 직장생활의 애환을 그린 넘치는 이야기들 가운데에서도 오랫동안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것 같다. 훠궈는 왜 저렇게 살까 싶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실은 직장생활이라는 고충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는 동료라는 것을 말한다. 섞이지 않지만 꼭 붙어 존재하는 홍탕과 백탕마냥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서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내는 공간. `김광배(상사)도 훠궈에 넣었다 빼면 맛있어질까?` 공동의 적(마감, 악질적인 상사, 갑...)에 맞서 대항하다 보면 때로는 밉던 사람과도 동료애를 나누게 되는 순간을, `어우야` 하게 표현한 에피소드다.

<굴>은, 가끔씩 회사에서 추접한 인간을 목격하다 못해, 말 그대로 앞에 흐물흐물하고 끈적하게 늘어진 굴이라도 있다면 냅다 집어 던지고 싶은,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라도 여기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강렬한 분노와 탈출 욕구가 정점에 달했을 때의 순간을 시원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양이는 상당부분 작가를 반영한 캐릭터라고 생각되지만, 회사를 십 년째 다니고 있는 독자로서 작가가 실제로 직장에서 그렇게 한 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의 미덕은 추접한 상사의 얼굴에 굴을 집어 던지고 가래침을 뱉고 나오는 생각만해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장면을 잠시 떠올리게 해 주고는 가차없이 현실로 돌려보내기보다는, 주인공을 그 일 이후 그대로 퇴사하게 함으로써 그 해방감을 이어간다. 이후 <먹는 존재>는 다른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며 직장생활이 아닌 다른 현실의 먹방들을 찍어가고, 두세 에피소드 만에 금방 직장물이 아니게 되어버리지만, 이 에피소드의 강렬함은 이후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에도 궁핍함으로 가려지지 않는 해방감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시작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길게 썼지만, 왜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는지 살짝 억울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라는 얘기다. 부디 비프 스트로가노프나 후무스 딥 같은 같은 음식명이 등장할 때까지 오래 연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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