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작가의 옮김 1
에두아르 르베 지음, 정영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를 남기기 전에 우선 별표를 매기는 것은 나를 얼마간 당혹스럽게 한다. 로 시작되는, `나` 가 어딘가에는 들어가고 `다`로 끝나는 서로 연결되지 않은 문장들로만 모아서 리뷰를 쓸 수 있겠다. 아니, 다른 리뷰를 보니 이미 그렇게 남긴 분이 계신다. <자화상> 은 형식 면에서 인상적이다. 어느 것은 귀엽고, 어느 것은 나와 닮아 있기도 하고, 어느 것은 기발하고, 어느 것은 그러고 보니 그렇다는 생각이 드는 일상과 삶의 편린들. 그것을 모아서 한 사람의 자화상을 만드는 방법. 그는 키가 크고 - 백팔십육 센티 - 파란 눈을 한 백인이며, 사교적이고, 예술가적 기질이 농후하며, 강박적인 구석도 있다. 게이는 아니고, 그렇지만 쾌락 경험에는 열려 있는 편이다. 주로 인물 사진을 찍으며, 주로 유럽인이 일로 방문할 법한 나라들과 휴가로 방문할 법한 나라들을 방문했다. 이 편린들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작가-예술가, `에두아르 르베`를 구성한다. 이런 종류의 책은, 저자의 예술 작업이 기존에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거나 소개되어 있는 상태에서 부차적으로 소개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여섯 명의 여자들 중 네 명은 사랑했다고 썼다가, 그 모든 문장이 슬그머니 잊힐 무렵 여섯 명의 여자들 중 다섯은 사랑했다고 쓰는 이 책의 어느 부분은 분명히 픽션이고, 이를 잡기가 아닌 작품으로 만드는 것도 그러한 새로운 소설 형식 면에서의 참신함이겠지만, 이 문장들이 저자의 자화상인 것 또한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은 <자화상>을 통해서 에두아르 르베를 처음 접하지만, 구글에서 르베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 이미지 검색으로 찾은 그의 사진은 <자화상>에서 얻었던, 기교보다는 사실 그 자체의 풍부함에, 타인보다는 자기 얼굴에 충실한 그런 사진일 것 같은 느낌이지만,, <자화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사진들이라 신선한 느낌이었다(궁금하신 분은 찾아 보시라). <자살>을 집필해 출판사에 넘기고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작가인데다가, <자화상>을 비롯해 몇 안되는 작품의 대부분이 자신의 삶을 주제로 한 것이긴 하지만, 그의 다른 예술적 표현 양식(사진)으로 짐작할 때 작품의 문학적 -비자전적- 영역의 크기가 작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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