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란 무엇인가 - EBS 교육대기획 초대형 교육 프로젝트
EBS <학교란 무엇인가> 제작팀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빌려읽음. 

1.
이 책은 EBS에서 10부작으로 기획된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책은 총 2권으로 기획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 중 첫 번째 권이라고 한다. 미래의 학부모가 된 자신을 상상하면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각론적인 부분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인상 깊었던 몇몇 부분의 요약. 

   (1)아이를 무작정 칭찬하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칭찬이나 벌은 외적인 자극인데, 아이를 진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이런 외적인 자극이 아니라 내재적 동기 유발이다. 칭찬, 특히 아이의 성취를 칭찬하는 것은 결국 아이를 평가하는 것이며, 아이는 오히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성취를 칭찬하는 것은 아이가 부모를 기쁘게 하거나, 아이에게 감동을 주었을 떄에만 살아받는다고 느까게 만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칭찬이라는 평가가 아니라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이다. 따라서 아이를 평가하거나 아이에게 기대를 품고 칭찬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기울인 노력에 대하여 칭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사교육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쌓아갈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다. 아이는 사교육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게 될 뿐이며, 그 결과 자기에게 맞는 공부법을 알아낼 시간도,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점검해볼 시간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자신의 진짜 실력을 점검하지 않고 주어진 프로그램을 이행한 결과, 아이에게 남는 것은 자기가 뭔가 알고 있기는 하다는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만심 뿐이다.

2.
이런 내용들은 미래의 학부모로서의 나에가 아주 큰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었던 것은 미래의 학부모로서의 행동지침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 따끔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메타인지 능력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그러하였다.

이 책에서 바람직한 자녀의 모습으로 제시하고 있는 '상위 0.1%'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그들이 메타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메타(meta)는 한 단계의 고차원을 의미하는데, 따라서 메타인지는 자신이 무엇을 인지하고 있는지를 한 처원 위에서 조감할 수 있는 능력, 즉 스스로 얼마만큼 아는지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은 자신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느낌 사이의 격차를 자주 경험할 때 길러진다. 자신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을 정화히 확인하는 방법은 자신이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복습, 정리하는 것이다. 사교육에  매몰된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므로 이러한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 부분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나는 지금까지 공부해오면서 철저하게 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나는 꽤 많은 시간을 전공을 공부하는 데에 쏟아 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정복하기 어려운 난해한 부분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훑고 지나가고, 정확한 이해에 도달하지도 못하였으면서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희미한 느낌을 내가 아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메타인지 능력을 결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막연하게 느꼈던 이런 불안감이 메타인지라는 명확한 개념으로 나에게 주어진 이상,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아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이렇게 나는 이 책의 각론적인 내용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다. 다만, 이 책은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총체적으로 조망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교육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서 동의할 수 있을꺼? 이 책의 말미에는 유명한 대안학교인 서머힐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그 학교가 제시하는 교육의 방향은 그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것이지만, 나와 내 자녀들이 살아갈 한국의 현실에 합치하지는 않는 것 같다. 모든 것을 학생의 자율에 맡기고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연제 공부할지를 전적으로 학생들이 결정하게 하는 방식은 지금의 한국에 도입하기에는 너무나 급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는 2011년의 대한민국은 나의 학창시절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고, 아마 내 자녀들도 비슷한 학창시절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러한 세상에 한 명의 학부모로서 어떤 태도를 취하여야 할까? 내 자녀들을 어떤 사람이 되도록 하여야 할까?

랜디 포쉬는 <<마지막 강의>>의 서문에서 "모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옳고 그름에 괸하여, 현명함에 관하여, 그리고 살면서 부닥치게 될 장애물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싶어햔다."고 말한다. 나는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그러나 무엇에 가중치를 두고 가르칠 것인지?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좋은 직업을 얻어 부와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를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을 대학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12년의 학창시절은 오로지 좋은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의 시간이 되고, 아이들은 경쟁으로 내몰려 피폐해진다.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경향성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종종 신문에서 대학을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한국의 현실을 단호히 부정하고 자신의 자녀를 다르게 교육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다. 그들의 선택은 용기 있는 행동이고 존중받아 마땅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나는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그들의 자녀는 감옥같이 답답한 학창시절에서는 자유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에서 삶을 지속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한국에서 한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는 그의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자녀들은 이러한 현실과 맞닥드리게 되었을 때 이겨낼 수 있을까? 이런 회의가 나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좋은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은 단순히 학벌이라는 일종의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좋은 대학에서 받는 최고의 교육, 전국 최고의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쌓는 경험들, 우수한 사람들과 꿈을 공유하면서 넓어지는 시야. 이른바 명문대에 다님으로써만 얻을 수 있는 이런 체험은 확실히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을 나는 대학에 다니면서 절실히 느꼈다. 사람이 자신을 둘러싼 틀의 범위까지만 성장할 수 있다면, 그 틀을 최대한 넓혀 두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은 대학에 진학할 나이의 학생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틀을 한껏 넓혀 놓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을 지상 명제로 삼아 맹목적으로 달려가고 싶지는 않다. 나는 대학에 다니면서, 우수한 지적 능력과 인격적 성숙은 별개라는 사실 역시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로지 자신의 성취를 위해 달려 나가며 주위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이득만이 우선이며 더불어 살아갈 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그 우수한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이 사회에서 높은 성취를 누릴 지도 모른다. 그라니 나는 내 아이들이 그런 괴물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들은 장애물을 뛰어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감수성을 상실한 사람들이다.

요컨대 나는 내 아이가 균형 잡힌 사람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 내 아이가 살게 될 한국 사회를 현명하게 살아나갈 힘을 가지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 내 아이를 키우고 싶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길로 나아가기는 지극히 어려운 것 같다. 어떻게 나와 내 아이는 이러한 좁은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에서 하나의 모범으로 제시되고 있는 0.1%의 아이를 만드는 것은 그 길로 나아가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0.1%의 아이는 당연히 학업성취도가 뛰어난 아이들이다. 다만 나는 성취 그 자체보다도, 그들이 학업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들을 언급하고 있는 책의 부분에 더 마음이 간다.

  "어린 시절,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해서 공부에 몰입해본 경험, 최선의 노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성취감,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유혹을 극복하는 힘, 이런 능력들은 아이가 인생을 살아 나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p.250)

   "우리가 아이들에게 공부법을 알려주고 공부를 잘하도록 격려하는 것은 아이들이 배우는 기쁨을 알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공부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아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르는 문제를 해결했을 대의 희열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학창 시절에 그런 기쁨과 희열을 맛본 경험은 아이들 가슴속에 자리 잡은 꿈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다. 우리가 교육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p.251)

배움을 통해서 희열을 얻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힘을 얻으며, 자신의 꿈을 위해서 노력하는 삶, 책의 이 구절들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서는 바람직한 자녀 교육의 방향으로 여겨진다. 다시 한번, 미래의 내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판별할 줄 알며,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나중에 내가 자녀들을 교육할 때 이 책을 읽은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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