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천하를 논하다 - 공자와 그의 제자들 1 이상의 도서관 2
신동준 지음 / 한길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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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2권으로 되어 있는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1권.

   저자가 이 두 권의 저작을 통하여 목표로 하는 바는 공자-맹자-주자로 이어지는 성리학의 계보가 공학(公學)의 적통임을 부인하고, 공학의 본령이 치평학(治平學)이며 그 적통이 순자에게 있음을 논증하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공자의 본질은 도덕교사가 아니라 현실정치가이다. 그의 학문은 전적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를 이론과 실천을 통해 터득하는 것을 골자로 삼은 일종의 치평학이며 그가 그린 이상적인 천하를 이루는 정체는 군자의 양산을 통한 군자의 지배, 즉 군자정(君子政)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그가 말년에 정립한 치평의 교과인 「시」,「서」,「예」,「악」을 체화할 정도로 익힌 자들이며 따라서 "공자가 말한 성인과 군자는 전적으로 학문을 닦고 이를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다."(p.13) 그러나 맹자는 "요·순을 닮는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성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단언"함으로써 "학문의 연마과정을 생략한 채 덕성의 함양만을 크게 강조"(p.13)했으며, 주자는 후에 맹자를 공자의 적통으로 추인함으로써 유학을 "윤리도덕철학으로 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p.22) <<공자와 천하를 논하다>>는 저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후대의 위문과 주석을 산삭함으로써 공자의 일생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복원하려고 시도한 책이다.공자는 고대의 사람이어서 그의 생애를 가까운 시대의 사람과 같이 완전히 복원해내기란 힘든 일이며 따라서 이 책은 공자의 생애를 몇몇 시기로 구분하고, 각 시기별로 후대에 중요하게 간주되었던 사건들에 대한 주석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나는 이 책을 공자의 생애를 개략적으로 개관하기 위해 읽었기 때문에 고금의 주석들에 관한 내용은 설렁설렁 건너뛰면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공자는 파란만장한 생애를 살았다는 것. 이 책에서 취한 공자의 생애의 시기구별은 대략 이렇다: 1)출생 2)6예를 익히던 젊은 시기 3)제나라 유학기 4)양호 집권기에 사숙을 열어 1차 제자를 받아들인 시기 5)노나라의 조정에 참여한 시기 6)철환천하 7)노나라 귀환의 말년. 이에 따라서 공자의 일생을 개략적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공자는 춘추시대 말기인 오월시대의 사람으로, 오월시대는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를 잇는 이행기로 주(周)왕실의 권위가 무너지고 공실(公室)들은 그나마 지키던 명목상의 왕도도 저버리며 노골적으로 패도를 추구하던 시기였으며, 전래의 규범이 문란해져 백성은 전쟁에 휘말리고 세상은 혼탁하였다. 이러한 시대에 하급 사족인 숙량흘과 안징재의 야합으로 태어난 그는 젊어서 먹고사느라 6예를 연마하였으나 그에 그치지 않고 제나라로 가서 고급 문화를 접한다. 그는 평생 치평의 도리를 숙고하였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그는 50이 넘어서야 비로소 노나라에 출사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며, 대부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는 노나라의 공실을 농락하던 3환을 숙청하려다 실패하고 노나라를 떠났다. 이후 14년간 철환천하하며 유세하였으나 어디서도 등용되지 못하고 69세에 노나라로 돌아와 치평학의 기본 교과를 정리하고 74세에 사망하였다.

   현실적으로 그는 거의 완전히 실패한 정치가였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 "나는 불우한 것을 꺼리고 싫어한 지 오래 되었지만 그 불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운명임을 깨달았다. 또 나는 자기 뜻대로 되기를 바란 지 오래 되었거니와 그 희망이 달성되지 않는 것은 시세 탓임을 알게 되었다."(p.266) 그는 50이 넘어서야 출사할 수 있었으며, 노나라에서 3환의 숙청에 실패하였을 때 공자가 그의 뜻을 현실정치에서 펼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날아간 것 같다. 그 이후 철환천하하였던 시기에는 군대에 포위되기도 하고 식량이 없어 굶기도 했으며 세인의 평가는 냉소적이었다. 심지어 노나라로 돌아온 말년에도 장남인 백어, 가장 총애하였던 제자인 안연, 공자의 가장 충직한 제자였던 자로의 죽음을 겪는다. 그러나 공자는 그의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던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공자를 비조로 하는 유학은 이후 2000여년간 동아시아의 지배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저자는 그가 만세의 사표로 남아서 궁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두 가지에서 찾는다. "하나는 전래의 고전을 정리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많은 제자들을 육성해 공학을 후대에 전파하게 만든 공로 때문이다."(p.314)  

   책에 대한 불만점. 방론이 너무 많아서 난삽해보인다. 읽다가 '좋은 이야기이긴 한데, 이걸 왜 이 책에 써 놓은 거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여럿 있었다. 예컨대 pp.73-76의 '유재시거(惟才是擧)'와 관련된 고사들이 그렇다. 좋은 고사들이기는 하지만 논지를 따라가는데 방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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