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비 윈투어 - 스타일리시한 포스를 만드는 39가지 자기경영법 Wannabe Series
제리 오펜하이머 지음, 김은경 옮김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1. 책의 원제목인 <>는 패션쇼를 관람하는 맨 앞자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 맨 앞자리는 패션계의 거물에게만 허용되는 자리이다. 안나 윈투어의 패션계에서의 위치를 함축하는 단어가 책의 제목이 되었는데, 저자인 제리 오펜하이머는 가십 기사의 감각으로 윈투어의 성공을 추적한다. 속도감 있게 재미있게 읽었으나 두 번 읽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2.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안나 윈투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 <>>의 편집장을 오래 하고 있다는 것, 패션계의 거물로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멜린다 프레슬리의 모델이라는 것 정도였다. 나는 책은 읽지 않고 영화만을 보았는데 거기서 편집장은 부하 직원에게는 거의 악마와 같은 상사로 그려지고 있다. 요컨대 안나 윈투어는 성격이 매우 나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관심사는 단 하나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성격은 개차반인데다가 직장 동료와는 불화만을 일으키기 십상이었던 안나 윈투어라는 인물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가이다. 물론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녀 일신의 능력에 있을 것이다. 패션에 대한 그녀의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 탁월함을 포착할 수 있는 심미안, 목적을 설정하고 그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삶의 태도: “안나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으며 목표에 도달하겠다는 결심으로 앞만 보며 나아갔다.”(p.167) 이런 맹렬한 추진력과 삶을 조직하는 능력은 놀라운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상당수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만으로 충분한가? 안나 윈투어는 직장 동료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하고 싶어했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안목을 신뢰하고 그것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다.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혼자만의 힘으로는 정점에 올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 자연스레 융화되지 못하고 상사와 자주 반목하는 윈투어는 어떻게 패션계의 정점에 이를 수 있었을까? “안나는 유능한 사람들을 주위에 포진하는 사람이거든요.”(p.137)

   성격 나쁜 안나 윈투어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은 일견 모순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인맥관리'의 방략이 서로 다름을 의미한다. 안나는 필요한 사람을 옆에 두는 데에 비상한 능력을 가졌다. 그에게 필요한 사람은 크게 보아 두 유형이었다: i)잡지사의 실권자나 경영자로 안나 자신에게 필요한 지위와 권한을 줄 수 있는 사람 ii)잡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안나는 재능과 매력으로 어필했다. 예컨대 <>의 리버맨과 같은 사람에 대한 언급: "리버맨에 안나에게 완전히 빠졌을 거란 확신이 들어요. 안나는 무척 매력적인 여자니까요. .. 더욱이 리버맨은 안나의 재능도 알아보았어요."(p.209) 안나의 외모는 높은 지위에 있는 남자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 윈투어는 영국의 <<이브닝 스탠더드>> 편집장이었던 아버지를 통해서 인맥을 쌓기 시작한 이래, 접근하고 어필했다. 그리고 남자들은 신기하게도 계속해서 문제가 생길 때에 윈투어를 지지했다. 여자에게 있어서 외형적 매력은, 비할 바 없이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두 번째 유형, 잡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람들. 안나는 특히 뛰어난 포토그래퍼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그들에 힘입어 독단적으로 자신의 일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안나가 포토그래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의 훈련된 눈과 경험을 믿었"(p.110)기 때문이다. "안나는 보기 드물 정도의 독창적 안목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창조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데 귀재였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안나의 가장 뛰어난 특성이라고 생각했다. 안나는 아버지처럼 아주 뛰어나고 총명한 인재를 고용하여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했고 어느 정도까지 자유재량을 허용해주었다."(p.110)

   요컨대 자신을 부리는 사람에게 어필하고, 자신이 부리는 사람을 뛰어난 사람으로 채우는 것. 안나는 수직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 끊임 없이 자신을 어필함으로써 위로 올라갔다. 일에 있어서의 인간관계와 인맥관리는 질척거리는 관계로서가 아니라 합리성과 이해의 일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나 윈투어는 그의 인간관리를 통하여 보여주며, 인간관계와 인맥관리를 냉철하게 구분하여야 한다는 것이 내가 책에서 얻을 수 있었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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