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딸 (상) 환상문학전집 7
레이먼드 E. 파이스트 외 지음, 권도희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아코마 가문의 딸인 마라가 당주가 되어 아버지와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민와나비 가문에 복수하고 정쟁에서 싸워가는 이야기. 상하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절판되었으나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음.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마라의 세 승리: '회색 병사' 들을 포섭하고, 번토카피를 자결시키고 아코마 가문의 권력을 회복하고 아나사티의 보호를 동시에 얻은 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와나비의 영주인 진구를 자결로 몰아넣은 일. 이 모든 사건에서 마라가 승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은 상대를 법도와 규칙에 속박시키되 자신은 거기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제국을 지배하는 관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케요크의 말, "그게 법입니다."(上, p.67) 제국의 모든 사람들은 명예와 계약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법도와 전통에 얽매여 있다. 그리고 법을 어기는 자는 죽어야 한다. 마라는 자신의 남편인 번토카피가 동맹의 수장을 모욕하게 함으로써 그를 자결로 몰아넣었고, 진구가 그 스스로 한 선언을 어기게 만듬으로써(정확히 말하자면 어긴 것처럼 보이도록 사람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그를 자결시킨다. 상대방을 패배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옭아매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마라 그 자신은 법도와 규칙에 교조적으로 얽매이지는 않는다. 그가 회색 병사들을 자신의 휘하에 끌어들이면서 한 말에 그가 이길 수 있었던 모든 이유가 있다: "우리가 지키고 있는 전통이란 것은 마치 강물과도 같아서 산 속의 샘으로 흘러 들어갈 수도 있고, 바다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급류에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요. 하지만 자연의 법에 도전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그런 전통의 길에서 아코마와 같이 돌아가자고 나는 지금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사 가끔은 폭풍우 때문에 강물이 새로운 지층을 새기는 일이 생기더라도 말입니다."(上, pp.133-134) 상대방을 속박하고 자신은 자유로울 것. 이것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이다. 승리는 상황을 통제하고 운용하는 자의 것이며, 운용과 통제를 위해서는 그 스스로가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남의 나와바리에서 싸우면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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