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원래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천성적으로 게으른 편인데 운동을 할때만은 몸을 움직이기를 즐거워한다.

그러나 묵묵하고 성실한 타입이 못되는 탓에 자신과의 싸움에 가까운 소위 말하는 바디빌딩은 사절이다.

다른 운동을 잘하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면 하겠지만 단순히 몸을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

쇳덩어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절이다.

그래서 항상 운동을 할때는 뭔가 배울수 있는 것으로 한다.

올해 초 그래서 미지의 영역인 격투기의 세계로 입문을 했다.

난 어릴때부터 그 흔한 태권도도장한번 다녀보지 않았기에 새로 등록한 권투 도장은 무척 낯설고

그리고 설레었다.

어언 권투를 시작한지도 8개월이 되었다(사실 이부분은 민망하다 한주에 3번도 채 못갈때가 많은데 - -;)

제법 주먹을 지르는게 폼도 나고 샌드백을 때릴때 펑펑 소리도 난다.

그런데 이 권투라는 운동이 재미도 있지만 때론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시합이나 스파링이 아닌 이상 같은 동작을 끝없이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폼으로 거울을 보고 주먹을 내지르고 같은 동작으로 샌드백을 때리기를 수천번 수만번 하게 된다.

처음에 난 그렇게 생각했다. 이거 계속 반복한다고 실력이 되나.. 그냥 운동삼아 한다고 생각하고 하자..

그러나 같은 동작이 수백번 수천번 반복되면서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코치가 자세를 수정해줄때면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선뜻 말대로 몸이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서 어느 순간 같은 동작이라고 생각한것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수있다.

좀 더 자세가 편안해지고 힘이 붙으며 보기에도 그럴듯 해지는것이다.

몸이 느끼는 것이다. 몸이 느끼고 변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눈도 한 몫한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의 폼을 보면서 무의식중에 뇌리에 박혀서 몸을 인도할 것이다.

수많은 반복을 통해서 몸이 스스로 진보하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그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무슨 일이든 반복하게 되면 상당히 싫어하고 심지어는 짜증도 낸다.

나도 실제로 내 일이 비슷한 일의 반복의 연속이기 때문에 몹시 지루하다.

하지만 그 반복속에서 어떤 진보를 느낄 수는 없을까? 하고 한번 물러서게 된다.

남들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도 수많은 반복속에서 그사람만의 특징을 그사람만의 우월함을 

나타내는 무언가를 이룬다면 그것은 이미 단순한 반복이 아닐 것이다..

이왕 하는 일이면 내 일에서 좀 더 특별함을 얻는 쪽으로 나를 몰아가야겠다.

내가 그렇게 나를 잘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걸 알지만....

 

 

운동을 하다 보면 인생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인생에서 직접 배우려면 어떤 행동이나 원인에 대한 결과가 눈에 보이거나 느껴질때까지

너무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운동에서는 같은 현상이 아주 짧은 싸이클로 직관적으로

보여진다. 항상 캐스터들이 어떤 종목을 중계하면서 그 경기가 "한편의 인생사와 같죠" 라고 하는 것은

이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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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12-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궈, 권투.. 제가 누구한테 맞고 왔을 때 배우고 싶었던 게 바로 권투였어요. 무예 중 권투만큼 싸움을 잘하게하는 건 없는 것 같아서요. 물론 님은 그런 저급한 차원이 아닌, 인생공부를 위해서 권투를 하시지만요. 일년간 제게 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구 해서 죄송합니다.

maverick 2005-01-0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공부라니요 너무 거창합니다. 권투 배우는 목적은 별거 아니고 '지루하지 않게 다이어트하기' 입니다 ㅋㅋ 그리고 좋은 글로 읽을 거리 만들어주시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제가 잘해드렸다니요. 앞으로도 좋은 글들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