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 스타일 유머

아는 여자 (2disc) - 할인행사
장진 감독, 이나영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4년 9월

장진 감독의 유머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다 기억에 남는건 "킬러들의 수다"와 어제  본 "아는 여자" 정도?

하지만 그가 웃기는 방식이 맘에 든다.

그의 영화속에서 웃기는 사람들은 항상 나름대로 진지하다. 하지만 보는 사람은 웃긴다.

누군가 망가지거나 실수해서 웃기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상황을 보거나 들었을때 일반적으로 대부분이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말할 내용에서

꽤 많이 벗어난 무언가를 보여줄때, 그 무언가가 "아하~ 맞아맞아" 라는 공감을 포함할때

나오는 유쾌한 웃음을 말하는 것이다.

킬러들의 수다에서 뜀박질 하나는 죽여주는 신하균이 '길치'라서 마라토너를 포기했다는

원빈의 설명이 나올때 나는 정말 뒤집어졌다.

평소에 "마라토너들은 그 긴 거리를 뛰면서 길 잘못 드는 선수는 한명도 없을까?" 라고 궁금해하던

나의 엉뚱한 상상에 맞장구 쳐줬기 때문이다.

아는 여자에서는 그 시스템을 한이연이 영화중에서 드러내고 동치성이 맞장구를 쳐준다.

한이연은 야구를 거의 모르는 사람이고(평소 내 생각에도 야구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도대체 뭐하는 운동인지 정말 이해할 수 없어 보일것이라 생각하곤 한다) 그녀의 엉뚱한 질문은

동치성을 대답도 선뜻 못할만큼 당황하게 만들지만 결국 동치성은 정말 궁금해진다.

그래서 그는 투수앞 땅볼을 관중석으로 던져버린다.

그리고 야구팬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정말 그러면 어떻게 되는건지 끝까지 궁금할테고

나같은 야구팬조차 '주자를 2루까지 밖에 못가지..' 라고 답을 알지만.. 정말 저러면 그 선수 어떻게

될까? 라고 씩 웃게 된다.

장진감독의 영화는 영화 자체가 흥미진진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스토리를 가지진 않는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어느새 엔딩이 올라가는 그 느낌이 참 괜찮다.

그것이 아는 여자를 선뜻 비디오 가게에서 선택하게 만든 이유이다.

그가 쓰고 연출했던 '동막골 사람들' 인가 하는 연극이 영화화된다고 한다.

연극이 공연될 때 못 본 것이 아쉬웠는데... 영화화된 그의 새로운 창작물을 기대해 본다..

p.s 평소 이나영을 좋아하진 않는데 이 영화에서 참 이쁘게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평소와 달리

이쁘게 보인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 -; 그녀의 연기는 '네멋' 이나 '아는 여자'나 '아일랜드'나 전혀

변함이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