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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제1,2,3부 - 전32권 세트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리즈를 읽고 있다
전32권 중에 지금 13권을 읽고 있는데 꽤 빠져들만한 내용이긴 하다. 실제 역사와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가 훌륭하여 역사서가 아니라 소설로서 읽기에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32권의 압박에 사서 보지는 못하고(요즘은 왠만하면 책 사서 보려고 하고 있는데도) 구립도서관에서 빌려다 보고 있다. 도서관 가는 교통편이 영 마땅치 않은 덕분에 항상 주차장서 놀고 있는 내 애마가 토요일에 한번 잠깐 부팅할 기회가 생긴다. 한번에 3권밖에 관외 대출이 안되는 이유를 포함해서..
읽다 보면 언뜻 삼국지에 비교되는 면이 있는데 아무래도 스케일이 좀 작다. 대군을 몰고 가는 장면에서 그 대군의 숫자는 겨우 몇만이다. 삼국지의 몇십만의 대군과 비교되는 부분이다.(이런 상황에서 명나라 정복까지 꿈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뭘 모르는 넘인가. 엄청난 야심가인가 - -;) 게다가 삼국지가 매력적인 이유중의 하나인 뛰어난 장수에 대한 언급이 적다. 도쿠가와의 가신 사슴뿔 투구 혼다 정도가 뛰어나게 나오는데 결국 이들 장수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적어서 삼국지로 치면 관우, 장비, 조운 등의 얘기는 거의 안하고 유비,조조 얘기만 나오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전투 장면도 삼국지처럼 자세히 묘사하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재밌는 이유중의 하나는 각 통치자들의 세세한 말과 행동과 처신이 자세히 묘사되고 삼국지와 다르게 세력들간의 치밀한 외교전이 생생하게 묘사된다는 점이 또다른 재미다.
또 한가지 재미는 요즘 재밌게(약간 불만도 섞였지만) 보는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역사적 시점이 겹쳐서 또다른 재미가 있다. 이순신한테 맨날 깨지는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이 히데요시 밑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몇가지 재미로 최근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인데 10권을 넘게 읽으면서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독특한 점을 보게 된다. 그들은 같은 유교,불교 문화인데도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꽤 다른걸 볼 수 있다.
첫째로 그들은 가문을 중요시 하지만 그들 가문을 나타내는 성(姓)에 대해서는 아주 가볍게 생각한다. (이름도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버지때까지의 성은 마츠다이라이다. 히데요시의 경우는 하시바였고. 그들은 처음에 아명을 쓰다가 관례를 올리면서 이름을 바꾸는데 일생동안 꽤 여러번 바꾼다. 그 와중에 어떤 중요한 계기에는 성까지 바꾸어버린다. 물론 이들이 특별한 지위에 있는 넘덜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보기엔 참 특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그들이 성(性)에 대해 개방적인건 아주 전통적인 경향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12살에 관례를 올리고 그 이후로 결혼을 한다. 나이가 정해진건 아니지만 대개 10대중반에 결혼을 하고 정략 결혼의 경우는 12-13세나 혹은 관례를 올리기도 전에 결혼을 하기도 한다. 또한 10대 초중반에 만나는 남녀의 애정 행위에 있어서 성적인 부분이 아주 자연스럽다. 심지어는 한 가문의 주군인 도쿠가와나 요시모토의 10대 시절에 그들은 야외에서 성행위를 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은 순결에 대해서도 아주 관대하다. 혼전 순결을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어디에도 없고 이혼과 재혼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혼전순결이란 말 자체가 웃기다고 생각하지만 이 당시의 우리 나라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은 워낙 전쟁이 잦아 남자들이 많이 죽어서 재혼에 대해서 관대한 것이 아닌가 하는 고려도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같은 유교 문화권에서 중요시 되는 이 두가지에 대해서 관대했던 일본인의 전통은 어디서부터 유래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충 임진왜란 시기인 선조때와 겹치는 이때에 이런 자유스러운 생활 방식은 상당히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로 내게는 다가온다.
이 시리즈를 읽은지 2달쯤 되었다 두달에 16권은 읽을것 같으니 4달이면 전체를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삼국지를 비롯해 역사소설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새로운 기쁨을 만나 요즘 상당히 즐겁다. 이 시리즈를 다 읽고 나면 전체에 대해서 다시 한번 리뷰를 써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