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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할인행사]
노라 애프런 감독, 로스 말린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운명적 만남을 믿는가? 여기 믿기 힘든 두 남녀의 만남을 다룬 영화가 있다.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작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1993)이다.
털털함과 금발이 매력인 여배우 맥 라이언과 <빅>(1988)의 주인공 톰 행크스의 만남. 여기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노라 애프론이 설계도와 지휘봉(연출, 각본)을 잡은 작품이다.
2012년에 삶을 마감한 노라 애프런은 할리우드의 대표 영화감독이자 작가다. 부모 모두가 1950년대 유명 로코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녀는 애초부터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애틀에서 볼티모어? 이 정도쯤이야
7살 아들 '조나'를 두고 먼저 하늘로 가버린 아내를 잊지 못하는 '샘'. 고민 끝에 그는 아내와의 기억으로 가득한 시카고를 떠나 서쪽 끝 시애틀에 정착하기로 한다. 물론 그는 여전히 그녀를 너무나 그리워한다. 당장엔 누구도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로부터 18개월 후, 동쪽 끝 볼티모어. 한 여자가 그녀의 약혼자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부모님 댁에 들렀다. 온 가족이 함께한 식사 시간은 사실 특별함도 부족함도 없었다. 대부분 집들 마냥 평범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다. 단 하나, 할머니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아 온 웨딩드레스가 찢어진 것 말고는...
그날 밤, 남친 소개 작전 대성공으로 텐션 충만해진 '애니'는 혼자 차를 운전해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아빠에게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조나'의 기특한 사연을 듣게 되는데...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주문한 것조차 마법 같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애니. 아니나 다를까 조나와 샘의 사연에 완전히 빠져들어가는데;;;;
개연성이 밥 먹여주나?
사실 이 영화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개연성이 없다.ㅋ 아무리 복선들을 정성스레 깔아 놓았다지만 그 정도로 퉁을 치기엔 해도 해도 너무했다. 골수 현실주의자들은 아마 보다가 도중에 뛰쳐나갈지도? ㅎ 필자 역시 영화든 소설이든 개연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거슬리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걸 상쇄시키고도 남을 매력 포인트가 있다.
첫째. 억지 개연성으로라도 이어주고픈 세 명의 러블리 캐릭터다.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샘(톰 행크스)'과 그런 아빠에게 새엄마를 찾아 주고 싶어 하는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 그리고 미 대륙 끝(시애틀)과 끝(볼티모어)의 거리 차에, 얼굴도 모르는 둘(샘&조나)의 라디오 사연에 운명임을 직감하고 과감하게 진격하는 '애니(맥 라이언)'.
이 영화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감미로운 OST다. 듣자마자 <카사블랑카>(1942)를 바로 떠올리게 되는 <As Time Goes By>부터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유명한 엔딩곡 <When I Fall In Love>까지. 간만에 추억의 명곡들을 감상하느라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유튜브 뮤직 서핑을 했다.
마무으리
리즈시절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은 언제나 나의 10대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그 시절 영화를 그닥 많이 보지 않았음에도 왜 보는 족족 두 사람이 등장하는지.ㅎㅎ 지금 생각해도 신기방기다(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 로빈 윌리엄스 추가요~!).ㅋㅋ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장르는 멜로/로맨스가 아니라 걍 판타지다. 비현실로 범벅이 되어있다. 그래서 화나냐고?? 그건 아니다. 대놓고 '이건 운명이야!, 마법이야!'라며 광고(?)하고 있으니 되려 이 비현실적 철부지 설정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마치 애니가 샘과 조나의 사연에 빠져들어 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현실의 문제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오로지 세 주인공이 얼른 만나 이루어지기를 응원할 따름이다.
현실의 기준으로 보면 이건 뭐 되지도 않는 설정에 주요 캐릭터들도 완전 철부지에 사회 부적응자일 것만 같다. 보는 내내 "이게 말이 돼???", "제정신인가?"를 계속해서 연발하는 사람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되묻고 싶다.
현실적인 게 반드시 옳은 것인가?
그냥 나처럼 판타지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며 맘 편하게 그들을 응원하는 건 어떨까? 한번 해보시라 다 보고 나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낄지 모른다.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넷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