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농의 샘 1 - [초특가판]
끌로드 베리 감독, 엠마누엘 베아르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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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뒷좌석의 시점에서 극은 출발한다. 시작과 동시에 흐르는 장엄한 전주에다 마치 영화 <대부>를 연상시키는 구슬픈 하모니카 선율이 이어진다. 곡의 제목은 '운명의 힘'으로 베르디의 오페라다. 운명의 힘... 제목만으로도 영화 속 인물들의 기구한 운명의 장난을 예상하게 된다. 과연 그들 앞에 어떤 비극이 펼쳐질까?

차에 타고 있던 인물은 이제 막 군에서 제대를 한 위골랭 스베랑이다. 그는 고향인 프랑스 프로방스에 정착하기 위해 수익이 쏠쏠한 카네이션 재배를 통해 큰돈을 벌려는 계획을 세웠다. 도착하자마자 유일한 혈육인 삼촌 빠뻬 스베랑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그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꽃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빠뻬지만 카네이션의 수익성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부터 180도 달라지는 그의 반응.ㅎ 다른 혈육이 없다 보니 둘 사이는 거의 부모 자식이나 다름없다.

빠뻬는 위골랭에게 모든 것을 지원하고 남겨주려 한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따뜻하고 희망찬 분위기다. 이들에게 어떤 시련도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지만 웬걸? 이것들이 원흉일 줄이야.ㅎ

카네이션 프로젝트에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물. 수조나 펌프로도 감당할 수 없는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은 고민을 하다. 이웃에 사는 노인에게 그가 놀리고 있는 밭과 샘을 사기로 한다.

하지만 노인은 전혀 팔 생각이 없는 것을 넘어 뭔 사연이 있는지 스베랑 집안 욕을 둘 앞에서 아주 그냥 씨원하게(?) 날려버린다. 여기서 다시 울려 퍼지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 운명의 여신은 과연 어떤 장난을 펼칠까?

1부의 원제가 '장 드 플로레트'인 이유

프랑스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인 클로드 베리. 그의 1986년 연출 작 <마농의 샘>의 원제는 장 드 플로레트(Jean De Florette)다. 이는 이웃 노인의 집과 땅을 상속받은 손자의 이름이다. 제목이 앞서 언급한 스베랑 가의 두 인물이 아닌 만큼 장은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이다.

아내와 예쁜 딸 마농과 함께 노인의 집으로 온 장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하모니카로 '운명의 힘'을 연주한다. 그의 아내 역시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데...(아.. 안돼!!!)

도시와 시골

도시에서 세무공무원을 하던 장과 오페라 가수였던 그의 아내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다. 장은 위골랭과 함께 가구를 정리하던 중 그에게 본인이 시골로 온 이유를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도시인이 바라는 평화롭고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듯하다. 도시 속 경쟁에 신물이 난 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여유를 찾아온 것이다.

물론 꼽추인 그를 무시하는 시선 역시 도피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근데 그런 시선은 시골 역시 마찬가지;;;;). 그런 그에게 장이 떠나기만을 바라는 위골랭은 시골생활의 현실로 팩트 폭격을 해보지만 장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지식과 경험

장의 믿는 구석이란 결국 그의 어머니가 남긴 돈과 지식이었다. 농사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담은 책들, 그리고 도시에서 그가 배웠을 새로운 과학 지식들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했다.

경험이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지식으로 무장한 들 시행착오 없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바로 운전을 잘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장은 연속되는 실패 앞에 좌절하고 만다.

욕망과 죄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모두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심적 여유를 찾아온 듯 보이는 장 조차 중반부터 토끼 대량 사육이라는 그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의 욕망을 처음 이야기할 때의 연출은 그 이전과 크게 다르게 표현된다.

마치 그전까지 차분하고 여유로운 그의 모습과 반대로 격정적이고 너무나 확신에 가득 찬 연출이다. 그래도 그는 양반이다. 적어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빠뻬와 위골랭은 앞서도 말했듯 카네이션 재배를 꿈꾸고 있다. 그들이 장과 다른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살인만 아니면 남에게 피해를 끼쳐도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말은 빈말이 아니었음이 영화 내내 증명된다. 원래 주인이었던 노인은 이들의 그런 부분을 잘 알았기 때문에 스베랑 집안을 향해 그렇게나 분노했던 걸까? 그렇다면 인정!

본격 예비 귀농인을 위한 영화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분들께 추천하고픈 영화다. 장은 분명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지만 너무 지식과 자신을 믿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현지인들과 친해지려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했으면 어땠을까? 그럼 장네 가족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2부가 존재하지 않았겠지만.ㅋㅋ

<마농의 샘>은 2부작이다.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1986년 같은 해에 개봉했다. 2부의 원제가 <마농의 샘(Manon Des Sources , Manon Of The Spring)>인 만큼 장의 딸인 마농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 볼 예정인데 정말 기대 중이다.

마무으리

80년대 영화, 게다가 프랑스 영화는 나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갭을 전혀 고려할 필요 없을 만큼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비극적인 사건과 대비되는 전원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은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인간의 양면성을 비롯해 개인의 욕망과 운명, 도시와 시골, 지식과 경험, 죄와 양심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너무 많아서 리뷰에 다 담지 못해 아쉬울 정도. 2부가 남아 있으니 못다 한 이야기는 2부의 리뷰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사실 1부 만으로도 완결성이 충분히 있지만 인과응보 측면에서 보면 고구마 백만 개 씹은 상태라 2부는 꼭 있어야 한다. 1부의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넷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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