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농의 샘 2 - [초특가판]
다니엘 오떼이유 외 감독, 엠마누엘 베아르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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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의 운명의 힘. 들어도 들어도 명곡이다. 이번엔 오프닝에서 하프시코드로 연주되니 전편의 하모니카와는 또 다른 종류의 구슬픔이 전해진다. 그래도 하모니카가 더 낫다. 그래도 하모니카는 좀 더 따뜻함이 있기 때문이다.

마농의 샘 덕분에 돈을 불리고 있는 위골랭(다니엘 오떼유)은 아주 그냥 신났다.


예상치 못한 의외의 설정들

어머니를 닮은 아름다운 여성으로 자란 마농(엠마누엘 베아르)의 첫 등장은 지질에 관심이 많은 교사 베르나르(이폴리트 지라르도)와의 만남이다. 베르나르는 분량은 짧지만 2부의 스토리 진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농이 당연히(?) 어머니를 따라 도시로 나가 살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생각해보니 영화의 설정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사람에 대한 신물이 날 경험을 했으니 오히려 사람을 더 멀리하는게 맞는 듯. 마침 산속에 세입자가 있다는 설정도 있었으니 개연성 굿.

개인의 희생과 공동체의 안정

동네 사람들은 마농의 아빠가 '누구' 때문에 '왜' 죽었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본인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오지 않는 한 간섭하지 않는다. 마을과 본인 일상의 안정을 위해 불의에 간섭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 정녕 공동체에 유익한 것일까?

천둥과 폭우가 치는 밤 홀로 비를 맞으며 아버지의 묘지 앞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마농. 그녀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상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질 뻔했는데... 연주하는 연기가 너무 티 나서 눈물이 싹 말랐다.ㅎ

짐승과 인간의 사랑

우연히 위골랭은 산속에서 목욕하는 마농의 '나체'와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사랑에 빠지는 장면에서 나체를 강조한 것을 보면 마농에 대한 위골랭의 그것은 단지 욕망일 뿐이란 걸 의미하는 것 같다. 샘에 이은 또 하나의 소유욕. 번식을 위한 짝짓기. 그것에 타자에 대한 존중, 인간성, 양심 따윈 없다.

한 번도 마농의 얼굴을 보지 않았지만 이미 꿈에 그녀가 나올 정도로 호감을 느끼게 된 베르나르와 너무나 대립된다. 그는 위골랭과는 정반대로 마농을 소유물이 아닌 인격체로 대하고 있다.

위골랭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었다면 마농에 대한 감정에 오히려 더욱더 괴로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개 짐승일 뿐인 그는 좋~다고 득도 없는 어설픈 구애나 하고 앉았다. 혹자는 위골랭을 부끄럼 많고 순진한 시골 청년이라고 말하지만 그건 순진한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아니무니다. 인간이라면 소중히 여겨야 할 부분이 그에겐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니 말이다.


욕망의 쳇바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샘만 확보해서 카네이션 재배만 잘 되면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그래서 한 가장의 생명을 뺏고 가정을 파탄 내는 것마저 실행에 옮겼다. 그런 그가 이제 다음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마농)를 소유하지 못하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것만 같다. 이렇듯 욕망에 휘둘리면 삶의 대부분이 불행할 뿐이다. 왜냐하면 세상에 온전히 내 것이란 없으니까. 심지어 내 몸뚱이와 감정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양의 존재 이유

욕망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교양이다. 교양이란 인문학에 대한 이해 정도다. 얼 만큼 교양이 있는가는 얼마만큼 인문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다. 인문학은 쉽게 말해 나(인간)와 타자(나 이외의 모든 존재),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물론 교양이 모든 욕망을 없애주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 욕망에 대해 생각할 재료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극 중 진정한 교양인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보여지는 바로 마농과 베르나르 둘뿐이다. 그들은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에 목을 매지 않는다.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문학을 통해 쌓은 교양 덕분일 것이다.

누가 누구보고 불쌍하다 그래?

마농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양치기를 하며 살지만, 지식인이었던 '장'의 딸답게 책에서 다양한 지식을 쌓는다. 그리고 오페라 가수인 어머니를 닮아 춤과 음악을 즐긴다. 겉으로 보기엔 딱하고 한심해 보이는 그녀의 삶이지만 계속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되려 소비에 중독된 현대인의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여유 없는 삶이 더 딱해 보인다.

어필할 것이 돈밖에 없는

위골랭은 마농을 베르나르에게 뺏길 것 같으니 그제서야 한다는 짓이 돈 자랑이다. 평소와 전혀 다른 잘 차려입은 모습으로 거짓말을 쏟아내며 돈 자랑을 하는 남자. 진짜 최악이다. 어필할 것이 돈밖에 없는 사람, 돈이면 무슨짓이든 하는 사람이 날 너무나 사랑한다고 외친다. 물론 돈 많은 상대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의견도 존중한다. 가치의 우선순위가 서로 다를 뿐이니까. 하지만 '소유'에 관심 없는 상대를 대할 땐 그런 행동은 분명 최악 중의 최악이다.

가장 좋았던 것은 마농을 악녀로 만들지 않은 부분이다. 필자는 2부 시작부터 거대한 복수를 꿈꾸며 계획을 착실히 준비해나가는 마농의 모습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한국식 막장 스토리에 너무 찌든 탓이었다;;;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우연히 진실을 모두 알게 되고 이 때문에 매우 소박한(?) 복수를 실행한다.


소박한 복수의 시작

마을의 샘이 막히자 그제야 난리가 난 마을 사람들. 본인의 목에 칼이 들어오자 드디어 반응을 그것도 오스카급 리액션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장면은 어렵게 모셔온 농공 전문가의 설명을 알아들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마을 사람들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건 재앙이다'라는 외침과 빨리 물이 나오게 하라는 억지뿐이다.

이 장면은 교양 없는 인간, '개인'이란 인식이 없었던 중세 이전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 와중에 백미는 바로 위골랭의 대사다. 물이 다시 나오게만 해준다면 그게 무엇이든(원 대사에선 'progress') 찬성할 거고, 내 돈 100프랑을 전부 줄 거라는 것. 모든 것 위에 돈과 욕망이 자리하고 있는 위골랭을 아주 잘 대변하는 대사다.

많이 알기만 하는 지식인(헛똑똑이) = 일자 무식자

이 작품에선 지식인 또한 풍자한다. 지식인들은 배우지 못한 다른 이들을 줄곧 무시한다. 그런 그들은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 역시 무시하다가 샘이 막히자 태세 전환하고 성당에 들어온다. 지식인과 교양인은 다르다. 지식이 많을수록 교양인일 확률은 높지만,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종교인이라고 다를까? 신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마농의 일을 무시하다 결국 샘이 막히고서야 마농에게 미사에 함께 할 것을 부탁한다. 그들 역시 마을 사람의 일부일 뿐이다.

어쨌든 약간의 반전을 포함해 욕망의 노예였던 위골랭과 빠뻬의 최후는 비극으로 끝이 난다. 결국은 소유다. 소유가 최우선인 사람은 그것을 소유하지 못하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진짜 나를 버릴만한 일일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그것을 가질 수 없어서 나를 버린다니... 내가 그것을 소유할 수 있어서 소중한 게 아니다. 이미 존재 자체가 소중한 것이다.

마무으리

소유와 욕망, 교양과 인간관계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오래전 영화고 친숙하지 않은 프랑스 영화였지만 전혀 지겹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다. 이 리뷰를 읽고 '필자 넌 그럼 전혀 욕심 없는 똑똑하고 지혜로운 놈이냐?'라고 되물을지 모르겠다. 당연히 그럴 리가 있나.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교양을 쌓기 위해 남들보다 좀 더 노력할 뿐이다. 나와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져가며 소비와 소유 외에 또 다른 삶의 가치와 행복을 찾을 뿐이다. 내 말은 살면서 '돈'만, '소유'만 외치지 말자는 거다.

교양을 이야기하면서 기본적인 돈 공부를 천시하는 것 역시 모순이다. 돈 또한 우리 세상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니, 말이다. 별점 다섯 개 만점에 넷 반. 1부 2부 합치면 다섯 개 주고 싶다. 1부, 2부 두 편 합쳐 약 4시간 정도 되니 주말에 연달아 보시길 추천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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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 [할인행사]
노라 애프런 감독, 로스 말린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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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적 만남을 믿는가? 여기 믿기 힘든 두 남녀의 만남을 다룬 영화가 있다. 이제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작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Sleepless In Seattle>(1993)이다.

​털털함과 금발이 매력인 여배우 맥 라이언과 <빅>(1988)의 주인공 톰 행크스의 만남. 여기에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노라 애프론이 설계도와 지휘봉(연출, 각본)을 잡은 작품이다.

​2012년에 삶을 마감한 노라 애프런은 할리우드의 대표 영화감독이자 작가다. 부모 모두가 1950년대 유명 로코 시나리오 작가였던 그녀는 애초부터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위해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시애틀에서 볼티모어? 이 정도쯤이야

​7살 아들 '조나'를 두고 먼저 하늘로 가버린 아내를 잊지 못하는 '샘'. 고민 끝에 그는 아내와의 기억으로 가득한 시카고를 떠나 서쪽 끝 시애틀에 정착하기로 한다. 물론 그는 여전히 그녀를 너무나 그리워한다. 당장엔 누구도 그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로부터 18개월 후, 동쪽 끝 볼티모어. 한 여자가 그녀의 약혼자와 함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부모님 댁에 들렀다. 온 가족이 함께한 식사 시간은 사실 특별함도 부족함도 없었다. 대부분 집들 마냥 평범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평범했다. 단 하나, 할머니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아 온 웨딩드레스가 찢어진 것 말고는...

그날 밤, 남친 소개 작전 대성공으로 텐션 충만해진 '애니'는 혼자 차를 운전해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러다 우연히 라디오를 통해 아빠에게 새엄마가 필요하다는 '조나'의 기특한 사연을 듣게 되는데...

​식당에서 똑같은 메뉴를 주문한 것조차 마법 같은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애니. 아니나 다를까 조나와 샘의 사연에 완전히 빠져들어가는데;;;;

​개연성이 밥 먹여주나?

사실 이 영화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개연성이 없다.ㅋ 아무리 복선들을 정성스레 깔아 놓았다지만 그 정도로 퉁을 치기엔 해도 해도 너무했다. 골수 현실주의자들은 아마 보다가 도중에 뛰쳐나갈지도? ㅎ 필자 역시 영화든 소설이든 개연성을 중시하는 편이라 거슬리긴 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걸 상쇄시키고도 남을 매력 포인트가 있다.

​첫째. 억지 개연성으로라도 이어주고픈 세 명의 러블리 캐릭터다.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샘(톰 행크스)'과 그런 아빠에게 새엄마를 찾아 주고 싶어 하는 아들 '조나(로스 맬링거)'. 그리고 미 대륙 끝(시애틀)과 끝(볼티모어)의 거리 차에, 얼굴도 모르는 둘(샘&조나)의 라디오 사연에 운명임을 직감하고 과감하게 진격하는 '애니(맥 라이언)'.

​이 영화의 두 번째 매력 포인트는 바로 감미로운 OST다. 듣자마자 <카사블랑카>(1942)를 바로 떠올리게 되는 <As Time Goes By>부터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유명한 엔딩곡 <When I Fall In Love>까지. 간만에 추억의 명곡들을 감상하느라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유튜브 뮤직 서핑을 했다.

​마무으리

리즈시절 톰 행크스와 맥 라이언은 언제나 나의 10대 시절을 추억하게 한다. 그 시절 영화를 그닥 많이 보지 않았음에도 왜 보는 족족 두 사람이 등장하는지.ㅎㅎ 지금 생각해도 신기방기다(휴 그랜트, 줄리아 로버츠, 로빈 윌리엄스 추가요~!).ㅋㅋ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장르는 멜로/로맨스가 아니라 걍 판타지다. 비현실로 범벅이 되어있다. 그래서 화나냐고?? 그건 아니다. 대놓고 '이건 운명이야!, 마법이야!'라며 광고(?)하고 있으니 되려 이 비현실적 철부지 설정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마치 애니가 샘과 조나의 사연에 빠져들어 간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영화를 보는 동안 만큼은 현실의 문제를 잠시 내려놓게 된다. 오로지 세 주인공이 얼른 만나 이루어지기를 응원할 따름이다.

​현실의 기준으로 보면 이건 뭐 되지도 않는 설정에 주요 캐릭터들도 완전 철부지에 사회 부적응자일 것만 같다. 보는 내내 "이게 말이 돼???", "제정신인가?"를 계속해서 연발하는 사람들이 아마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난 되묻고 싶다.

​현실적인 게 반드시 옳은 것인가?

그냥 나처럼 판타지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며 맘 편하게 그들을 응원하는 건 어떨까? 한번 해보시라 다 보고 나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낄지 모른다.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넷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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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농의 샘 1 - [초특가판]
끌로드 베리 감독, 엠마누엘 베아르 외 출연 / 드림믹스 (다음미디어)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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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뒷좌석의 시점에서 극은 출발한다. 시작과 동시에 흐르는 장엄한 전주에다 마치 영화 <대부>를 연상시키는 구슬픈 하모니카 선율이 이어진다. 곡의 제목은 '운명의 힘'으로 베르디의 오페라다. 운명의 힘... 제목만으로도 영화 속 인물들의 기구한 운명의 장난을 예상하게 된다. 과연 그들 앞에 어떤 비극이 펼쳐질까?

차에 타고 있던 인물은 이제 막 군에서 제대를 한 위골랭 스베랑이다. 그는 고향인 프랑스 프로방스에 정착하기 위해 수익이 쏠쏠한 카네이션 재배를 통해 큰돈을 벌려는 계획을 세웠다. 도착하자마자 유일한 혈육인 삼촌 빠뻬 스베랑을 방문해 인사를 하고 그의 계획을 이야기한다.

꽃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빠뻬지만 카네이션의 수익성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부터 180도 달라지는 그의 반응.ㅎ 다른 혈육이 없다 보니 둘 사이는 거의 부모 자식이나 다름없다.

빠뻬는 위골랭에게 모든 것을 지원하고 남겨주려 한다. 여기까지는 너무나 따뜻하고 희망찬 분위기다. 이들에게 어떤 시련도 닥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지만 웬걸? 이것들이 원흉일 줄이야.ㅎ

카네이션 프로젝트에는 한 가지 커다란 문제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물. 수조나 펌프로도 감당할 수 없는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은 고민을 하다. 이웃에 사는 노인에게 그가 놀리고 있는 밭과 샘을 사기로 한다.

하지만 노인은 전혀 팔 생각이 없는 것을 넘어 뭔 사연이 있는지 스베랑 집안 욕을 둘 앞에서 아주 그냥 씨원하게(?) 날려버린다. 여기서 다시 울려 퍼지는 베르디의 운명의 힘!! 운명의 여신은 과연 어떤 장난을 펼칠까?

1부의 원제가 '장 드 플로레트'인 이유

프랑스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인 클로드 베리. 그의 1986년 연출 작 <마농의 샘>의 원제는 장 드 플로레트(Jean De Florette)다. 이는 이웃 노인의 집과 땅을 상속받은 손자의 이름이다. 제목이 앞서 언급한 스베랑 가의 두 인물이 아닌 만큼 장은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이다.

아내와 예쁜 딸 마농과 함께 노인의 집으로 온 장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하모니카로 '운명의 힘'을 연주한다. 그의 아내 역시 멜로디를 따라 부르는데...(아.. 안돼!!!)

도시와 시골

도시에서 세무공무원을 하던 장과 오페라 가수였던 그의 아내는 전형적인 도시 사람이다. 장은 위골랭과 함께 가구를 정리하던 중 그에게 본인이 시골로 온 이유를 말한다.

그의 말을 들으면 도시인이 바라는 평화롭고 낭만적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듯하다. 도시 속 경쟁에 신물이 난 이들이 대개 그러하듯 여유를 찾아온 것이다.

물론 꼽추인 그를 무시하는 시선 역시 도피의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근데 그런 시선은 시골 역시 마찬가지;;;;). 그런 그에게 장이 떠나기만을 바라는 위골랭은 시골생활의 현실로 팩트 폭격을 해보지만 장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지식과 경험

장의 믿는 구석이란 결국 그의 어머니가 남긴 돈과 지식이었다. 농사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담은 책들, 그리고 도시에서 그가 배웠을 새로운 과학 지식들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계 또한 분명했다.

경험이 없다면 아무리 강력한 지식으로 무장한 들 시행착오 없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바로 운전을 잘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장은 연속되는 실패 앞에 좌절하고 만다.

욕망과 죄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모두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심적 여유를 찾아온 듯 보이는 장 조차 중반부터 토끼 대량 사육이라는 그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의 욕망을 처음 이야기할 때의 연출은 그 이전과 크게 다르게 표현된다.

마치 그전까지 차분하고 여유로운 그의 모습과 반대로 격정적이고 너무나 확신에 가득 찬 연출이다. 그래도 그는 양반이다. 적어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빠뻬와 위골랭은 앞서도 말했듯 카네이션 재배를 꿈꾸고 있다. 그들이 장과 다른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살인만 아니면 남에게 피해를 끼쳐도 된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말은 빈말이 아니었음이 영화 내내 증명된다. 원래 주인이었던 노인은 이들의 그런 부분을 잘 알았기 때문에 스베랑 집안을 향해 그렇게나 분노했던 걸까? 그렇다면 인정!

본격 예비 귀농인을 위한 영화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분들께 추천하고픈 영화다. 장은 분명 능력 있고 좋은 사람이지만 너무 지식과 자신을 믿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현지인들과 친해지려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했으면 어땠을까? 그럼 장네 가족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물론 그랬다면 2부가 존재하지 않았겠지만.ㅋㅋ

<마농의 샘>은 2부작이다. 내용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1986년 같은 해에 개봉했다. 2부의 원제가 <마농의 샘(Manon Des Sources , Manon Of The Spring)>인 만큼 장의 딸인 마농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이번 주말에 볼 예정인데 정말 기대 중이다.

마무으리

80년대 영화, 게다가 프랑스 영화는 나에게 그리 친숙하지 않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갭을 전혀 고려할 필요 없을 만큼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비극적인 사건과 대비되는 전원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은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다.

인간의 양면성을 비롯해 개인의 욕망과 운명, 도시와 시골, 지식과 경험, 죄와 양심 등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너무 많아서 리뷰에 다 담지 못해 아쉬울 정도. 2부가 남아 있으니 못다 한 이야기는 2부의 리뷰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사실 1부 만으로도 완결성이 충분히 있지만 인과응보 측면에서 보면 고구마 백만 개 씹은 상태라 2부는 꼭 있어야 한다. 1부의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넷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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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 덕분에(?) 처음으로 💸신용회복위원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 경험을 하고 나니 돈 공부가 그 어느 교과목 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만큼 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고 무지의 결과는 예상 밖의 금전적 피해(=시간)를 불러왔습니다.😫 하여 저는 이번에 돈과 신용에 관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신용상담사’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공부한 내용을 복습겸 블로그에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물론 북플과 인친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은 따로 짧게 올릴거에요.😉



신용상담사는 개인의 신용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고 과도한 채무를 진 이들의 회생을 돕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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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본 투 비 수포자다. 단순 포기를 넘어 수학을 증오했다. 그 증오심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냐…. 한가지 예를 들자면 초딩부터 중딩때까지 쭈~~~~~욱 장래 희망이 천문학자였다. 그런 내가 중학교 3년 내내 고뇌하다 수학과 함께 장래 희망도 집어 던져버렸다.

고등학교 3년 동안은 아예 담을 쌓고 살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험 점수야….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점수, 아마 맞을 거다. ㅎㅎ

20대 중반을 넘기고 독서에 눈을 뜨게 되면서 수학에 조금 관심이 생겼다. 정확하게는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목 모두에 관한 관심의 일환이었다. 그때 나 자신에게 시험이 목표가 아닌 순수한 의도로서의 공부를 해보고자 다짐했다. 문제는 그 다짐이 무려 10년이나 이어졌다는…. ㅎ

다짐만 10년을 삭힌 어느 날 출판사 미디어숲에서 요 책의 제공을 제안해 주셨다. `미분`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경기를 일으켜야 정상(?)인데 가슴 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알렉산더 대왕이나 칭기즈칸의 전기를 읽을 때나 느껴질 법한 정복자의 열망이 솟구쳐 오르는 듯했다. 순간 이제는 수학을 정복할 때가 왔다는 대책 없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는 덥석 제안을 받아 물었다.

이 책이 추구하는 방향은 `미분 공부`가 아닌 `미분 이야기`이다. (중략) 중학생부터 고등학생 그리고 미분이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들에게 미분 입문서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막연하게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거나 수학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미분을 이해하는 과정은 이미 포기한 많은 수학 개념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 10p

이 책은 중고생 수준에 맞춘 미분 입문서다. 전체 약 200페이지로 현재 절반 정도 읽었다. 소감은? 뭐 대충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데 어찌 되었든 흐릿흐릿하게 앞에 뭔가 보이는 것도 같다(영화 <미스트>를 떠올리면 거의 확실하다). 일단 완독한 후에 한 번(?) 더 읽어야 할 듯하다.

근데…. 가장 큰 문제는 함수가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는 거다. ㅎ 그래서 요즘 EBS에서 초등 수학부터 천천히 강의를 돌려보는 중이다. 어찌 되었든 내 독서 지론은 관심사 타깃이 되었을 때 끝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또 이런 날이 올지 알 수 없으니깐. 끝을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도전해 본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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