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1일... <아웃사이더 18>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 - 파파기니아스
"어미 대나무로부터 뿌리가 옆을 퍼지면서 일정한 거리에 죽순이 나오는데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번식하면서 무성한 대나무밭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토리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어미 도토리나무의 무성한 잎의 그늘 때문에 이 이런 니무는 자라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습니다.
대나무는 '관계철학', 도토리나무는 '주관철학'을 각각 상징합니다. 또 관계철학은 '상생'을, 주관철학은 나만이 옳다는 '야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2004년 4월 13일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이 지구 위의 유일한 생산자는 식물이라던 당신의 말이 생각납니다. 동물은 완벽한 소비자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대의 소비자가 바로 사람입니다"
"산판일을 하는 사람들은 큰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에 올라서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잘린 부분에서 올라오는 나무의 노기가 사람을 해치기 때문입니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위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서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쇠가 만들어졌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그러나 어느 생각 깊은 나무가 말했다. 두려워할 것 없다. 우리들이 자루가 되어 주지 않는 한 쇠는 결코 우리를 해칠 수 없는 법이다"
2004년 4월 16일 ... 박민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삼미에 대해 비수를 꽂던 해설자들의 멘트들 (과연 덩말 그랬을까)
- 저건 프로야구가 아니라 동네야구입니다.
- 삼미가 없다면 웃을 일이 없지요.
-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요 (9인패 끝에 삼미가 이겼을 때)
- 여전히 수준 이하의 경기를 펼치고 있습니다.
- 개 발에 땀났군요.
- 하하, 눈 감고도 잡을 수 있는 공을!
- 똥줄이 타겠군요.
2004년 4월 21일 ... 김훈 <칼의 노래>

"지나간 모든 끼니는 닥쳐올 단 한 끼니 앞에서 무효였다. 먹은 끼니나, 먹지 못한 끼니나, 지나간 끼니는 닥쳐올 끼니를 해결할 수 없었다.
끼니는 시간과도 같았다. 무수한 끼니들이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지나간 모든 끼니들은 단절되어 있었다. 굶더라도 다가오는 끼니를 피할 수는 없었다. 끼니는 파도처럼 정확하고 쉴 새 없이 밀어닥쳤다.
끼니를 건너뛰어 앞당길 수도 없었고, 옆으로 밀쳐낼 수도 없었다. 끼니는 새로운 시간의 밀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 사람이 거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 먹든 굶든 간에 다만 속수무책의 몸을 내맡길 뿐이었다.
끼니는 칼로 베어지지 않았고, 총포로 조준되지 않았다"
"고리짝에 담긴 머리통들의 제가끔의 표정들이 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었다. 칼로 베어지지 않는 것들을 칼로 벨 수는 없었다"
"살아서 칼을 잡던 자의 손아귀가 뚜렷한 굴곡으로 패어져 있었다. 수없이 베고 찌른, 피에 젖은 칼이었다. 나는 그 칼자루를 내 손으로 잡았다. 죽은 자의 손아귀가 내 손아귀에 느껴졌다. 죽은 자와 악수하는 느낌이었다"
2004년 4월 30일 ... 고지기 <노예 전쟁 혁명 미술 사상으로 읽는 세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