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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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드림은 열병과도 같은 망상이다. 무언가 모호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환상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이 소설. 소설은 누군가의 대화로 시작한다. 아만다는 다비드와 대화한다. 이 대화가 벌어지는 곳은 어느 병실이다. 그리고 아만다는 알수 없는 이유로 병실에 누워있으며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난 더운 날을 회상한다. 다비드는 엄마 카를라와 아만다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묻는다. 카를라는 다비드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호수가의 물을 마신 이후에 무언가 다비드에게 일어났고 그걸 치유하기 위해 다비드의 영혼을 둘로 나누면서 다비드는 다른 아이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소설은 친절하지 않다. 아만다에게 참을성있게 기다리라는 다비드의 위협적인 말. 기다리면서 벌레가 생기는 순간을 찾아야 한다는 다비드. 꼬박꼬박 다비드에게 대답하며 모든 사건을 흐릿하게 또는 명확하게 그려내는 아만다. 벌레는 무엇인가? 균열이 생기는 틈이다. 어떤 것이 망상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모호하다. 


대화는 멈추고 소설은 ‘이제 곧 분출되기 일보 직전인, 움직이지 않는 재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끝난다. 모두들 중요한 것을 보지 못 하고 있다고 외친다. 모두가 보고 있지 못하는 것은 환경재앙인가 미궁에 빠진 인물들인가. 뭐지? 하면서 끝까지 읽게되는 소설.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 번 읽어보리라.

 

#피버드림 #창비 #사만타슈웨블린 #조혜진 #서평단 #가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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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여성들은 함께 생각하고, 공감대를 느끼고, 자매애를 형성하고, 상호부조를 해야합니다. 옆에 있는 여성의 존재 자체가 부조가 된다면, 피해자들이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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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이단자들 -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
스티븐 내들러 지음, 벤 내들러 그림, 이혁주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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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를 살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또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관을 만들었던 17세기 철학자들을 소개한 철학책. 우리가 잘 아는, 아니 잘 안다고 생각하는 철학자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는데, 서로간의 교류와 논쟁적 관계도 흥미롭다. 만화라서 생각보다 술술 읽히지만 내용마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저자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로크의 주장을 쉽게 요약해서 녹이느라 고심했을 것 같다. 예전에 고전수사학자 김동훈 선생님과 #별별명언 진행할 때 명언의 유래에 철학이야기가 나오면 이해가 어려워 많이 여쭤봤었다. 이 책이 그때 있었더라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았더라면, 진행이 훨씬 쉬웠겠다. 만화라고해서 아들이 먼저 읽은 책. 12살 어린이 읽고나서는 뭔말인지 모르겠다는 감상평을;;; 창비 #교양한당 덕분에 다양한 책을 읽게 되어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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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과 웃음의 나라 - 문화인류학자의 북한 이야기
정병호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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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 가장 모르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 남한 사람들일 것이다. 문화인류학자로 누구보다 가까이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북한사람들을 관찰한 저자가 쓴 북한에 대한 탐구 보고서. 이 책은 북한이라는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여러 각도로 분석하고 탐구하며 북한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미덕은 '틈새의 해학'을 보여주는 즉흥성과 유머를 겸비한 인간 존재로서의 북한 사람들은 인정하되, 체제는 미화하지 않는다는 거다. "세상에 부럼없어라","우리는 행복해요"라는 구호로 포장된 '자기중심적 믿음체계를 제도적으로 재생산하는' 연출된 극장국가 북한의 모습과 대조적인 접경지대에서 묘사되는 북한 사람들이 당하는 인권유린은 읽기만해도 마음이 쓰리고 울컥할 정도로 참혹하다.  

넓고, 깊고, 조용한 굶주림의 시대 였다는 북한의 대기근에 어떻게든 그들을 도우려고 동분서주 했지만 정치적 상황에 막혀 무력해하던 저자의 안타까운 마음도 느껴진다. 그리고 남한 역시 민주화 전에 북한과 동일한 독재 수순을 밟아왔다는 사실, 비슷하게 돌아간 모습이 있다는 저자의 관찰도 놀라웠다. 무엇보다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을 만날 때 나의 편협한 관점이 아니라 상대방이 살아온 길을 이해하는 존중과 공감의 감수성이 필요하다는 말은 내 삶에도 깊게 새길 말인 것 같다. 

예전 회사에서 일할 때 김일성 대학교를 졸업하고 북한주민의 식량난을 해소하겠다고 옥수수 종자를 연구하던 북한 과학자를 만난 적이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무턱대고 "축하드려요 박사님!"이라고 외쳤는데 어색해하면서도 수줍게 웃으시던 그분 생각이 났다. 바로 옆에 굳은 얼굴로 김일성 뺏지를 달고 서있던 분의 서늘함에 나도 모르게 인사만 하고 뺑소니를 쳤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만난다면 "좋은 연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한 마디 꼭 전해드리고 싶다. 

"(핵)전쟁을 불사하겠다거나, 배때기를 갈라버리겠다는 말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비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인정해달라, 그리고 이해해달라는 절박한 사람들의 말법이고 몸짓이다.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또 그 죽음의 춤을 멈추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 주어야 할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abookcloset/

"(핵)전쟁을 불사하겠다거나, 배때기를 갈라버리겠다는 말은 위협이기도 하지만, 비명이기도 하다. 우리를 인정해달라, 그리고 이해해달라는 절박한 사람들의 말법이고 몸짓이다. 무기를 내려놓게 하려면, 또 그 죽음의 춤을 멈추게 하려면 우선 그 마음을 알아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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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서 도착한 생각들 - 동굴벽화에서 고대종교까지
전호태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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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동굴벽화애서 구석기 신석기를 지나 불교 유교에 이르기 까지 고대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에 대한 질문을 따라가며 묻고 답한다. 고대로부터의 사상과 종교, 당시 삶의 중심 가치를 들여다보는 것 쉽지 않은 여행이다. 혹이나 어렵거나 고루해질까봐 아들과 대화형식으로 꾸몄다. 간혹 지루한 부분도 있었고 분량도 상당하지만, 그 때는 그런 생각으로 살았겠구나 싶은 옛 사람의 마음 엿보기 같은 책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실측도면이다. 물가에 닿아있는 커다란 바위에 돌을 깍아 만든 고래와 소, 사슴 모양이 겹치고 겹친다. 여러 시대 사람들의 소망이 겹겹이 새겨지고 쌓였다. 책의 표지로 사용된 울산 천전리 각석에 새겨져 있다는 암각화는 또 얼마나 신묘하고 아름다운가. 그들이 빌었던 소원은 또 어떤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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