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지만 뾰족한 순간들》 | 양양하다편견에 대한 책일 수도 있고,태도에 대한 책일 수도 있다.읽다 보면 내가 누군가에게 가졌던 편견을 들여다보게 되고,반대로 타인의 편견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왔는지도 생각하게 된다.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내게 가장 오래 남은 건‘편견을 갖지 말아야지’라는 다짐보다는적어도 그 편견에 나를 맡기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이었다.사람을 몇 마디 말로 쉽게 번역하지 않는 것.상처를 이유로 타인을 단정하지 않는 것.보호한다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선택을 대신하지 않는 것.결국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것은거창한 악의보다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우리 안의 판단과 태도인지도 모르겠다.다섯 작가의 글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출발하지만이상하리만큼 하나의 방향으로 모인다.한 사람을 그 사람 그대로 바라보는 일.특히 돌봄 노동을 이야기하는 이은주 작가의 글,자기만의 세계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산호 작가의 글,그리고 김예원 작가가 건네는 편견에 대한 질문들 앞에서는몇 번이나 나를 되돌아보게 됐다.그리고 책을 덮으며 작가들만큼 기억에 남은 건 출판사 양양하다였다.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골라 한 권에 담고,그 이야기들이 ‘옳은 말’의 나열이 아니라하나의 태도로 이어지게 만든 기획이 참 좋았다.어떤 사람의 글을 세상에 내놓을 것인가 역시출판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일 테니까.책 속에 이런 문장이 있다.“사람을 쉽게 번역하지 않는 마음이우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되기를 바랍니다.”어쩌면 이 한 문장이 이 책 전체를 가장 잘 설명하는지도 모르겠다.편견이 전혀 없는 사람이 될 자신은 없다.나 역시 계속 누군가를 판단하고, 때로는 오해할 것이다.그래도 그 판단을 진실이라고 너무 빨리 믿지는 않는 사람.내가 만든 편견에 나를 통째로 맡기지는 않는 사람.그 정도의 태도는 오래 연습해보고 싶다.사소하지만, 그래서 더 쉽게 지나쳐버리는우리 안의 뾰족한 순간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yyhdbooks #도서제공받았습니다
에세이 읽는 것을 좋아한다. 작가가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줄 때의 용기와 담대함에 감동한다. 무엇보다도 그걸 글로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부럽다. ‘나의 복숭아’라고 해서 복숭아 예찬론인줄 알았는데, 한참읽다가 다시 표지를 들춰 보고서야 비밀에 대한 에세이라는 걸 알았다. 작가들이 조심스렇게 털어놓는 그들의 비밀들. 어떤 비밀은 무겁고 어떤 비밀은 이게 비밀인가 싶을 정도다. 그래도 비밀인 까닭에 각자에게 느껴지는 무게가 다르다. 그의 비밀은 나의 비밀만큼 무겁고 중하다. ‘어느 방면이건 재능이 있어 보이고 무슨 일을 맡겨도 그럭저럭 잘해내는’ 피아노와 남궁인 작가에게도 ‘음악적 감각이 아주 무디어 음을 바르게 발성하지 못하는’ ‘음치’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 건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일면식도 없는 작가와 친밀감으로 묶어준다(그렇다고 내가 음치인 것은 아니다). ‘사랑에 목매면서도 제대로 사랑할 줄은 몰랐’다는 김신회 작가님을 발견한다는 것은 ‘아무튼, 여름’에서 만났던 유쾌한 작가님의 다른 면을 알게 해준다. 루하루 ‘앞을 향해 가는’작가님을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만든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식물 세밀화를 그리는 이소영 작가는 왠지 클래식을 즐겨듣고 수목원에 딸린 오두막에 홀로 식물을 관찰하며 살 것 같은 이미지지만 케이팝을 즐겨들어, 즐겨듣는 음악을 소개해달라는 클래식 매체의 인터뷰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런 작은 비밀들은 작가와 나의 거리를 한껏 좁혀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그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애정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일과 사랑에 빠졌다고 믿었다. 일은 그런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노력하면 잘될 것이라는, 누군가 나의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는, 일이 잘되면 나 역시 멋진 사람이 될 것이라는.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또 한 번 애쓰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김신회, 사랑을 모르는 사람) “궁극의 초코칩 쿠키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최지은, 과자 이야기) “누구에게든 말하기 부끄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 모습을 이해하려 들지도, 또 나와 다르다고 갸우뚱거리고 싶지도 않다.” (임진아, 좋지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