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초의시종 2005-06-07  

덕택입니다.
그러니까요...... 감상문을 쓰려고 했는데, 그저 놀랍다는 말 밖에는 할 말도 없고, 원래 재주도 미천하고, 시험 기간이잖아요. 여행 준비는 기본이구요. 도저히 맘에 여유가 안 생겨요. 아무튼 대단했답니다. 에센바흐씨는. 반짝이는(?) 얼굴을 보면 쇤베르크나 푸르트뱅글러 같이 그 눈동자가 한편 비웃는 듯, 한편 냉기어린 듯 보이고, 또 머리 아래 검은 옷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말년에 수사로 들어앉았었던 리스트씨가 생각났어요. 온 몸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그 왠지모를 경건함이라니...... 그동안 보았던 어느 지휘자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었답니다. 마치 돈내고 보는 공연이 아니라, 그저 조건없는 제의에 제사장인 그 홀로 참석한 듯 싶었어요. 아무튼 랑랑과 에센바흐의 협연은 아마 당분간은 잊기 어려울 듯 싶습니다. 그냥 새파랗게 타올라 버렸거든요. ㅋㅋ 애초에 기대했던 첫곡인 드보르작의 사육제는 아예 말러의 아다지에토로 대체되서 꽤 서운했습니다. 의도야 좋지만, 앙코르로 들려줘도 좋았을 텐데요. 아무튼 그나마 앙코르 곡에서야 필라델피아만의 윤기 잘잘 흐르는 현악 파트의 사운드를 맛봤습니다. 솔직히, 귀를 의심했습니다. 옛적 궁중의 열두폭 대란치마가 한바퀴 스르륵 돌면은 그런 윤기흐르는 소리를, 느낌을 들을 수 있을라나요. 아무튼, 결론적으로 감사해요. 등떠밀어 주셔서.
 
 
mannerist 2005-06-0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정한 대머리 아저씨"의 차분한 손놀림에 적잖은 감동을 받으신 게군요. 작년. 하고도 벌써 한 달 전이네요. 왠지모를 경건함이 차이콥스키와 바르톡에서도 피어났다는데 다시 한 번 놀랍니다. 랑랑처럼 차이콥스키 피협 1번을 듣고 싶지 않기에 별로 안좋아했는데 마음에 쏙 드셨나봐요. 필라델피아의 현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감사는 무슨. 여행 준비 잘 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