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범생 2005-11-16  

이 가을을 사랑 없이 어찌 견딜까요.
얼마나 바쁘게 지내십니까.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 보온과 방한에 각별히 유의하세요. 저는 그냥저냥 잘 지내고 있답니다. 업무도 거의 다 익혀서 이제는 매너리즘을 걱정해야할 지경이죠.^^; 업무를 잘 모를 때는 할 일이 그렇게 없더니 뭔가 좀 알고 나니까 오히려 일이 더 많아지는 묘한 역설에 시달리고는 있지만요. 푸하하 일전에 살짝 말씀 드렸던 학교 일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들로 사람에 대한 실망을 많이 한 거 같아요. 역사학자 이덕일 선생님의 여러 저서들에서 접한 조선 당쟁에 대한 궁리를 정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요. 훈구파의 집요한 견제와 숱한 사화를 이겨내고 사림의 시대를 열었던 사림파... 그네들도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면서 훈구파의 과오를 답습하기 시작했지요. 남을 불신하는 법, 남의 선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만 늘어가는 제 자신을 보는 비감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 또 남의 선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나의 선의는 인정해달라고 호소할 자격이 있을까라는 물음도 던져봅니다. 늘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를 자처했던 저이지만 자꾸만 세상의 부조리를 씹는 낙으로 사는 염세주의자가 되어가는 거 같기도 하답니다. 푸하하 근데 아직은 좀 어색하긴 해요. 이런 투덜거림들로 다소 침울해 있었지만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이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된 후 찾으니 하나하나 그 의미가 각별하더라고요. 궁궐 답사 등을 통해 목조 건축에만 약간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제가 이제는 조각, 공예, 회화, 건축 등 한국 고미술 전반에 대한 애호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정치나 경제, 문학과 과학 등 다른 분야에 비하면 우리 미술이 이룩한 것은 세계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몇 안되는 분야라고 보기 때문인지 모르겠어요. 늘상 배보다 배꼽이 큰 인생이었지만 경영학도가 이런 짓거리 한다고 구박 내지는 핀잔 받는 건 그 때마다 민망하더군요. 자기 좋아하는 일 하는데 남 눈치까지 볼 여유는 없기에 문화적 소수파로 기꺼이 지내보렵니다. 푸하하(결국 지르고 만 국립중앙박물관 도록은 잘 만들지는 못한 거 같아서 아쉬워요) 아참 솔로 8150일 돌파 기념 소개팅 무한의뢰 이벤트(?) 중인데 혹여 관심이 있으시면 동참해주세요. 키득키득 그럼 늘 건강하세요.^-^- [憂弱]
 
 
mannerist 2005-11-16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를 해라 어린이. ㅋㅋㅋ... 소개팅 무한의뢰. 그런소리 나한테 했다간 2박 3일을 구타당할줄 아시라구. 후. 배. 님. 그나저나. 네놈이 솔로 8150째라. 뭐 결혼하기만 하면 그 기간 이상을 같이 붙어지낼텐데 걱정 말라구.

그나저나. 이건 한때 친하게 지내던 미술사 전공자에게 들은 건데,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따위의 말을 예술에 거는 게, 공부 하면 할 수록 별로 자신이 없어진다고 하더라. 도자같은경우 발색이나 테크닉 면에서 객관적으로 놓고 보자면 중국 도자에 미치지 못하고 건축같은 경우도 그렇다고. 가치를 특수성에서 찾아야지 보편성에 기대는 건 적어도 학적 영역에서는 그 근거를 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나. 뭐 그 자체로 즐기자구. 그리고 헛짓거리? 구박? ㅋㅋㅋ... 무슨 소리. 지들 술쳐먹고 왝왝데는 시간에 하는 뻘짓을 누가 뭐라고할겨? 신경 끄라구 해. 지들은 '블루 오션 전략'같은 말장난에 오오오~ 속다 생 마감하라 하지 뭐. 건강해라. 몸도 마음도. =)

새우범생 2005-11-16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자의 발색(發色)에 관한 지적은 저도 동감해요. 건축이야 잘 못 만든 것보다는 잘 지켜내지 못한 걸 더 가슴 아파해야겠지요. 암튼 "어깨를 나란히..." 운운한 건 강우방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온 건데 일단 지금은 그 말을 신뢰하고 싶어요. 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턱없이 낮은 것에 대한 반발심인지, 결국 촌스런 민족주의적 감수성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특수성에서 가치를 찾아야 한다는 일침은 감사히 받아들일게요. 어차피 취미생활로 짬짬이 즐기는 것에 불과하니 그저 술 먹고 노닥거리는 것만큼의 재미라도 건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암튼 첫 문장의 덕담(!) 고이 간직하고 갑니다. 총총. - [憂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