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됨을 후회함 -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
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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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엄마가 된 걸 후회해'라고 말할 때, 마음 한 켠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사랑스런 나의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거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종종 사로 잡혔다.

"여성들은 엄마로서의 삶을 후회하는 것인지 아이 그 자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뚜렷하게 구별짓는다. 엄마가 아니고 싶어 하는 동경에는 자녀가 없는 상태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소망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p109"

아, 바로 그거였다. 나 역시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동경하는 것이지 지금 내 사랑스러운 아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 <엄마됨을 후회함>은 그런 내게 시의적절하게 다가와 준 책이었다.

        

이 책은, 엄마됨을 후회한다는 고백이 아니라 '엄마가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엄마가 되거나, 엄마가 되지 않거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한 여자가 엄마가 되지 않기로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또 자발적으로 꼭 엄마가 되고 말거야 하고 아이를 낳은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이 책에서 연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은 결혼을 한 이후 엄마가 되는 게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전에는 언제 결혼할거니?, 결혼을 한 뒤에는 아이는 언제 낳을거니? 아이를 낳은 뒤에는 둘째는 안 낳아? 하는 식의 질문을 끊임없이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에게 '엄마 됨'은 거의 강요 수준이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생각으로 적은 글이 아니라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엄마'가 된 이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해 낸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는 여성들이 엄마가 된 다양한 경로를 묘사하고, 자녀가 태어난 후 엄마들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를 분석했다. 또 누구의 엄마도 아니고 싶은 소망과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 사이에 놓인 갈등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했다. 서문 p13'

이 책을 통해 만난 여러 여성들, 여러 엄마들은 국적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고민과 후회를 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만큼 세계를 막론하고 여성이 엄마가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과, 억압받는 것들이 많다는 게 안타까울 뿐 .

'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후회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회적 난관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된다. 후회를 개인 적인 일로 치부할 때, 즉 개인적으로 엄마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때, 엄마가 될 것을 촉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면 수많은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여성들이 얼마나 불이익을 당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이다. 서문 p13'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하는 게 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임을, 그걸 말하는 순간 나쁜 엄마가 되는 것만 같아 죄책감을 느낄 이유 또한 없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 인정받은 듯 했다.

물론, 이 책이 그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하나의 주체로서의'나'와 아이 '엄마'로서의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 것이다. 아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이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저 만치 내팽개쳐 두기를 주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발적으로 선택했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든 나는 역시 '엄마'이기 때문에.
다만, '나'의 행복을, '나'의 안녕을, '나'의 꿈을 꾸는 일에 주저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굳건히 세운다. 그리고 응원하단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엄마됨을 포기한, 포기할 수많은 '여성'들을.

- 아이들은 자아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커지면서 엄마를 떠나 개인으로 성장하는 반면, 여성은 엄마로서의 정체성에 의해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 포대기를 두르던 엄마에게서 유모차를 미는 엄마가 되고, 헤어지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엄마가 되고, 마중 나가 서 있는 엄마가 된다. 하지만 항상 엄마다. 여성의 발전은 수직적인 반면,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져나가는 `수평적` 발전을 보인다. p62

- 현재 여성은 절대로 `그냥` 엄마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정받고 싶으면 직업도 가져야 하고, 시간을 쪼개 유치원이나 학교 어머니회에 기꺼이 참여해야 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섹시함까지 유지해야 한다. 메레디스 브룩스는 노래를 통해 `난 개년, 난 애인, 난 아이, 난 엄마, 난 죄인, 난 성녀`라고 모순되는 특징들을 지적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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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지음,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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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사전에서 <사회학>의 정의를 찾아 보았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난 뒤, 실은 <사회학>이라는 용어에 방점이 찍혔다. 어렴풋이 알 듯하지만 정확한 정의가 뭔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었다.

 

이 책의 추천사에 철학지 지바 마사야는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기묘한 '바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대단한 모험은 아니다. 기묘하게 단편적인 장면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사회. 한순간 반짝이는 이질감.'

이 추천사로 책에 대한 호기심이 더 높아진 게 사실인데, 아마도 사회학 이라는 용어가 가진 '여러가지 사회 현상의 통일적인 관계'에 썩 어울리는 추천사가 아니었나 싶다. '기묘한 바깥'이라는 말이 이 책과 가장 어울린다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생각한다. 
        

저자 기시 마사히코는 1967년 생으로 사회학자이다. 오사카 번화가를 자주 어슬렁거리며 재즈와 동네 책을 좋아한다. 그렇게 어슬렁거리면서 <동화와 타자화>,<거리의 인생> 등의 책을 썼다. 저자는 '사회학자을 연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내 경우에는 한 사람씩 찾아가 어떤 역사적 사건을 체험한 당사자 개인의 생화사를 듣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니까 이 책 역시 저자가 만난 사람들, 길거리의 이야기이다. '콕 집어 내세울 만한 주제나 내용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글자 그대로 단편적인 에피소드를 주욱 늘어놓고, 그것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관해 생각한 책입니다.'라고도 적었다. 

이 책의 제목이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이라는 것, 그게 책 속의 글들과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개개인의 삶이란, 어떤 큰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어찌 보면 자잘한 에피소드들의 묶음 일 테니까. 저자 역시 그 부분을 집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일본인 저자이다 보니, 책 속에 담긴 에피소드들이 간혹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아 낯설기도 했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한 사회 안에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다르지 않으니 읽으면서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저자의 어슬렁거리기는 실제로 길거리를 넘어서 인터넷 속의 블로그까지 이어진다. 내가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을 블로그에 적고, 그것을 누군가 읽고 생각하고 그 너머의 이야기까지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괜스레 짜릿해진다.  젊은 사람, 연륜이 쌓인 사람들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거창하게 사회학이라 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을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밑줄 그으며 읽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그만큼 이 책이 내게 알려 준 게 많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론 삶의 지혜를 다른 누군가의 글을 통해 배우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다른 누군가에게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밑줄 그은 부분을 많지만 다 옮겨 본다. 누군가는 이 책을 읽어 보고 싶어질 것이고, 누군가는 밑줄 그은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할지 모르니까.


- 어떤 사람이든 다양한 `서사`를 내면에 담고 있다. 그 평범한, 보통다움, `아무것도 아님`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마구 쥐어뜯기는 것 같다. 우메다 번화가에서 옷깃이 스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각자에게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이야기를 붙안고 살아가고 있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어 있는 인생의 이야기가 구술 채록의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조차 뜻하지 않게 이야기가 늘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실은 이런 이야기가 딱히 숨어 있는 것은 아니지 싶다. 그것은 언제나 우리의 눈앞에 있고, 우리는 언제나 그것과 접촉할 수 있다. 우리가 눈으로 보면서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p29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란 본래 `우리`에게조차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잃어버리지도 않고 단절당하지도 않고, 알려지지도 않고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무언가일 뿐이다. p34

- 우리는 언제나 어디에 가든 있을 곳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 있는 곳을 벗어나 어디론가 가고 싶다. (중략)
소수자(minority)라고 불리는 사람들, `당사자`라는 말을 듣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우리들 소수자나 이른바 `보통시민`은 모두 기본적으로 자기가 있을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일이나 가족이나 인간관계 등으로 골치가 지끈지끈 아플 때만, 잡다한 일에 마음이 얽매여 눈코 뜰 새 없을 때만, 우리는 있을 곳의 문제를 잊고 지낼 수 있다. 우리에게 있을 곳이란 없든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그 문제를 잊고 있을 뿐이든지, 둘 중 하나다.
우리는 어디에 있어도, 누구와 있어도, 있을 곳이 없다. 비록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있어도 그렇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바깥세상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다. p80-81

- 우리는 우리 인생에 꽉 묶여 있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처음부터 선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무언가 아주 불합리하고 복잡한 사정에 의해, 어느 특정한 시대의 특정한 장소에서 태어나, 다양한 `불충분함`을 떠안은 `나`라는 것에 갇혀, 평생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 인생이란 것은 종종 퍽이나 쓰라리다.
무언가로 상처를 입었을 때, 무언가에 상처를 입혔을 때, 사람은 우선 입을 다문다. 꾹 참으면서 견딘다. 또는 반사적으로 화를 낸다. 소리를 지르거나 말대꾸를 하거나 노려보기도 한다. 때로는 손찌검을 하는 일도 있다.
그러나 한편 웃을 수도 있다.
마음이 아플 때의 반사적인 웃음도, 당사자에 의해 웃음거리가 되는 자학적인 웃음도, 나는 둘 다 인간의 자유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자유는 무한한 가능성이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기실현 같은, 말만 그럴듯한 것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그것은 그렇게 거대하고 용장한 서사 속에 없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가장 괴로울 때 웃을 자유가 있다. 가장 힘든 상황 한복판에서조차 거기에 얽매이지 않을 자유가 있다. 사람이 자유다. 이 말은 선택지가 충분히 있다든가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버티고 있는 꽉 막힌 현실의 끝자락에서, 딱 한 가지뿐인 무언가에 남겨져 그곳에 존재한다. 그것이 자유라는 것이다. p97-98

- 우리가 갖고 있는 행복의 이미지는, 때로, 다양한 형태로, 그것을 얻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이 된다. 이를테면 행복을 믿은 탓에 행복에서 길을 벗어나 버렸을 때는 이미 대처할 수 없을 만큼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일 경우가 있다. p108

- 돌이켜 보면 정말 한심하고 별 볼일 없는 문제로 끙끙댔구나 싶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때때로 상상해 본다. 잘생기고, 행복하고, 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는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을..., 남에게 칭찬받고, 평안하고,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인생을... 가족과 더불어 행복한 인생을...
지금 현실적으로 그러하듯, 매일 무사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인생은 부족한 것 투성이, 아귀가 잘 맞지 않는 것 투성이다. 그것은 껄끔껄끔하고,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어릴 적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잘고, 협소하고, 단편적이다. p115-116

- 아픔을 견디고 있을 때, 사람은 고독하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아무리 절친한 친구라도, 우리가 느끼는 격렬한 통증을 뇌에서 꺼내서 건네줄 수는 없다. 우리의 뇌 속으로 찾아와 느끼고 있는 아픔을 함께 느껴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다른 누군가와 살을 맞대고 섹스를 하고 있을 때에도 상태의 쾌감을 느낄 수는 없다. 부둥켜안고 있을 때조차 우리는 그저 각자의 감각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p138-139

- 누구도, 누구에게도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평온하고 평화로운 세계, 자기가 누구인가를 완전히 망각한 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세계, 그것은 우리 사회가 꾸는 꿈이다. p170

- 우리는 신이 아니다. 우리가 양손에 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올바름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입장에서 본 올바름이다. 이것이 타자에게도 통용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속임수로밖에 보이지 않는 사이비 의학에 빠져 있다고 해도, 그것은 그 사람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제멋대로 우리 관점에서 보았을 때, 도저히 이루 말할 수 없는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도, 그 상황은 그 사람에게 `진정한` 자기 자리일지도 모른다.
이러할 때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올바름을 휘두르는 것은 폭력이다. p201

- 우리는 우리가 놓인 이 처지를 어떤 벌을 받았다거나 누구의 탓이라고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말할 필요도 없이 자신이 자신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어떤 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무의미한 우연이다. 그리고 우리는 무의미한 우연으로 인해 선천적으로 타고나 자신으로 존재하다가 죽어 가는 수밖에 없다. 다른 인생을 선택하기는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어떤 의미도 없다. p21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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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의 꿈, 서른아홉의 비행 - 파일럿 조은정의 꿈을 이루는 법
조은정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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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그리고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꿈과 열정이다. 그래서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설렜고 그만큼 겁이났다.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낸,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늦지 않았어. 다시 시작하는거야'라는 마음을 갖게 될 거란 기대감에 설렜고, 그와 함께 현재의 게으른 내 모습을 바로 마주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스물 아홉. 서른을 앞두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게 될 삼십대를 그려본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내 앞에 닥친 현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 나름 안정적이었던 직장. 늘 새로운 삶을 꿈꿨지만 언제나 내 발은 현재의 땅을 밟고 서 있었다. 만약 그 때, 좀 더 내 삶에 대해 적극적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쯤 내가 꿈꾸던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디자인을 전공하고 호텔리어로 안정적인 삶을 살다가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그래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녀가 보내야 했을 무수히 많은 노력의 시간들, 포기해야 했을 안정적인 환경들, 극복해야 했을 주변의 우려섞인 말들, 혼자 견뎌내야 했을 외로움의 시간들이 전달 되는 것 같았다.

 

꿈이 없는 사람도 없고, 목표를 세우지 않는 사람도 없다. 다만 그것을 매일 생각하는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는지, 낯선 곳으로 걸어 들어 갈 용기가 있는지, 얼마나 절실한지, 그 양과 깊이가 다를 뿐.

어쩌면 기세등등하게 시작했다가 처음 만나게 되는 장애물 앞에서 그래, 이럴 줄 알았어. 하고 주저 앉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삶이 늘 선택의 연속이라는 걸, 그리고 그 선택에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깨닫는다.

미술선생님을 꿈꾸던 아이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청년으로 다시 호텔리어의 삶으로 그리고 파일럿의 삶으로 그녀를 이끈 것 역시 어떤 순간마다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선택할 수 있었던 그녀의 용기.

용기를 낼 수 있었기에, 본인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기에 더 부지런히 달려 갈 수 있었을 거다.

 

내가 늘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 나 자신을 제일 앞에 두지 못했던 것이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미안해 졌다.

 

마음 속 깊숙이 담아 둔 '꿈'을 다시 꺼내 본다. 그리고 소리내서 이야기 해 본다.

알고 있다. 나 역시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읽을 많은 사람들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그녀가 우리에게 해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곧, 나와 당신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않고 싶다.

 

그녀의 말처럼, 천둥 번개를 견디고 나면 새로운 태양이 둥글게 떠오를 테니까.

 

[나는 비행을 하면서 늘 보고 느낀다. 아무리 비가오고 바람이 불어도 일단 비구름을 뚫고 올라서면 눈이 부시도록 파란하늘이 펼쳐진다는 것을.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지금 당신이 걱정하고 있는 그 비구름을 뚫고 올라서면 분명 파란하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 너무 힘들고 꿈도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천둥 번개를 견디고 나면 새로운 태양이 둥글게 떠오를 것이다(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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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 다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 어느하나 포기 할 수 없다면 나는 지금 당장 읽는 것과, 쓰는 것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열정에 불을 붙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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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장석주의 소설창작 특강
장석주 지음 / 들녘 / 2002년 9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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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한 폐인
최인석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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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나의 鬼神
최인석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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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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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버스
존 고든 지음, 유영만.이수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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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지는 게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어제의 너' 보다 나아지는 걸 목표로 삼아라.

 

생각해보면, 일을 할 때나 공부를 할 때, 심심지 않게 묘한 인간관계에 얽히게 될 때,

늘 ' 저 사람보다는 잘' 해야 했다는 욕심아닌 욕심을 부리며 살았다.

어쩌면 자신감 결핍에서 오는 소심한 욕심이 아니었나 싶다.

에너지 버스에 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의 삶에 의욕은 있지만 용기는 없고,

생각은 많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꿈은 있지만 펼치지 못하고,

사랑하지만 당당하지 못한, 소심한 사람들이었다.

에너지 버스에 오른 뒤, 그들의 인생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달라졌다.

그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선택하고자 결심한 순간부터 사람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뭐, 거기서 거기인 얘기들이잖아.

이런건 누구나 말 할 수 있잖아. 라고 대단하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건 단 한 번도 내가 달라지려고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고 있었구나, 싶어졌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다.

밑줄을 긋는 속도가 빨라지고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내 마음은 조금씩 여유로워졌다.

너무나 빨리, 급하게 달리고자 했으면서도 정작 '나'는 그리고 '나'와 함께 하는 주변의 '당신'들을 마음 깊이

느끼려고 한 적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아,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나'를 있게 하는 주변의 사람들도 진심으로 함께 느끼게 해주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지만 책 속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열가지 룰'은 분명 한동안의 내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

- 당신 버스의 운전사는 당신 자신이다

- 당신의 버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열망', '비전', 그리고 '집중'이다

- 당신의 버스를 '긍정 에너지'라는 연료로 가득 채워라

- 당신의 버스에 사람들을 초대하라, 그리고 당신의 비전에 동참시켜라

- 버스에 타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 당신의 버스에 '에너지 뱀파이어 탑승 금지' 표지판을 붙여라

- 승객들이 당신의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그들을 매료시킬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라

- 당신의 승객들을 사랑하라

- 목표를 갖고 운전하라

- 버스에 타고 있는 동안 즐겨라

 '어제보다 너' 보다 나아지는 일은, 어쩌면 한 번의 내 선택과, 작은 용기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생각

이 들게 해 준 책이었다. 그리고 그리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주변의 사람들을 다른 마음으로, 다른 눈으로

보게 해 준 넉넉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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