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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됨을 후회함 - 모성애 논란과 출산 결정권에 대한 논쟁의 문을 열다
오나 도나스 지음, 송소민 옮김 / 반니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가 된 걸 후회해'라고 말할 때, 마음 한 켠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사랑스런 나의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거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종종 사로 잡혔다.
"여성들은 엄마로서의 삶을 후회하는 것인지 아이 그 자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라고 뚜렷하게 구별짓는다. 엄마가 아니고 싶어 하는 동경에는 자녀가 없는 상태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 소망이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p109"
아, 바로 그거였다. 나 역시 엄마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동경하는 것이지 지금 내 사랑스러운 아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 <엄마됨을 후회함>은 그런 내게 시의적절하게 다가와 준 책이었다.
이 책은, 엄마됨을 후회한다는 고백이 아니라 '엄마가 되기를 강요하는 세상에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엄마가 되거나, 엄마가 되지 않거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결혼한 여자가 엄마가 되지 않기로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또 자발적으로 꼭 엄마가 되고 말거야 하고 아이를 낳은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이 책에서 연구한 바에 의하면). 대부분은 결혼을 한 이후 엄마가 되는 게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결혼을 하지 전에는 언제 결혼할거니?, 결혼을 한 뒤에는 아이는 언제 낳을거니? 아이를 낳은 뒤에는 둘째는 안 낳아? 하는 식의 질문을 끊임없이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여성들에게 '엄마 됨'은 거의 강요 수준이다.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생각으로 적은 글이 아니라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엄마'가 된 이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해 낸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는 여성들이 엄마가 된 다양한 경로를 묘사하고, 자녀가 태어난 후 엄마들의 정신세계와 감정세계를 분석했다. 또 누구의 엄마도 아니고 싶은 소망과 아이들의 엄마라는 사실 사이에 놓인 갈등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려 했다. 서문 p13'
이 책을 통해 만난 여러 여성들, 여러 엄마들은 국적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고민과 후회를 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만큼 세계를 막론하고 여성이 엄마가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과, 억압받는 것들이 많다는 게 안타까울 뿐 .
'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후회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러면 사회적 난관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된다. 후회를 개인 적인 일로 치부할 때, 즉 개인적으로 엄마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할 때, 엄마가 될 것을 촉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면 수많은 사회가 여성들을 어떻게 다루는지, 여성들이 얼마나 불이익을 당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이다. 서문 p13'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하는 게 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임을, 그걸 말하는 순간 나쁜 엄마가 되는 것만 같아 죄책감을 느낄 이유 또한 없음을 이 책을 통해 조금 인정받은 듯 했다.
물론, 이 책이 그 모든 걸 해결해 줄 수 없다. 나는 끊임없이 하나의 주체로서의'나'와 아이 '엄마'로서의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 것이다. 아이를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이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나'는 저 만치 내팽개쳐 두기를 주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발적으로 선택했든,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든 나는 역시 '엄마'이기 때문에.
다만, '나'의 행복을, '나'의 안녕을, '나'의 꿈을 꾸는 일에 주저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굳건히 세운다. 그리고 응원하단 세상의 모든 '엄마'들과 엄마됨을 포기한, 포기할 수많은 '여성'들을.
- 아이들은 자아에 대한 이해가 점점 더 커지면서 엄마를 떠나 개인으로 성장하는 반면, 여성은 엄마로서의 정체성에 의해 다음 단계로 발전한다. 포대기를 두르던 엄마에게서 유모차를 미는 엄마가 되고, 헤어지면서 손을 흔들어주는 엄마가 되고, 마중 나가 서 있는 엄마가 된다. 하지만 항상 엄마다. 여성의 발전은 수직적인 반면, 아이들은 엄마와 떨어져나가는 `수평적` 발전을 보인다. p62
- 현재 여성은 절대로 `그냥` 엄마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인정받고 싶으면 직업도 가져야 하고, 시간을 쪼개 유치원이나 학교 어머니회에 기꺼이 참여해야 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섹시함까지 유지해야 한다. 메레디스 브룩스는 노래를 통해 `난 개년, 난 애인, 난 아이, 난 엄마, 난 죄인, 난 성녀`라고 모순되는 특징들을 지적했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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