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 시시한 미니멀리스트의 좌충우돌 일상
밀리카 지음 / 나는북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엔 대부분의 책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하다 보니 간단한 소개 외에 이미지로 책을 판단할 때가 종종 있다. 표지라든지, 미리 보기 했을 때 보이는 몇 페이지에 대한 느낌 같은 것들로.

그렇게 선택한 책 중 직접 받아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생각했던 책이 아니라서 읽지 않고 오래 덮어주는 책도 종종 있다.

이 책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구입할까, 말까, 오래 고민한 책 중 하나다.
최근 연달아 읽은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고를 때마다 같이 두고 고민했던.
이미지로 만난 책의 첫 느낌이, 어쩐지 얇고 가벼울 것 같았다.
앞서 몇 권의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을 읽고, 그럼에도 결국 이 책을 구입한 건 비슷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들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까.
어떤 사람이 어떻게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을까.
뭐 그런 호기심.

 

다 읽은 뒤에 느낌.
음.. '첫 느낌을 너무 믿지 말자' 뭐 이런?
다른 책보다 먼저 읽을걸.. 하는 마음이 들 만큼 내 스타일의 책이었다.
미니멀라이프를 다룬 실용서라는 느낌보다는, 미니멀라이프를 꿈꾸는,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랄까.
그 이야기가 꽤 공감되고, 어떤 부분은 배우고 싶고, 같이 노력해 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서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와도 가까웠고.

그리고 책도 예쁘다. 저자의 집만큼이나 깔끔한 느낌. 군더더기 없이 할 말, 하고 싶은 말만 해 놓은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저자의 남편이 적어 놓은 <시시한 미니멀리스트 아내를 둔 남편의 일기>도 좋았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는 미니멀라이프. 같이 사는 이들의 마음이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미니멀라이프이기도 하니까.

 

 

 

다른 미니멀 라이프 책들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만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 무조건 버리고, 없애는 게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물건은 더 소중하게 아끼고 간직하게 되더라는 것. 물건 하나를 사도 좋은 것, 갖고 싶은 것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
버리고 비움으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아끼는지 진심으로 알게 된다는 것.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간다는 것. 나는 그게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 다는 건, 확실히 좋은 일이니까.

 

 

누구나 처음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고, 실천해온 건 아닌 것이다.
살다 보니 너무 차고 넘쳐서 감당이 안 되는 삶,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감정이든 넘쳐서 힘든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비우고 싶은 간절함이 생겨나는 거 아닐까.

물건을 비우다 보니 욕심을 비우게 되고, 욕심을 비우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에서 역시 집착을 버리게 되고, 집착을 버리게 되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그러면서 조금씩 삶이 가벼워지는 느낌.
나는 그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 내 삶이 조금 더 여유로워 지면 좋겠구나 싶어서 미니멀 라이프를 꿈꾼다.

저자는 책의 제목을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라고 지었지만,
내용은 온 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긍정적으로)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에 가면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쓰레기 없는 일주일>이라는 파트가 있는데 이 부분의 내용에 무척 관심을 갖고 읽게 됐다.

일주일 동안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아가기, 가 가능한 일인가.
우선 의문부터.
저자 역시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일주일간 실천해보고 작게나마 긍정적 변화가 생기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장을 보러 갈 때 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건 기본이고, 야채나, 고기 등을 구입할 때 비닐을 가져오지 않기 위해서 담아 올 용기를 들고 간다. 피자나 파스타를 포장해 올 때 포장 용기 대신 집에서 그릇을 가지고 간다. 음료는 당연히 텀블러에 담아 마시고.
읽다 보면, 아.... 이렇게 하는 건 정말 쉽지 않겠다 싶다. 그럼에도 언젠가 나도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우리 아파트는 매주 금요일 밤, 토요일 오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데 매주 버려도 버려도 어쩌면 이리 많이 나올까 싶을 때가 많다.
Zero Waste는 불가능하겠지만 나 역시 점차 점차 줄여나가는 걸 목표로 도전해 보고 싶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책은 미니멀 라이프의 방법, 수납 법이나 정리 정돈 등등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뭔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친근하게 옆집에 놀러 가 옆집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슬쩍 둘러본 것 같은 느낌이다.
덤으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할 이웃이 생긴 느낌이고.

책을 읽은 뒤 저자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했다.
책만큼이나 간결한 포스팅이 올라오는데 사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있으면 '아.. 얼른 나도 뭔가 좀 비워야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실용적인 내용의 미니멀 라이프 책을 찾는 게 아니라면,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나 생각을 막 갖기 시작한 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을 듯한 따뜻한 책.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미니멀 라이프라 해도 다양한 '취향'중 하나라 생각할 뿐 삶을 살아가는 데 절대적인 진리나 신념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삶의 포지션과 취향을 선택하는 것은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자유입니다. 저 역시 여전히 들끓는 물욕을 지닌 하찮은 범인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미니멀 라이프를 주제로 책을 낸 까닭은 제가 앞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계신 분들에게 큰 격려를 받았듯 저도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랍니다."  에필로그 중에서, p327

 

미니멀 라이프란 신기합니다. 쓸모없는 것을 비웠을 뿐인데 이전보다 내가 조금은 더 쓸모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비우면 과거엔 모르던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모금함에 외국 동전과 지폐를 넣고 드렸던 기도를 다시 떠올리며 다짐해봅니다. "아무쪼록 서랍 속베 방치되어 있는 동그란 외국 동전이 어느 누군가에겐 동그란 희망이 되고, 구겨진 외국 지폐가 힘든 누군가에겐 빳빳한 용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제 삶에 쓸모없는 과욕을 쓸모 있게 비우는 지혜를 주세요." p129

모든 인생이 그렇듯 미니멀 라이프도 각자의 내공, 철학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내공이 부족한 내가 ‘비움‘을 위한 ‘비움‘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곤 합니다. 이전엔 필요해서가 아니라 ‘소비‘ 자체의 짜릿함에 빠져 물건을 쌓아두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비‘를 위한 ‘비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자칫 ‘소유하는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비우는 즐거움‘으로 슬며시 탈바꿈한 것은 아닌지를 말이지요. p157

만약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살았다면 내 삶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우울하고 속상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삶의 포커스가 ‘최대한‘에서 ‘최소한‘으로 변화되지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답니다. 예전에는 힐링 메시지를 담은 책에 쓰인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이란 내용에 큰 감흥이 없엇고, 성공한 스타 강사들이 ‘넘쳐나도 괜찮아요‘같은 말을 하면 반항아처럼 부은 얼굴로 고개를 젓곤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소한 것부터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건 스스로 놀라운 일입니다. p187

만약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남겨진 제 흔적은 어떤 것일까 살펴봅니다. 휴대폰에 남은 남편과 나눈 메시지를 읽어봅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 해주었습니다. 별거 아닌 일로 티격태격 하는 부부이고 거창한 이벤트는 없지만 소박하고 사이좋게 지낸 흔적이 가득해 마음이 놓입니다.
(중략)
미니멀 라이프가 무엇을 남기느냐에 대한 질문이라면 제 답은 사랑하며 산 흔적만 남기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고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하고 간 인생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것이 염치없는 거라면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입니다. p207

앞으로 더 풍족하게 살길 바라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혹여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요.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도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나를 사랑하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아가 단단해진 것을 느끼죠. 화려한 인맥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적은 인연이라도 깊은 마음을 오래도록 나누고 싶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내가 지닌 마음의 그릇이 작다는 걸 느끼니 겸손을 알아가고, 타고난 게으름은 크게 달라진 게 없기에 더 부지런해지고 싶네요.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란 제 모토처럼 완벽한 미니멀 라이프가 되길 욕심내기보단 모순덩어리 미니멀 라이프를 인식하며 느리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p220

미니멀 라이프의 정의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또 다른 정의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마음속 쓸모없는 ‘교만‘이라는 이름의 덩어리를 버리려 합니다. 냉동실에 오랜 시간 쌓여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 비닐봉지를 버린 것처럼 개운합니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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