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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 - 시시한 미니멀리스트의 좌충우돌 일상
밀리카 지음 / 나는북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엔 대부분의 책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하다 보니 간단한 소개 외에 이미지로 책을 판단할 때가 종종 있다. 표지라든지, 미리 보기 했을 때 보이는 몇 페이지에 대한 느낌 같은 것들로.
그렇게 선택한 책 중 직접 받아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더러 있고, 생각했던 책이 아니라서 읽지 않고 오래 덮어주는 책도 종종 있다.
이 책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는 구입할까, 말까, 오래 고민한 책 중 하나다.
최근 연달아 읽은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들을 고를 때마다 같이 두고 고민했던.
이미지로 만난 책의 첫 느낌이, 어쩐지 얇고 가벼울 것 같았다.
앞서 몇 권의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을 읽고, 그럼에도 결국 이 책을 구입한 건 비슷비슷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들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이번엔 어떤 사람의 이야기일까.
어떤 사람이 어떻게 미니멀라이프를 하고 있을까.
뭐 그런 호기심.
미니멀 라이프란 신기합니다. 쓸모없는 것을 비웠을 뿐인데 이전보다 내가 조금은 더 쓸모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비우면 과거엔 모르던 소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모금함에 외국 동전과 지폐를 넣고 드렸던 기도를 다시 떠올리며 다짐해봅니다. "아무쪼록 서랍 속베 방치되어 있는 동그란 외국 동전이 어느 누군가에겐 동그란 희망이 되고, 구겨진 외국 지폐가 힘든 누군가에겐 빳빳한 용기가 되길 소망합니다. 앞으로도 제 삶에 쓸모없는 과욕을 쓸모 있게 비우는 지혜를 주세요." p129
모든 인생이 그렇듯 미니멀 라이프도 각자의 내공, 철학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내공이 부족한 내가 ‘비움‘을 위한 ‘비움‘을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곤 합니다. 이전엔 필요해서가 아니라 ‘소비‘ 자체의 짜릿함에 빠져 물건을 쌓아두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비‘를 위한 ‘비우기‘를 하는 것은 아닌지, 자칫 ‘소유하는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비우는 즐거움‘으로 슬며시 탈바꿈한 것은 아닌지를 말이지요. p157
만약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갖고 살았다면 내 삶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우울하고 속상했을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평범한 일상에 만족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삶의 포커스가 ‘최대한‘에서 ‘최소한‘으로 변화되지 많은 것에 감사하게 되었답니다. 예전에는 힐링 메시지를 담은 책에 쓰인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이란 내용에 큰 감흥이 없엇고, 성공한 스타 강사들이 ‘넘쳐나도 괜찮아요‘같은 말을 하면 반항아처럼 부은 얼굴로 고개를 젓곤 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사소한 것부터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건 스스로 놀라운 일입니다. p187
만약 오늘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남겨진 제 흔적은 어떤 것일까 살펴봅니다. 휴대폰에 남은 남편과 나눈 메시지를 읽어봅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매일 해주었습니다. 별거 아닌 일로 티격태격 하는 부부이고 거창한 이벤트는 없지만 소박하고 사이좋게 지낸 흔적이 가득해 마음이 놓입니다. (중략) 미니멀 라이프가 무엇을 남기느냐에 대한 질문이라면 제 답은 사랑하며 산 흔적만 남기길 바란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나고 다른 이들에게 사랑을 하고 간 인생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것이 염치없는 거라면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입니다. p207
앞으로 더 풍족하게 살길 바라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혹여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아요.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일 때도 있지만 지극히 평범한 나를 사랑하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아가 단단해진 것을 느끼죠. 화려한 인맥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적은 인연이라도 깊은 마음을 오래도록 나누고 싶어요.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내가 지닌 마음의 그릇이 작다는 걸 느끼니 겸손을 알아가고, 타고난 게으름은 크게 달라진 게 없기에 더 부지런해지고 싶네요. ‘마음을 다해 대충 하는 미니멀 라이프‘란 제 모토처럼 완벽한 미니멀 라이프가 되길 욕심내기보단 모순덩어리 미니멀 라이프를 인식하며 느리더라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p220
미니멀 라이프의 정의가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또 다른 정의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마음속 쓸모없는 ‘교만‘이라는 이름의 덩어리를 버리려 합니다. 냉동실에 오랜 시간 쌓여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 비닐봉지를 버린 것처럼 개운합니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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