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릿터 Littor 2018.2.3 - 10호 ㅣ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8년 2월
평점 :
2018년 2/3월 호 Littor의 주제는 "커버링"
음...... 이번 주제를 통해서 '커버링'이라는 것에 대해 아마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물론, 그 용어 자체가 낯설기도 했고.
'주류에 부합되도록 남들이 꺼려 하는 정체성의 표현을 자제하는 것'
왜, 우리는 '남들이 꺼려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까..에 대한 생각도 다시 해보게 됐고.
조금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번호 릿터를 읽고 있다(한번 쭈욱 읽은 뒤, 다시 읽고 싶은 글들을 읽고 있는 중).
플래시 픽션에서 만난 글 중 김봉곤의 「신일」이 좋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누구보다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일명은 신일을 데리고 오버로크를 해 주러 군장점에 함께 갔던 날부터 그 애가 마음에 들었다. 잔뜩 기합이 들었지만 기죽은 가엾은 모습을 볼 때, 시간이 흘러 이야기든 먹을 것이든 꼭 나누러 오던 무구한 표정의 그 애를 볼 때, 선임병들의 자갈마당이네 쌈리네 텍사스네 용주골이네 하는 무용담에 지쳐 시선을 돌린 순간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신일과 눈이 마주쳤을 때, 일명은 무언가를 느꼈다. 그땐 그 감정을 지금처럼 알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어떤 감정인지 알 수도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소중했다고 기억되는 어느 시절의 이야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떠올릴 때서야 알 수 있는 어떤 감정들. 그리고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의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나를 공부하고 싶게 만든 Issue 속 글들.
가볍게 읽으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좀 더 알고 싶어져서 천천히 다시 읽고 있다.
' 다수의 정상 사회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배려해줬는데?라며 불만을 표할지도 모르지만, 소수자에게는 커버링에 대한 압력 자체가 삶을 잠식하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커버링 요구가 일부 모임에서나 혹은 작은 집단에서만 이뤄지고 만다면(물론 그 자체로도 큰일이지만) 다행일지도 모르겠으나, 한 사회의 사법 시스템 혹은 행정부 차원에서 (소수자에게) 커버링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켄지 요시노의 지적대로 "법적 판단은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따라서 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 즉 존재 자체를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노력해야 하는 사회라면, 우리는 반드시 커버링에 대해 숙고해 봐야만 한다. '이 이상 뭐?'가 아니라 '아직도'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 - 「커버링이란 무엇인가」유상훈, 중에서-'
릿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이번호 역시 좋았다. 원래 좋아하는 배우 배종옥과 소설가 최은미의 인터뷰.
인터뷰를 읽다 보면, TV에서 보는 모습과 또 다른, 소설을 통해 짐작했던 작가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친근하게 옆에서 조곤조곤 수다 떠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고, 많은 작품을 하고 있는 배우의 꿈이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작품 안에서 더 각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꿈.
꿈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꿈'인 모양이다.
소설에서는 조해진 작가의 「숨결보다 뜨거운」이 좋았고,
이장욱 시인의 「독심」이 마음에 남았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여러 이야기들을 만나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이 좋아서 자꾸 읽게 된다.
10호가 발간된 릿터.
더 오래, 아주 오래 만날 수 있기를. 갑자기 이런 바람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