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눈 + 어린 왕자 (문고판) 세트 - 전2권
저우바오쑹 지음, 최지희.김경주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어린 왕자를 처음 만난 건, 중학생이 막 되고 난 직후였다.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선명하게 기억 남는 건,
보아 구렁이.
코끼리를  소화시키고 있는 보아 구렁이.

책 속에서 그 장면을 읽었을 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어린 왕자를 떠올리면 그 모자가 같이 떠오른다.
그리고 한동안 연습장에, 책 사이사이에 그 그림을 따라 그렸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의 어린 왕자 사랑이 시작되었다.

 

 이 책 <어린 왕자의 눈>을 읽으면서 내가 왜 그 그림을, 그 장면 좋아했는지 이제야 어렴풋이 알게 된 것 같다. 아마 그때 나는 '어른'들 때문에 꽤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던 시기였는데 어린 왕자 속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어' 생각했던 것 같다(이건 물론 지금 짐작해 보는 것).  이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동심'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있는 중.

 

 「어린 왕자의  저자 저우바우쑹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쓴 이다. 저자는 문학을 사랑하고 교육에 관심이 많은 정치철학자.

「2014년 9월 홍콩에서 우산혁명이 일어났을 때, 수십만 명의 홍콩인과 함께 거리로 나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했고, 자진해서 경찰에 체포되었다.
운동은 실패로 끝났고, 몸과 마음이 지친 나는 2015년 가을부터 반년 동안 방문학자로 대만에 갔다. 대만에서 지내는 동안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었는데, 이때 다시 《어린 왕자》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p5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마 저자도 어린 시절부터 《어린 왕자》를 무척 좋아했을 터. 마음이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은 때, 쉬고 싶을 때 다시 만나게 된 어린 왕자를 통해 아마 저자는 철학자 다운 깨달음을 새롭게 얻어낸 듯하다. 그리고 그걸 힘든 시대를 힘겹게 건너가고 있는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툭, 세상에 한 권의 책으로 던져 놓았다.

총 열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속에는 각 장마다, 《어린 왕자》 속 한 장면을 통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얻어낼 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위로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철학자의 눈으로 다시 한 번 풀어내 이야기해 준다.

'꿈, 동심, 첫사랑, 길들여짐, 책임감, 친구, 고독, 선택, 행복, 이해, 아름다움' 같은 것들에 대해 어린 왕자의 눈을 통해 우리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도, 작지도 않다.

 

 《어린 왕자》이야기 중에서 좋아하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길들여진다'라는 내용이 나오는 부분.
책 속에는 열다섯 장의 첫 장이 시작될 때마다, 읽는 이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하나씩 던진다.
'어린 왕자는 어떻게 장미와 여우, 그리고 조종사까지 그토록 쉽게 길들이고 그들 하나하나와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을까?'

「길들여짐은 절대로 일방적이거나 절대적으로 어느 한쪽의 결정에 따른 행위가 아니다.(중략)
중요한 건 일단 관계가 시작되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가 아니라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된다. 왜냐하면 길들여짐 속에서 자신의 주체성이 발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주체성도 존중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p83」

어린 왕자가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교감하고, 길들일 수 있었던 건,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 결국 누군가를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의 전제는 내가 '나'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물론 이건 꼭 어린 왕자의 목소리를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론적으로 어쩌면 너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너무 쉽게 잊고 지낸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낮추면서 사랑받기를 원하기도 하고,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사랑 때문에 쉽게 자존감에 상처입지는 않았는지. 연인 간에도 부부간에도 말이지.

이 책은, 알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 알고 있지만 쉽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아, 그랬지. 그랬어.'하고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내 옆의 가장 가까운 이들을 함께 두고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게 해 준다.

 

 

 어린 왕자는 말한다. 길들여진다는 건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결국, 작은 단위의 가족부터 시작해서 친구, 직장, 사회로 나가 우리가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상처받으면서 해 나가고 있는 게 바로 관계 맺기가 아닌가.
어떻게 하면 그 관계들을 조금 더 평등하고 평화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저자는 '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제도는 결국 '우리가' 바꿔 나야가 한다.
권력의 간섭 따위 걱정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 쓰지 않고,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걱정하지 않는 공정한 사회.

이 책을 읽으면서 책장에 꽂혀 있던 《어린 왕자》책들을 다시 꺼내 보았다.
90년에 산 책도 있고, 99년에 대학에 들어가면서 다시 구입한 책도 있다. 일본어로 된 책을 사기도 했고 최근엔 컬러링북으로 발간된 어린 왕자를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어린 왕자》를 읽는다. 이 책에 포함되어 있는 작은 판형의 어린 왕자로.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이다. 그런데도, 어제 만났다 헤어진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은 느낌. 반갑고 또 반갑다.
혹시 이 책(어린 왕자의 눈)을 읽는다면, 《어린 왕자》를 꼭 같이 읽어보시길. 반가움이 두 배가 될 테니.

말을 멈춘 여우는 한참 동안 어린 왕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부탁이니 날 길들여 줄래?"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는 걸. 난 친구들을 찾아야만 하고 아라야 할 것들이 있으니까."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누구든 자신이 길들이는 것 외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사람들은 이제 무얼 알아 갈 시간도 없이 살지. 그들은 상점에서 다 만들어진 걸 사니까. 하지만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친구가 없는 거야. 친구를 원한다면, 날 길들이면 돼."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어린 왕자가 물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 우선 나한테 좀 멀리 떨어져서 아까처럼 풀밭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질로 널 볼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말이란 오해의 씨앗이니까. 하지만 매일 조금씩 더 가까이 내 쪽으로 다가와 앉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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