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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간질간질
강병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평점 :
간질간질, 간지러워.
어딘지 잘 모르겠는데 참을 수가 없어. 벅벅 긁으면 좀 괜찮아질 것도 같은데, 어딘지.. 당최 어디 가 간지러운 건지 정확히 모르겠어. 아 - 그래서 미칠 것 같아.
소설을 읽는 내내 정말 어딘지 모르게 간질간질 거렸다면 "에이~ 거짓말" 이렇게 말하겠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
근데 진짠데. 설명할 수 없지만- 어딘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간지러웠는데, 실은 제목을 읽을 때부터였던 것 같아. 간질거린 건.
시작은 절대 반이 아니고,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끝난 게 아니다. 인생도, 또 야구에서도 그렇다. p11
참아야 한다는 걸 안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몸소 알게 된다. 삶에서 인내해야 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은지를. 참는 것이야말로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운동을 해보면 안다. 이 순간을 버텨야 한다. 아이는 이를 참기 위해 이를 악문다. 이 고비를 넘고, 참아내고, 이겨내야 쉴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승자만이 제대로 쉴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이를 악물고, 실밥 위에 다시 중지와 검지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와인드업을 한다. 간지러움을 참기 위해 손가락 끝에 단단히 힘을 준다. p18
WILL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손가락에 생긴 눙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어요. 둘 중 누가 눈이 생긴 건지 헷갈리기까지 했어요. 나중에는 손에 작은 티눈이 하나 생긴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죠. 그저 누구나 겪는 일상의 변화 같았어요. 왜 전혀 놀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WILL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어요. 놀라도 변하지 않는 것에는 놀랄 필요가 없다고. 세상에는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그냥 가만히 두고 보면 된다고. p96
다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나요? 나는 그냥 평범한 신분으로 이 세상에 왔는데, 그래서 보통의 존재로 살면서 여기저기 다니고, 그러다 만난 사람들이 있는데, 돌아보니 그런 사람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게 힘이 되었던 기억이오. 허무한 별빛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빛이었던 경험. p160
감독님은 곁으로 와서 자기 귀를 좀 봐달라고 했어요. 핑거 아이로 귀 안을 살펴봐달라고 했죠. 황당한 부탁이었지만, 알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손가락을 넣어 귓속을 구석구석 살폈어요. 귓속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했어요. 또 하나의 눈이 그 안에 있었어요. 물론 이번에도 놀라진 않았어요. 나는 손가락 눈으로 귓속 눈에게 눈인사를 건넸어요. 감독님은 내 어깨를 통통 두 번 쳤어요.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어요. 이후 나는 타격 연습에 집중했어요. 가끔이지만 장타를 칠 때마다 감독님은 귀를 후비며 웃었어요. 나도 웃었어요. 1회 초 무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느낌이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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