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내가 얼마나 가볍고, 잘 읽히고, 단번에 이해가 되는 소설들만 읽어왔는지 갑자기 깨달았다.
이 소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으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더뎠다. 읽다가 다시 앞으로, 다시 앞으로 여러 번 되돌아가야 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를, 소설의 맥락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조금 벅찼다.
다 읽고 난 뒤에는 '아, 드디어 다 읽었어' 뭔가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올해는 외국 소설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구나( 왜 이런 결론이 났지 ;;)

 

 어쩌면 나는 지금도 이 소설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 남은 상실과, 그 상실을 애도하는 과정을 조용히 따라갔던 것 같다. 그런데 조용히 따라만 가기에는 장면, 장면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툭 튀어 나오기도 했고, '흡' 숨을 멈추게 만드는 장면들이 보이기도 했다.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아꼈던 이들을 죽음 이후 남겨진 이들.
사랑하는 이들은 없지만 남겨진 자신은 남아 있는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현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앞에서 꾸역꾸역 남아 있는 날들을 살아내는 이들에게 진정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3부 집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이야기는 각기 시대도 배경도 다르지만 마치 한편의 소설처럼 만난다.

나는 책을 덮었지만, 아직 온전히 덮지 못했다.
어쩐지 자꾸 이 소설이 내 등을 두드릴 것만 같다.

한두 달쯤 흐른 뒤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소설. 아니 꼭 다시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