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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선 - 나의 섹슈얼리티 기록
홍승희 지음 / 글항아리 / 2017년 9월
평점 :
화장실에서 초조하게 임신테스트기를 바라보던 어느 날 오후, 두 개의 붉은 선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외마디 비명이 나왔다. 붉은 선은 '너의 삶은 이제부터 정지될 예정
이라고 선고하는 것 같았다. 예감은 실제였다. 임신중절수술 후 몇 개월 동안 두통과 복통, 외로움과 배신감에 떨었다. p5
하필이면 그랬다.
조산기로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이 책을 읽었다.
배가 아파 병원에 가면서 가방에 챙겨 넣은 책이 하필이면 이 책, 『붉은 선』 이었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데.
뱃속의 아이를 지키겠다고 팔뚝에 주삿바늘을 꽂은 채 병실 침대에 기대서 누군가가 낙태 수술을 하고,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 고백한 글을 읽었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럴 일도 아니지만 괜히 혼자, 마음 한 켠이 찌릿했다. 그리고 곧 부끄러워졌다. 나의 편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