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변호사' '파산변호사'로 알려져 있는 박준영 변호사.
이 책은, 이 책 속의 글들은, 사람을 먼저 보아야 읽히는 글이다.
'변호사'라는 직함을 떼고, 인간 박준영이 보이니 그의 글들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애틋해졌다.
'작은 섬 노화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을 도와 연탄을 팔고 오징어를 팔고, 장례식에 쓰이는 종이꽃을 접으면서 자랐다. 중학교 때 엄마가 돌아가신 뒤 광주로 유학을 갔고, 가출과 방황을 일삼는 문제 청소년으로 살았다. '근면 성실하나 준법성이 요구'된다는 평가를 받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그나마 들어간 대학은 1학년때 그만 뒀다. 군대에서 만난 배 병장을 따라 사법 시험 공부를 시작해 2002년에 합격했다. 수원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고, 국선변호에 열중하던 중, 2008년 운명의 사건 '수원 노숙 소녀 살인 사건'을 만났다. 이는 국가기관의 도움없이 형사 재판 재심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최초 살인 사건 사례가 된다. 이어 탈북자 간첩 사건을 변호하게 되면서, 재심과 공익 사건만 맡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덕분에 개인 재정은 파산 지경에 이르렀지만, 재심 청구에서는 단연 빛을 발한다. ... 대한민국 최고의 재심 전문 변호사로서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우리들의 변호사'로 살아갈 생각이다<지은이 소개, 같은 책 제공>'
상상해본다.
개천에서 용났다는 말을 들을만큼 어렵게 성공해서 변호사가 됐다.
그 다음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까. '이제 내 인생은 폈구나' '이제 편하게 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을 것 같다. 물론 저자는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말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럼에도 결국 그는 지금 가장 힘들고 낮은 곳에서, 더 힘들고 더 낮은 이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믿지 못했던,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조금은 믿게 되었다.
결국엔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사람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다들 힘들어서 피하고, 더러워서 피하고, 이익이 되지 않으니 피하는 일을 나서서 하는 사람이라면 믿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가 아들 진우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된다. 너무 바빠서 함께 놀아주지 못하고, 자는 모습만 보여주는 아빠라서 미안해하고, 좋은 집에 살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하는 보통 아빠다. 그런데도 나는 그 아이, 진우가 참 부럽다. 이런 아빠를 둔 그 아이가. "물려 줄 재산은 없지만, 누구한테 얘기해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돈도 없고, 좋은 집에서도 못 살고, 진우가 해 달라는 거 다 해 줄 수는 없지만 힘없고, 가난하고, 못 배워서 억울한 일을 겪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멋진 아빠가 되도록 애쓸게!"라는 말은 마음 한 구석에 들어오 찡 하고 울린다. "진우야, 우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 돈 많은 부자라고 행복한 게 아니야. 가진 게 만다고 행복하지도 않지. 함께 더불어 사는 거야.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해. 그래야 진짜 행복할 수 있어. 아빠도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 아빠도, 건우도 나보다 힘든 주변을 도우며 함께 살아가자."라는 말은 우리 아이에게 언젠가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힘들게 공부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야기, 변호사로 살아가던 이야기, 재심변호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 여러가지 재심 사건을 맡아 힘겹게 싸움을 해나가는 이야기까지 어느하나 놓치기 아깝다.
특히나, 이 책을 통해 뉴스를 통해서만 간략하게 접했던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 치사 사건' '익산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을 좀 더 정확하게 알게 되어 좋았다. 그리고 세상에 얼마나 억울하고 힘든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내가 가진 힘듦만 생각하고 살지 말자고 조용히 다짐도 해 본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합니다. 그게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p157"
이 말이, 우리가 지금 추운 날씨를 견디며 광화문에 나서는 이유고, 촛불을 드는 이유일 것이다. 정의가 승리하는 날을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오래오래 버텨주기를 바란다. 오래오래 승리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믿는 가치가, 정의가 옳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