릿터 Littor 2016.12~2017.1 - 3호 릿터 Littor
릿터 편집부 지음 / 민음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취향의 문제 일테지만,  잡지를 펼치고 나면 제일 먼저 관심 가는 분야의 글을 찾아 읽게 된다.
순서대로 읽는 일이 좀처럼 되지 않는 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면 때론 중간중간 놓치게 되는 글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럼 어때, 다음에 또 찾아 읽으면 되지. 하고 넘기기도 한다.

지난 호에서 황인찬 시인의 인터뷰가 너무 좋아서 이번 호를 펼치면서 역시 인터뷰 페이지를 먼저 펼쳤다.
배우 박정민과 작가 김숨의 인터뷰.
누가 더 좋다라고 할 것 없이 역시 둘 다 좋았다. .
릿터 2호와 3호를 읽고 나서 알게 된 매력인데, 인터뷰를 통해 한 사람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영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활자화 된 인터뷰를 읽고 난 뒤에 더욱 더.
그전에  인터뷰라는 형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뻔한 질문, 예상되는 대답들이 대부분이기도 했고 작품에 대한 인터뷰 역시 그냥 그 작품으로  느끼고 싶었다.

릿터를 통해 읽으면서 본 인터뷰들은 활자화 된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김숨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아, 내가 작가의 작품을 어려워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이 작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아우라가 크게 느껴진다. 깊은 우물 하나를 품고 사는 것 같다. 온 몸으로 소설을 쓰는 것만 같다.

이번호 주제는 랜선-자아
"랜선-자아들의 목소리 덕분에 일말의 가능성이 생겼다. 피해자의 목소리는 삭제되지 않는다. 랜선의 세계에서 삭제는 무의미하다. 없던 일이 될 수 없다. 랜선-자아들이 랜선 밖 타자들의 변화를 일으켰다.p3"

나 역시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열심히 한다.
'나'를 기록하는 방식이지만 때론 아니 종종 '나'가 중심이 아닌 '타인'이 중심이 되는 글을 올릴 때가 많다.
타인이 나를 바라보도록 글을 올리고, 댓글을 확인하고, 좋아요가 눌린 수를 확인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공유하고, 좋아하고, 댓글을 달면서 마치 오프라인에서 친근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인 듯 착각하기도 한다. 때론 사진 한장을 올리고 불안해하거나 , 바로 삭제해버리기도 하고.
그런면에서 나의 자아는 굉장히 '소극적'인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읽으니 이번 호의 주제와 글들이 꽤 흥미로웠다. 조금 더 자기 검열이 생길 것도 같지만.

리뷰 코너에선 다행이 대부분 읽은 작품이라 이해와 공감도가 높아서 좋았고,  김금희 작가의 단편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는 단연 좋았다. 안태운 시인의 <이 모든 것이 여름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역시 기억에 남는다.

소설과 시, 리뷰, 인터뷰, 산문 어느 것하나 놓치기 아깝다. 
아직 읽지 못한 한 두 편의 글은 아껴 읽을 생각이다.

저는 인간인 저 자신의 의지를 그렇게 신뢰하지 않아요. 인간인 저의 의지라는 것이 늦여름 잠자리의 날개만큼 얇고 나약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