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움직임 - 작가정신 소설향 6 ㅣ 작가정신 소설향 23
조경란 / 작가정신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화를 건다
전화 받기를 기다린다
한참 기다리다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움직임)을 다 읽고 났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라면 위의 세 문장으로 대신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알리기, 누군가에 대해 알기--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전화의 목적이라면 그것은 삶에서도 비슷하게 통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신이경이라는 인물은 외로운 존재다. 자신의 존재를 관심있는 앞방 남자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늘 서성거리고, 머뭇거리는, 그래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랠 줄 모르는 여자. 그리고 그 외로움 주변에는 끊임없이 현실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이모가 있고, 그 낡고 어두운 현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할아버지와 삼촌이 있다.
이 소설의 초점을 이 네 인물에 둔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따라간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억압된 자신, 자신으로 인해 희생당하는 가족. 둘 중 어느쪽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쪽이든 안타깝고 쓸쓸하긴 마찬가지다.
그들은 서로 얽히지 못하고 서로의 주변을 서성거리며 서로의 외로움을 들춰낸다. 때가 되면 아무는 상처처럼 그들은 서로 아물어 다시 깨끗한 맨 살이 될 수 있을까.
조경란의 (움직임)이라는 소설은 그리 뛰어난 문장도 없고, 그닥 새로울 것 도 없는 소재지만, 작가의 서사력과 안정된 문장으로 읽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편안하게 소설을 읽게 하다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가슴에서 '딱'하는 소리를 듣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