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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 너희들에게
이아진(전진소녀)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6월
평점 :
"하고 싶은 것도... 좋아하는 것도... 모르는 너희들에게"
책 표지에 적힌 문장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우리 집에 그런 아이 한 명 있다.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귀찮아,
나는 뭘 잘하지..
이런 말을 달고 사는 아이.
그런데 내가 보기엔 아이는 충분히 좋아하는 것도 많고, 잘 하는 것도 많다.
아직 그걸 아이가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걸까. 이제 열네 살. 아이를 지켜보면서 천천히 기다리는 중이다.
한 편으로, 마흔여섯 나는 이제야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알게 됐다. 물론 그럼에도 그것만 하면서 살 수 없다는 현실도 명확히 깨달았다.
한 3, 4년쯤 됐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사람이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싶기도 하고.
아이랑 같이 읽고 싶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를 내가 먼저 읽었다.
(나는 이 책을 아이가 끝까지 꼭 읽었으면 좋겠기에, 어떻게 읽게 할지 고민 중이다. 책이라면 뒷걸음질 치는 아이라.)
'전진소녀'라는 닉네임임은 아버지가 지어주었다고 했다.
잘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딸을 보며 아버지는 말했다.
"이왕 시작한 이 여정, 앞으로 보고 당당하게 전진해 봐! 전진하는 소녀." (p18)
아이에게는 하고 싶은 대로 해 봐. 당당하게 전진해 봐.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용기일지도 모른다.
부모가 되고 보니,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고, 걱정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부모란 걸 알게 됐다.
사람들은 때로 편견을 갖기도 했다고. 집에 돈이 많으니까 유학도 보내고 하는 거 아니야? 겉모습만 보는 사람들의 말에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어릴 때 이혼한 부모, 자주 만나지 못했던 엄마. 할머니와 이모 손에서 자란 어린 시절.
가정 환경을 아예 무시할 순 없겠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사회가 정상 가족이라고 규정하는 '가족'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아이 곁에 좋은 어른들이 있으면 충분히 아이는 바르게, 밝게 성장할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거기에 당당하고자 하는 '주체성'과 '자립심' ,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가 중요할 거다.
청소년은 아니지만, 다시 진로를 정하기엔 조금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책 속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자극을 받았던 건 작가가 보여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당당함 때문이었다. 나의 아이가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고.
책 속 부록으로 '진로 Q&A'가 수록되어 있다.
청소년뿐 아니라 작가의 유튜브를 구독하는 어른들의 진로고민 상담도 꽤 있어서 놀랐다.
내가 작가의 글을 읽으며 공감하고 자극을 받았듯, 어른들도 나이에 상관없이 열심히,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고,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 거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하나의 편견을 깨트렸다.
'나이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 자극받고,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 데 필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경험과 삶이다.'
앞으로 나는 색안경을 끼고 청소년들을 바라보지 않을 거다.
그들이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것 같다고 지레 짐작하지도 않을 거다. (특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의 아이에게 부터.)
스물네 살 작가에게 마흔여섯 '어른'은 많이 배웠다.
나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부모로 어떻게 아이를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당연히 청소년들에게는 강력 추천.
꼭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흔들리고 있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을까?' 이 질문에 대답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될 듯.
자기 자신이 평범해 보여서 불행을 느낀다면, 그 불행은 ‘가짜 불행‘일 확률이 커. 더는 그것에 속아서는 안 돼. 만약 어떤 선망의 대상을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동요하거나 자괴감이 든다면 ‘내가 조금 쉬어가는 시간이구나. 내가 지금 공허해서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동경하고 비교하는구나‘하고 넘기면 돼. 타인이 최고일 때와 자신이 최악일 때를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으니까. - P28
‘꾸미는 것‘과 ‘가꾸는 것‘에는 차이가 있어. ‘너‘라는 ‘나무‘를 꾸미지 말고, 잘 가꿔나가길 바라. 거기서 맺은 열매들이 세상을 이롭게 할 거야. - P89
삶이라는 건 결국 단체 여행처럼 보이는 배낭여행일지도 몰라. 처음에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걷다가도 언제, 어느 시점에서 각자의 또 다른 길이 열리기도 하니까. 그러니 관계에 대해서는 너무 가볍게도, 또 너무 무겁게도 여기지 마. - P135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강머리 앤>>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
"It‘s not what the world holds for you. It is what you bring to it."
"세상이 너에게 주는 게 아니야. 네가 가져오는 거야."
주어진 게 적다고, 남들보다 덜 가졌다고 불평하기 전에 네가 스스로 획득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생각해 봐. 그것들을 나열해 보고, 하나씩 이뤄가다 보면 네가 그렇게 부러워하던 ‘갓생‘의 중심에 네가 있게 될 테니까. - P159
‘해야 해‘보다는 ‘할 수 있어‘가 네게 더 어울려. 실패가 벽이 되어 너를 가로막고, 혹은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 너를 괴롭힌다고 해도 너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해. 좌절하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있지만, 다시 딛고 일어설 수도 있다는 ‘선택적 가능성‘이 너를 움직이게 할 거야. 성공과 실패는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니까. - P191
네가 조금만 더 크면 알게 될 거야. 이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은 또 없다는 걸 말이야. 우울감, 번아웃, 스트레스, 권태기 등 너에게 찾아오는 시련과 좌절의 형태는 정말 다양할 거야. 이런 친구들이 너를 찾아올 때는 놀라지 말고, ‘어차피 왔으니 적당히 놀다 가‘하며 그냥 반겨주면 돼. 나중에는 네가 떠밀지 않아도 알아서 사라질 거야.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를 보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너에게 불어닥치는 모든 현상 또한 자연스럽게 여기면 돼. 맑고 화창하다가도 어느 순간 소나기가 쏟아지고, 태풍이 불어닥치겠지. 다행인 것은 영원한 태풍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야.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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