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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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아이 앞에 나타난 커다란 손.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내어주고, 보살펴 주는 손.

아이가 어릴 땐, 그 안에서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무럭무럭 자란 아이는 말을 할 줄 알게 되고, 자신을 돌봐주었던 '손'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 손은 여전히 보드랍고, 안전하지만 아이는 궁금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나도 세상에 나가보고 싶어요" 

"그건 힘들 것 같구나, 세상은 너무 위험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단다."

"무서운 곳인가요?"

"무서운 곳이지."

'세상'은 무서운 곳, 이라고 알려주어야 하는 건 슬픈 일이다.

아이가 보고, 느끼고, 부대끼면서 살아가야 할 '세상'은 적어도 '무서운 곳'이면 안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공감이 된다.

나의 아이들을 완전무장 시키지 않은 채 내보내도 괜찮을 걸까.


"세상은 정말 위험한 곳인가요?"

"몇 번을 말했지만 그렇단다."

"하지만 궁금해요."

"그럴 필요 없단다. 너는 나와 있는 것이 안전해. 모든 건 널 위해서야."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는 그럼에도 직접 그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궁금하고,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고.

언제가 내 품을 떠날 나의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럼 어른인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아무리 붙잡아도, 언젠가 '세상'으로 나갈 아이.

이미 '세상'에 나와 부대끼며 살고 있는 어른.

우리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과 '눈'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앉아 읽으면 좋겠다.

"네가 느끼는 세상은 어떤 곳이니?" 하고 묻고,

아이가 느끼는 세상에 가깝게 만들어 주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같이 고민할 수 있다면 좋겠다.


"세상을 직접 보고 싶어요."

"넌 세상을 몰라."

"그래도 상관없어요. 모르면 알아 갈 거예요."


씩씩하게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의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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