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밸러리는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 항상 착한 학생이잖아.
네, 전 항상 착하죠.
그런 밸러리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아빠의 죽음 이후였다.
아빠는 세상을 떠나며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밸러리는 아빠의 죽음 앞에 슬픔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꼼짝없이 갇혀 살았다. 내 몸이라는 감옥 속에.
조던.
밸러리의 마음에 균열을 일으킨 또 한 명은 친구 조던이다.
날씬하지 않았지만 조던은 언제나 밝았고, 당당했고, 자유로웠다.
밸러리는 자신이 좋았던 남자친구가 조던에게 고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폭발하고 말았다.
왜 너냐고.
날씬한 내가 아니고 왜 뚱뚱한 너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상처를 줬다는 걸 인정하긴 쉽지 않아.
네 엄마는 어쩌면 앞으로도 자기가 무슨 상처를 줬는지 모를 거야.
그래도 몰라서 그러는 거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야.
사랑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는데, 그 방법이 잘못된 거지.
너희 엄마가 변해야만 네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아무도 완벽하지 않아.
엄마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너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아봐.
밸러리는 이모의 조언을 듣고 드디어 용기를 낸다.
자신이 아프다고 고백할 용기를.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멀어진 친구 조던에게 사과하고, 조던에게 자신이 음식을 삼키는 게 두렵다는 걸 고백한다.
널 보고 배웠어.
자기 자신을 좋아하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걸.
......
완전히 낫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친구는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나 자시에게 행복을 허락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사랑이 아이에게 '독'이 되지 않게.
나의 기준이 아이의 '기준'이 되지 않게.
아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좋은 사람(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겪을 수 있게.
나 역시,
나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자주 생각해야겠다.
혹시 오늘도 나와 아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어 생각한 건 아닌지.
아이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한 건 아닌지.
청소년기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