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킬 수 없는 도마뱀 청소년 2
빅토리아 잉 지음, 강나은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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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는데, 그 방법이 잘못된 거지. 너희 엄마가 변해야만 네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아무도 완벽하지 않아. 엄마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너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아봐. - 본문 중에서


밸러리는 어려서부터 '여자는 날씬해야 사랑받는다'고 배웠다.

그게 엄마의 사랑법이었다.

엄마는 밸러리가 무엇을 먹는지, 얼마나 먹는지 간섭했고, 살이 찌면 안 된다고 누누이 말했다.

밸러리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음식을 먹은 뒤 화장실로 가서 모두 토해버린다는걸.

친구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먹고, 돌아서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 토해내야만 견딜 수 있었다.

날씬한 자신이 뚱뚱한 친구보다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자신이 더 사랑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여자아이들은 예뻐지려고 갖은 노력을 하니까, 내 방법이 특별히 더 힘든 건 아닐 거다."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면서.


말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밸러리는 '착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넌 어딜 가나 잘할 거야. 항상 착한 학생이잖아.

네, 전 항상 착하죠.


그런 밸러리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아빠의 죽음 이후였다.


아빠는 세상을 떠나며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밸러리는 아빠의 죽음 앞에 슬픔을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꼼짝없이 갇혀 살았다. 내 몸이라는 감옥 속에.


조던.

밸러리의 마음에 균열을 일으킨 또 한 명은 친구 조던이다.

날씬하지 않았지만 조던은 언제나 밝았고, 당당했고, 자유로웠다.

밸러리는 자신이 좋았던 남자친구가 조던에게 고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폭발하고 말았다.

왜 너냐고.

날씬한 내가 아니고 왜 뚱뚱한 너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상처를 줬다는 걸 인정하긴 쉽지 않아.

네 엄마는 어쩌면 앞으로도 자기가 무슨 상처를 줬는지 모를 거야.

그래도 몰라서 그러는 거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야.

사랑하는 방법을 그것밖에 모르는데, 그 방법이 잘못된 거지.

너희 엄마가 변해야만 네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마.

아무도 완벽하지 않아.

엄마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너 스스로 행복할 방법을 찾아봐.



밸러리는 이모의 조언을 듣고 드디어 용기를 낸다.

자신이 아프다고 고백할 용기를.

자신이 내뱉은 말 때문에 멀어진 친구 조던에게 사과하고, 조던에게 자신이 음식을 삼키는 게 두렵다는 걸 고백한다.


널 보고 배웠어.

자기 자신을 좋아하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걸.

......

완전히 낫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나은 친구는 될 수 있다.

적어도 그러려고 노력할 수는 있다.

나 자시에게 행복을 허락할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나의 사랑이 아이에게 '독'이 되지 않게.

나의 기준이 아이의 '기준'이 되지 않게.

아이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좋은 사람(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겪을 수 있게.

나 역시,

나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자주 생각해야겠다.

혹시 오늘도 나와 아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어 생각한 건 아닌지.

아이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한 건 아닌지.

청소년기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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