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은데 아직도 여름 같다.
덥다고, 어쩌면 추석이 다가왔는데도 이렇게 덥냐고, 에어컨을 켜며 중얼거렸다.
마치 변명하듯.
언제까지 여름일 거냐고, 이러다 가을은 못 만나고 겨울이겠다고 불평했던 지난 며칠이 최지은 시인의 <<우리의 여름에게>>라는 책을 읽으며 사라졌다.
아니, 조금만 더 이 여름이어도 좋겠다 싶었다.
반짝이는 어느 여름, 어느 시절, 어느 사랑, 어느 사람들.
여름이어서 아름다울 모든 것들에 조금 더 마음을 주고 싶어서. 거기에 '나'도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
실은, 책 속의 글들은 꼭 여름이 아니었어도 좋았을 거다.
따뜻한 봄에 읽었으면 다정했을 거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 읽었으면 위로받았을 거다.
몸이 꽁꽁 얼 만큼 추운 겨울에 읽었다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언 손을 녹여주고 싶었을 거다.
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매 순간 기뻤을 거다.
나에게 무조건 적인 사랑을 주었던 사람들, 나를 미워했거나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상처 준 사람들, 볼수록 아프기만 한 사람들,
너무 사랑해서 나를 다 내어주어도 좋을 것 같은 사람들,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한 사람 한 사람 흐릿한 기억으로나마 떠올리면서 그들로 인해 지금 '나'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건 그저 사랑이었음을, 믿음이었음을 확신하게 해 주었다.
시인의 글은,
온통 사랑이었고, 끝내 나는 그 사랑에 손들어버렸다.
아팠을 텐데, 힘들었을 텐데, 미웠을 텐데... 같은 마음은 둘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