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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정리 기술 - 물건과 공간, 인생을 디자인하다
윤정훈 지음 / 다연 / 2019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 4월 18일, 나는 야심 차게 블로그에 미니멀라이프라는 폴더를 만들고 "하루비프로젝트(일명, 하루에 한 번 비우기)"를 선언했다. 계획은 일 년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물건을 정리하는 것.
야심 차게 시작한 프로젝트(내 맘대로 프로젝트도)는 2018년 10월 19일, 160일차로 막을 내렸다. 계획대로 1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6개월의 시간을 통해 나는 많은 것을 버렸고, 많은 것을 얻었다.
나는 왜 버리고 싶은가?
나는 왜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라이프는 뭔가?
단순히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버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내 인생이 바뀌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비우기 프로젝트를 통해 내 생활에, 내 삶에, 내 마음에 분명 어떤 변화가 생겼다는 거다.
비움을 통해 나누는 법을 배웠고, 비움을 통해 채우는 법을 배웠다.
그 시간과 그 과정은 나를 그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주었다. 아주 긍정적으로.
그동안 읽어왔던 미니멀라이프에 관한 책들 대부분이 실전 기술이라기보다는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이 책 <<인생을 바꾸는 정리 기술>>은 하나씩 따라 해보면 어쩐지 정리의 고수가 될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하는 실전 편이었다.
누구나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게 되는 자기만의 타이밍이 있다.
누군가는 이사를 앞두고, 누군가는 출산을 앞두고, 누군가는 스스로에게 도전의 기회를 주고 싶어서, 누군가는 그냥, 누군가는 마음이 너무 복잡해서 등등.
이 책의 저자는, 사업 실패로 인생에서 큰 고비를 맞았을 때 신문 사이에서 '정리수납 2급 수강생 모집' 전단지를 발견하고 정리의 길로 들어섰다. 처음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여성들만 앉아 있는 강의실을 보고 다시 나갈까를 고민했지만 그대로 첫 강의를 들었던 것이 저자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지금 저자는 정리 컨설턴트와 정리수납 강사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여러 가지 방법과 여러 가지 시기가 있겠지만, 그것도 역시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한 듯하다.
그런데 또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 타이밍이라는 건 스스로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결국 '정리'는 자기가 마음먹은 그 순간, 시작하면 되는 아주 괜찮은 '일' 아닌가.
정리수납은 생활의 습관이다. 자신의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고, 반복적으로 정리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 습관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생활에서 정리를 습관화하고 정리된 것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정리된 것을 유지하는 것도 정리인 셈이다.
- <유지하지 못하는 정리는 의미가 없다> 중에서, p135
뭐든 한 번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 힘들지 한 번 습관을 들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다,라는 말을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게 나다. 특히 나처럼 같이 사는 사람 중에 정리를 잘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정리는 내 영역이 아니라고 손 털어 버리게 되기도 한다.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신랑이 정리의 고수다. '나 이제 정리를 시작할 거야'라고 말하면 몇 시간 내에 집 안 확 바뀐다. 그러니 굳이 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암묵적으로 지키는 룰이 하나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지는 말 것. '
신랑이 정리하는 건 공용 공간(아이들과 함께 하는)과 자신이 사용하는 서재다.
나는 내 방식대로 내가 사용하는 공간을 정리한다.
내가 처음 이제부터 비우기를 시작하겠어!라고 선언하고 손 댄 곳은 '서재'다.
고등학생 시절(작가를 꿈꾸기 시작한)부터 한 권 한 권 모으기 시작한 천 여권의 책을 모두 비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애지중지하던, 그것이 내 꿈을 지탱하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되는 듯 껴안고 있던 것들을 비우자 생각보다 홀가분해졌다. 책은 딱 책장 한 칸에 넣을 수 있을 만큼만 가지고 있기, 그 이후 나는 이 룰은 어기지 않고 지키고 있다. 구입한 뒤 읽고 이웃 블로거들에게 나눔을 하거나, 중고서점에 되팔고 다시 구입하고 싶은 책을 골라 책장 한 칸만 채운다.
이 책의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정말 정리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절대 버릴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 하나를 비우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낄지도 모른다.
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특히 나처럼 애초에 정리와 거리가 멀었던)은 '어떻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뭐부터 비워야 하나, 갈팡질팡.
천천히 긴 시간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비워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테고, 이렇게 책의 도움을 빌어 시작해 봐도 좋을 듯하다. 뭐든 배우면서 잘 하게 되는 법이니까.
이 책은 여섯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1. 정리란 무엇인가 : 가슴 뛰는 인생을 만들어주는 정리
2. 버리는 기술 : 버리면 보이는 자유와 행복
3. 이것만 알아도 정리의 달인 : 실패하지 않는 정리의 기술
4. 공간별 심플한 정리 : 즐겁고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기
5. 물건별 심플한 정리 : 물건에 돌아갈 집을 만들어 준다
6. 정리를 통해 얻게 되는 것들 : 자유, 꿈, 행복을 가슴에 품게 해준다
왜 정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뭐부터 버리지를 고민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정리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정리하고 싶은 공간을 정하고, 그 공간이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상상한다. 그리고 시작한다.
100평짜리 집에 살든 원룸에 살든,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공간을 잘 정리할 수 있다면 허름한 원룸에서도, 강남 건물을 소유한 사람처럼 럭셔리하게 살 수 있다. 강남에 건물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은 집에서 생활한다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정리가 생활의 시작점, 출발점이 된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내가 있는 공간이 정리되어야 무언가를 제대로 시작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것이 제대로 정리를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 <정리를 해야 하는 이유> 중에서, p31
비움과 정리를 시작하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너그러움'이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졌던 몸과 마음이 조금씩 여유로워지면서 '나'에게도 '남'에게도 전보다 너그러워질 수 있었다.
아등바등 살고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내 공간을 물건이 아닌 내 마음으로 채울 수 있다는 여유가 생겼다.
물론, 정리한 뒤, 비움 뒤 다시 어지러워지지 않는 것도 아니고, 물건을 전혀 구입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무엇을 사야 하고, 어떻게 사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기준도 생겼다. 그러니 내게도 정리는 '인생을 바꾸는 기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내게 가장 도움이 된 부분은 챕터 4. 공간별 심플한 정리 편과 챕터 5. 물건별 심플한 정리 편이었다.
정리하는 실전 기술을 알려주는 부분이다 보니 내가 그동안 해왔던 정리 법과 비교도 해볼 수 있었고, 나만의 방식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배울 수도 있었다.
특히 늘 관심분야인 주방과 화장실 정리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기 어려웠는데 책 속에서 알려준 방법들을 적용해 다시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옷 접기, 소품 정리하기, 액세서리 정리하는 법도 실전에서 도움이 될 듯
나를 닮아서인지 큰 아이 윤이는 정리에는 영 소질이 없다.
아직 여덟 살 아이에게 소질을 이야기하는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가 볼 때 느껴지는 아이의 성향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늘어뜨리는 건 최고인데 늘 마무리에서는 "엄마! 아빠! 좀 도와줘!"를 외친다.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가 정리하는 걸 도와줘서인지 혼자보다는 늘 '같이'를 외치는 아이.
정리 습관은 어릴 때부터 들여야 한다. 이때 아이들에게 정리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리 정돈의 목적과 유익함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서 정리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정리 정돈이 체화될 수 있다. 참고로 정리를 잘하는 아이는 노트 정리도 잘하는데, 학습 의욕과 성취도는 물론 학교 성적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리 정돈은 모든 일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 <정리 수납, 누구나 잘 할 수 있다> 중에서, p41
아직 '어리다'라는 희망을 갖고,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아이에게 정리하는 습관에 대해, 기본에 대해 이야기해주어야겠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도 조금 더 성장하고 배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