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해요
조지 섀넌 지음, 유태은 그림, 루시드 폴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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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손으로 사랑을 나눠주는 방법 중 가장 좋아하는 건 '요리'다.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만들면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짝궁에게 매일 마음을 전한다.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손으로 "엄마 최고"라고 엄지척을 해주는 건 예윤이가 내게 손으로 보내는 최고의 칭찬이다.

사랑한다고, 매일 말하지 못해도 매일 손으로 사랑을 나누는 일을 우리는 하고 있다.

이 그림책 『손으로 말해요』는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손으로 나누는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큰지 들려준다.

"엄마, 나도 어렸을 때 엄마랑 아빠가 저렇게 손 잡고 들어올리고 하는 거 많이 해줬지? 그치?"

책을 보자마자 예윤이가 말했다.

"그럼, 그럼, 당연히 많이 해줬지."

예윤이는 이제는 자기가 너무 커버려서 저렇게 못하는게 못내 아쉬운 듯 말했다.

"채민이는 좋겠다. 이제 엄마 아빠가 채민인 저렇게 해줄거잖아."

아....

그때 아빠의 한 마디, "너는 이제 저렇게 하면 팔 빠져" ㅋㅋㅋㅋ

이겐 웬 동심을 파괴하는 말인가.

아무튼, 우리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나란히 걸으며 예윤이 손을 잡고 번쩍 들어올리며 꺄르르 웃었던 시간들.

그 시간을 기억하는 예윤이도, 나도 아마 행복한 기억 하나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게아닐까.

엄마 손은 달콤하게 잠을 깨우죠.

....

요즈음 우리 아침을 생각해보면 "엄마 손은 때론 거칠게 잠을 깨우죠"쯤 되겠다.

이불에서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예윤이를 깨우면서 달콤함 보다는 우악... 스러운 손.. 이 아니었던가 잠시 반성했다.

아빠 손은 요즘 매일 둘째 채민이와 걸음마를 한다.

종종 거리면서 아빠 손을 잡고 걷는 뒷모습만 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데,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우리 가족의 모습을 같이 떠올릴 수 있어서 자꾸 웃음이 났다.

지난 밤, 공부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 짝꿍에게 가서

"나 좀 잠깐 안아줄래?" 하고 말했다.

나를 살짝 안고 손으로 토닥토닥 해주는 짝꿍의 손길에 며칠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사라졌다.

아이가 아파 이번 주 내내 휴가내고, 조퇴하면서 종종거리느라, 직장 눈치보느라 힘들었던,

아주 조금 짝꿍에게 서운해 토라졌던 마음을 다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안아주는 것보다 손으로 토닥이는 그 손길이 위로가 된 건 분명하다.

아이에게든, 어른에게든 다정한 토닥임은 손으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장 쉬운 위로가 아닐까.

잠자리에 들기 전 아이의 이불을 덮어주고, 아이와 손 인사를 나누고, 입맞춤을 하는 순간의 행복함을 엄마가 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자는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는 새벽 시간이 주는 평온함도, 그 시간에 대한 감사함도 배웠다.

말로해야 알지!

자주 그말은 맞다.

그런데 이젠 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할 수 있는 사랑도 있다는 것.

조용히 다가가 토닥이는 손짓 하나로도,

다정히 다가가 보드랍게 쓰다듬는 손길 하나로도,

아무말 하지 않고 가만히 어깨에 살포시 얹어주는 손 하나로도

사랑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랑받고 있구나 느낄 수 있다는 것.

이 봄,

손으로 나누는 작은 사랑을 맘껏 나누고 싶어졌다.

 

손으로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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