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 (보급판) - 사기 130권을 관통하는 인간통찰 15
김영수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적이 없다. 삼국지 백 번 읽는 것 보다 사기 한 번 읽는 것이 낫다 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삼국지는 50년 세월의 기록이지만 사기는 무려 3,000년의 기록이라 하니 과히 비교 대상이 아닌 것이다.
사기 130권을 읽고 이 책을 펴낸 저자의 노고에도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
책의 구성은 총 15장으로 이루어 졌는데 내용을 살펴 보자
1장 존엄을 위한 위대한 선택에서는 사마천 자신의 생사관에 대해 갈등하고 마침내 치욕스러운 궁형을 선택하여 사기를 집필하기로 마음먹고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새털보다 가볍다. 이는 죽음을 이용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남기며 한 순간 욱하는 감정 때문에 헛된 죽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소위 소탐대실을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더 큰 화를 입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면서 무책임하고 비겁한 죽음과 자신이 존경하는 이광의 죽음을 이 장에 넣었다.
2장 기인들의 이야기로 백이 숙제, 강태공, 동방삭, 사마계주, 굴원, 조말 ,전제, 예양, 섭정, 형가, 진승 등의 역사를 서술하였다. 백이 숙제 하면 청렴성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모택동이 지나친 개인주의라고 비판하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왕족으로 왕위를 계승해야 할 이들이 명분에 치우친 나머지 산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동방삭 같은 경우 광인 같은 짓을 하면서 무제의 곁에서 멘토 역할을 한걸 보면 한 무제 역시 기인 중에 한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진승은 농민으로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봉기하였으나 결국 왕이 된 다음 자만에 빠져 향락을 일삼다 민중으로부터 멀어져 결국 부하의 칼에 목이 잘리는 비운을 맞이 하게 된 걸 보면 인간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3장 그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유머에 대한 것으로 유머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순우곤, 우전, 육고, 안자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유머라는 것이 구사 하는 사람도 잘 구사해야 하겠지만 받아 들이는 사람이 잘못 받아들인다면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충신들은 작고 가벼운 것으로 시작하여 크고 중요한 문제로 대화의 주제를 상승시켜 군주의 잘못을 바로 잡는데 유머를 적절하게 활용하였다.
4장 인간관계의 토대가 성공의 길임을 충고하는 장으로 주공의 탁월한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과, 사람을 대접하는 방식, 이해관계가 인간관계의 본질은 아니다는 것, 상대방에게 인정받는 것이 인간관계에 매우 중요한 것, 이해만 작용하는 인간관계는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욕심을 버릴 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관계가 없더라도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상대방을 높여주는 것이 비즈니스의 성공임을 말하고 있다.
5장 인간관계의 백미를 보여주는 것으로 좋은 인간관계로는 인상여와 염파장군의 이야기로 잘못된 인간관계로는 진여와 진승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또한 인간의 변덕스러운 감정을 꼬집으며 식여도란 고사에 나오는 미자하 이야기는 일인지하만인지상 역에 있는 관리자들에게 꼭 필요한 충고이다. 인간이란 변덕스럽기 때문에 역린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를 수도 있다. 심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6장 권력과 인간 편으로 권력이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기 때문에 위의 권력을 넘보다 보면 결국 버림을 받게 된다. 한신, 장량, 소하를 서한삼걸이라 부르며 각각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머물고 떠나야 할 시기를 잘못 택해 말로가 서로 달리한걸 보면 정확성과 타이밍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최고의 재상은 ‘진평’이다
7장 지지 라는 말은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 아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서한삼걸 중 장량과 범려의 행동에서 그것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은 떠날 때를 알고 미련 없이 권력에서 물러나 편안한 생을 마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5장에서 언급 하였듯이 인간이란 변덕스럽기 때문에 부하의 공이 커질수록 군주는 제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즉 나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 나더라도 내 상사를 뛰어 넘을 수는 없고, 설령 뛰어 넘었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오래 보존하지 못하는 법이다.
8장 오월춘추의 변주곡 – 노, 제, 진, 진, 초, 송, 정, 오, 월 중 오, 월, 초나라가 배경이다. 오나라 요를 전제를 시켜 생선배속에 칼을 넣어 살해(어복장검)한 후 자신이 오왕 합려가 되었고 요의 아들 경기가 두려워 잠을 못이루자 오자서는 요리를 시켜 경기를 암살하였다. 오자서는 본래 초나라 출신으로 명문가 였는데 평왕이 아버지와 형을 죽인 것에 대한 복수로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죽은 평왕의 무덤을 파헤쳐 그 시체를 꺼내고 300번이나 채찍질하여 울분을 풀었던 굴묘편시,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인질로 잡혀 수모를 당하고 이 굴욕을 갚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쓰디쓴 쓸개를 혀로 핥고 장작더미에 누워 재기 했다는 와신상담, 오, 월의 지루한 싸움이 끝난 다음 토사구팽이 이루어 지는데 여기에 희생자가 월나라의 문종이다. 범려는 미리 떠나 천수를 누렸다고 한다.
9장 책략가와 유세가로 물을 거울로 삼는 사람은 자기 얼굴 생김새를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 사람은 자신의 길흉을 예측할 수 있다. 책략가들은 자기 주변의 모든 조건을 활용하고 균형을 잡아 흐름을 통제할 줄 알았던 인물들로 은나라의 이윤, 육도를 남긴 강태공(강상), 군사학의 창시자 손무, 구조조정 전문가 오기, 군사 전문가 손빈 등이 최고의 책략가로 꼽힌다. 유세가란 외교 전문가로 대표적인 인물로는 제나라의 안영, 소진, 장의, 지진, 범수, 채택, 노중련, 추양, 감라, 공손연, 유협 등이 있다.
10장 로비스트의 시대는 9장의 유세가들과 중복된 부분이 있는데 이 들 중 소진과 장의라는 인물 이야기를 서술 하였는데 소진은 6국이 연합하여 강국 진에 맞서자는 합종책을 역설하며 각국 국왕의 자존심과 감정을 교묘히 자극하여 유세에 성공하고, 장의는 대통합에 무게를 두었는데 장의의 유세가 현실적이었다는 작가의 말이다. 세치 혀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고 많은 사람을 해칠 수도 있으니 실로 위험한 사람들인 건 사실이다.
11장 흥망의 조건으로 통치자의 자질과 상하간의 소통, 창업과 수성의 차이, 통치의 본질에 대해 기술 하였다. 화식열전에 나오는 의미 있는 글을 소개 하겠다. 공자의 이름이 천하에 두루 알려지게 된 까닭은 부유한 자공이 공자를 앞뒤로 모셨기 때문이고, 상인들이 1만 승의 제왕과 대등한 예를 나누고 명성을 천하에 드러내는 것은 재력 때문이고, 사람들은 자기보다 10배 부자는 헐뜯고, 백배 부자는 두려워하고 천배 부자는 그 사람의 일을 해주고, 만배가 되면 그의 노예가 된다고 하였다. 매우 설득력 있는 말이다.
12장 리더와 리더십을 소개한 것으로 리더십의 종류로 주나라 무왕의 덕, 초나라 장왕의 식견, 한나라 유방의 카리스마, 당태종의 위임을 소개하며 리더십에 대한 것을 정리 하였다. 이 장에서 새겨들어야 할 부분은 ‘정치가 가소하고 쉽지 않으면 백성들이 가까이 하지 않는다. 정치가 쉽고 가까우면 백성들이 반드시 모여든다.’는 주공의 말이다. 민심의 향방이 정치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이다.
13장 법과 제도에 대한 사마천의 해석인데, 공감되는 말이 있어 소개하겠다. 법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도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려야 백성들은 비로소 부끄러움을 알고 바른길을 가게 되다. –공자-
큰덕은 덕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유지할 수 있고, 작은 덕은 그 덕을 잃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유지할 수 없다. 도둑은 법령이 치밀하게 정비될수록 더 많아진다 –노자-
이런 이유들을 들어 사마천은 나라의 안정은 도덕의 힘에 있지 냉혹한 법령에 의존할 수 없는 것이 그의 논평이다. 노자는 통치자의 솔선수범을 강조하였다.
14장은 사기에 이름을 남긴 여성들로 거문고를 연주하는 한 남자에게 반해 야반도주한 청상과부 탁문군, 진시황을 매료시킨 여성사업가 청, 2000년전 신데렐라로 등극한 두희, 뚜쟁이 공주 장공주등이 소개 되었다.
15장 정직하고 창조적으로 치부한 부자들의 이야기로 화인열전, 명나라때 환관 유근, 청나라 건륭제 때 탐관오리 화신, 민국당시 재정부 장관을 지낸 송자문, 청나라 말 이화행의 은행주였던 오병감, 한 문제때 등통, 동한시대의 양기, 진시황의 생부 여불위, 서진시대 석숭, 원말명초 강남의 거부 심만삼, 범려가 소개 되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공자의 제자로만 알고 있었던 자공이 당대를 주름잡았던 대상이었고 왕들조차 그를 대등한 예를 나누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자본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기 130권을 정리한 책이 700페이지이고 이 책을 다시 제목만 간추려도 이 정도이다. 사기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로등과 같은 안내서 같은 책이다. 사회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고 인간관계는 어떻게 맺어야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 날 법한 일들이 아주 흥미롭게 엮여 있다. 실력이 된다면 사기의 원문을 보고 싶은데 ….ㅋㅋㅋ 정말 대단한 책으로 곁에 두고 열번이고 백번이고 읽어 머리 속에 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