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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강 5 - 제2부 유형시대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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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활동했던 시대이다. 전쟁 후 폐허 속에서 프론티어 정신으로 무장하고 산업전선이면 어디에든 뛰어들었던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발전이 가능했으나 앞만 보고 달려오다 보니 벌써 은퇴시기가 되었다. 물론 무료 봉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발전에 대한 노고로 국가 차원에서 기득권을 좀 줘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초 노령연금을 지급한다고 하니까 본인들 연금이 줄어 들까 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하는 모습을 보니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나 생각 한다.
그 당시 여자들은 시골에서 먹고 살게 없다 보니 서울로 올라와 식모살이, 버스차장, 옷 공장, 가발공장, 신발공장에 취직했으나 작업 환경이 열악했고, 더러는 나복녀처럼 동생들과 부모 때문에 술집이나 사창가로 팔려나간 이들도 생겨났다. 여자들 중에도 머리가 깨인 사람들은 김광자처럼 독일 간호원으로 취업되기도 하였으나 수속하는데 많은 뒷돈이 들어 갔으며 독일에 가서 하는 일도 독일 간호원들이 꺼려하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서 했다고 한다. 남자들 역시 베트남 파병 아니면 노무자, 독일 광부들로 나갔다. 그나마 외국을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엘리트들이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천두만처럼 등짐이나 잡부 등 일용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태복과 황동일은 베트남 전쟁터에 운전 노무자로 갔는데 한국 운전사에 비해 15배의 많은 임금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문태복은 노름 때문에 황동일은 여자 때문에 돈을 모으지 못하고 귀국하는 걸 보면 돈을 버는 방법보다는 돈을 관리하는 방법이 훨씬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옛말에 남자는 주색잡기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술, 여자, 노름이 흥청망청하기에는 딱 좋은 모양이다.
유일표의 친구 이상재는 통혁당에 가입했던 사건 때문에 병장을 달고 월남에 파병되었으나 작은 아버지 배경으로 PX병으로 들어 간다. 통일혁명당 사건을 발췌해 보니 북한공산집단의 대남 사업총국장 허봉학으로부터 직접지령과 공작금을 받고 남파된 간첩이 지식인, 학생, 청년을 대량포섭 하다가 검거되었는데 관련된 자는 158명이고 이중 4명은 사형이 되었고 압수품은 무장공작선, 고무보트, 무전기, 기관총, 수류탄, 중기관총, 레이더, 라디오와 공작금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날조 되었을 수도 있고 사실일 수도 있지만 순간의 실수로 대대손손 패가망신을 당할 뻔 했으나 집안의 배경이 이상재를 살린 것이다. 집안에서 손을 쓰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사상범으로 연좌제에 걸리면 친인척 및 자손대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최혜경의 남편은 국가 기간의 요직의 있는 자로 어지간한 인사권은 좌지우지 하였던 모양이다. 이부자리 송사를 최대한 이용하여 최혜경과 한정임은 도시계획 정보를 빼내 은밀하게 부동산 투기를 하고 박부길사장은 어릴 적부터 데리고 있었던 허미경을 호텔로 불러들여 그녀를 범하고 임신까지 시켰으나 허미경은 집안 식구들을 위해 강하게 거부하지 못하면서 이상재와의 연은 끊어버린다. 노블리스오블리제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남에게 피해만은 입히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 사회풍조가 그렇게 흐르고 있는 사실이 서글프다.
이들과는 정 반대로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는 전태일은 근로환경개선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자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고 분신 자살을 하여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초석이 되었다. 22살의 청년이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걸었다. 사실 싸움이 아니라 최소한의 요구였다. 국가는 기업은 무엇 때문에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요구조차 들어줄 수 없었던 것일까? 2013년 현재도 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가장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행복한 고민일지도 모른다. 인력이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더 이상 인간의 힘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산업혁명 이후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인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