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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 - 제1부 격랑시대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한 생활에 병까지 얻은 허진의 아버지는 노모와 어린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에 자살을 한다. 할아버지는 만석꾼의 재산가였는데 독립운동을 하다 처자식이 살아갈 구조를 만들어 놓지 못하는 바람에 끼니를 걱정 해야 하는 극빈자 생활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의 판단 오류와 국가의 무능력이 엿 보이는 대목이다. 첫째 국가를 위해 목숨과 재산을 내 놓는 것은 훌륭한 일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인 사고라고 본다. 남은 가족을 위해 최소한 생계는 해결하고 떠났어야 혁명가나 가장으로써 할 도리를 했다고 본다. 둘째는 일제강점기에서 벗어 날 수 있었던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터트려 항복을 한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들의 헌신적인 투쟁이 있었기에 독립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독립운동가와 그의 가족들이 오히려 역 차별당하고 국가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주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가 비겁하고 치사하며 국가가 할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국가 안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재산과 목숨을 내 놓겠는가?
서동철은 유일민의 친구다. 아버지들이 좌익을 한 죄로 고생했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서동철을 보면 아리랑의 서무룡과 태백산맥의 염상구가 생각난다. 약간씩 입장이 다르긴 하지만 친일파나 지주 또는 국민들을 못 살게 구는 사람보다 낫고 일정부분 순기능을 하는 부분도 있다. 국가가 국민을 위하지 못하고 사회가 어수선할 때 국가 권력보다 주먹이 순기능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깡패들이 존재 할지도 모르겠지만 묘하게 일정부분 동정이 가는 인물들이다.
학생들과 국민들이 목숨 걸고 4.16 혁명을 통해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으로부터 권력을 민주당에게 이양해주었는데 민주당은 신파 구파로 갈려 국민들의 안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잿밥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복장이 터진다. 그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인지 아니면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민초들의 삶 같은 건 보이지 않는 건지 개탄스럽다. 이런 꼬라지를 보이니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치는 펼쳐 보지도 못하고 국민들의 신망만 잃은 채 박정희가 일으킨 5.16 쿠데타에 모든 국민들이 군인들에게 유린당하는 수모를 당한다. 5.16을 쿠데타다 혁명이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공도 있고 과도 있다. 박정희 정권이 국가를 점프 업 시킨 것에 대한 공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이면에 추잡하고 더러운 일들은 공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오라고 생각한다. 언제쯤 우리 국민들이 기득권 그들의 현란한 혓바닥 놀림에서 벗어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하며 건재를 과시 했지만 해방 후 이승만의 방해로 친일 청산이 되지 않는 바람에 재건되었고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미국의 지원 속에서 철옹성을 갖게 되었으며 5.16 군사정권에도 건재하게 살아 남을 것 같은 예감이다.
과연 극복되지 않는 역경은 없는 것일까? 자연 속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기득권 소수가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그 들의 동의가 없는 한 극복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규백이나 김선오나 유일민이나 허진이나 제 아무리 역경을 극복하려고 해도 기득권에 동조하지 않으면 역경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 들이 싫다 하여 반목하면 어려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치사하더라도 그들의 뜻에 동조하는 듯 따르다가 힘을 길러 힘을 가졌을 때 내 색깔을 내세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힘을 모으는 동안 그들에게 동화되어 내 색깔을 잃어 버릴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것이다.
소수의 기득권 보다 다수의 국민이 생활하기 좋은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100% 정부의 탓으로 돌리기엔 심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국가의 역할은 국가의 삼요소인 국민, 영토, 주권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양반들, 법을 집행하는 판 검사 나리들, 국가를 통치하는 각 기관 공무원 양반들 최소 인간으로서 양심을 가지고 삽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고위직에 올라갈수록 국민의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하지 않는 놈들이 어찌 그리 많고 국민의 기본 의무도 이행치 않은 자들이 어떤 이유로 그 많은 재산을 축척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다. 이제 우리 경제 규모가 이정도 되고 국민들의 수준이 이정도 높아 졌으면 구태는 없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왜 과거를 답습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