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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 엄마는 꽤나 오랜동안 레이스를 떴다.
레이스를 떠서 못만드는 것들이 없었다.
의자 다리싸개, 식탁보, TV보, 가방, 핸드폰지갑, 나비, 꽃 등등.
레이스를 뜨는 것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한줄을 길게 뜬후, 다른 무늬에 붙여서 또다시 무늬를 만든다.
엄마의 레이스뜨는 모습은 지루한 일상의 한부분같이 느껴졌으나, 완성된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던 기억이 있다.
레이스 뜨는 여자라는 제목을 보면서, 과연 이 책속에서 레이스뜨는 여자의 모습이 어떠할까? 너무 궁금했다.
이책에는 여자가 등장한다.
동글동글 사과같은 뽐므가 등장한다.
하지만 뽐므는 자립심이 뛰어나지도 못하고, 그저 순박한 여자이다.
대표적인 우리 엄마들 세대와 같이 자립심이 강한것이 아니라, 순종적이었다.
난 책 초기 뽐므의 모습에서 우리네 할머니, 엄마의 세대를 보는 듯하였는데,
후반부에 갈수록 엄마보다는 한번도 레이스를 뜨는 모습을 보지 못한 할머니의 세대와 겹쳐 생각되었다.
어떠한 반항도 불평도 없이, 그저 순종하는 뽐므.
마릴렌, 에므리와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까지에서도 에므리에게 단 한번 변변히 말해보지도 못하고,
그저 당하듯이 헤어지게 된다.
더구나, 스스로에게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몸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어 거식증까지 걸리게 된다.
결국 해피앤딩도 아닌 정신병원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저 평범한 (?) 아니, 비련한 뽐므의 이야기.
200page도 안되는 짧은 이야기이지만, 왠지 강한 메시지가 전달되었으며,
전혀 지루하거나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힘이 있었다.
난 이책을 덮고, 그저 평범하다 못해 비련하고 우둔한 뽐므의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 보았다.
그리고, 책 제목과 연계해 보니, 작가는 어떤 철학적인 이야기를 이책속에 담고 있는 듯 하였다.
레이스를 뜨는 작업은 홀로 하는 작업이다.
같이 한 레이스 작품을 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뽐므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동거를 하지만, 결국 뽐므는 혼자였다.
뽐므의 침묵이 배려인지, 아둔함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뽐므가 세상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뽐므의 자아는 찾아보기 어렵다.
난 박물관장인 에므리도, 뽐므의 친구 마릴렌도 역시 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뽐므와 그들이 서로 사랑했고, 동거까지 했지만, 결국 그들은 헤어지게 되고, 각자의 길을 간다.
이런점에서 이 세사람 모두 홀로 살아간다고 보인다.
하지만, 뽐므가 에므리와 마릴렌와는 달리, 자아와 자존감이 없어 그녀의 마지막은 정신병원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인간은 어짜피 홀로 태어나서 홀로 이 세상을 떠난다.
이세상 가장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
이것이 작가 파스칼 레네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