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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좋아하는 연애인 하나정도는 가슴에 품고 어린 시절을 보내왔을 것이다.
나역시 그러하였고, 내가 좋아하는 연애인은 그의 노래에 빠져 오랜동안 좋아했었다.
지금도 역시 일정부분은 미모를 중요시 여기듯, 그시절에는 더욱 외모가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요즈음 성형외과 간판이 판을 치고,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는 세태를 보면,
더욱더 외모는 사회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특히 남자친구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특히 여성에게 외모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끔 깨닫는다.
"이쁘면 모든 것이 다 용서된다" "못생기면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욱할때도 있지만, 이제는 욱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취급을 받을때가 있다.
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으면서, 청소년 시절의 외모에 대한 고민과
요즈음 친구들끼리 나누며 농담삼아 한 외모에 대한 농담들이 겹쳐갔다.
정확히 말해 이 책의 제목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이지만, 사실 이곳에는 3명의 아픔이 존재한다.
나라는 주인공에게는 아버지가 아들인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감에 대한 아픔이 있었고,
그녀에게는 눈에 띄게 못생긴 외모때문에 대다수의 대중에게 버림받는 아픔이 있었고,
요한은 숨겨진 연인인 아름다운 어머니의 자살때문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세명은 모두 아픔과 상처를 가진채, 주인공이 20살되어가는 시점에서 만났다.
세명중에서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람은 바로 그녀이다.
그래서 마치 이책의 제목과 같이 못생긴 외모를 가진 여자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 나와 요한은 아픔 마치 아무런 상처도 없듯 관조적 자세를 취할뿐이었다.
그녀와 마찬가지고 안에서 상처가 곪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명은 서로의 상처를 단숨에 알아봤으며,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들에게 beer, bear, hope, hof가 뒤섞인 치킨집에서 맥주를 기울이며 서로의 상처를 알아간다.
하지만, 그들은 상처받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을 만큼 성공적이지 못하였다.
자살과 도피, 요양등으로 그들은 서로 뿔뿔히 흩어져 간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엉뚱한 상상을 하였다.
메이저리그가 없다면, 그리고 모두 마이너리그라면, 마이너 리그에 속하였다고 아파하고 상처받지 않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마이너리그이다.
마이너리그는 불평하고 불만을 갖고 저 먼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특권이 있다.
그것이 불평과 불만이어야하지만, 자살을 하고, 도피를 할정도로 상처가 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그러한 마이너리그의 것들이 상처가 된다면, 그들은 더이상 마이너리그도 아니게 된다.
적어도 책의 주인공들은 적어도 마이너리그에라도 속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발버둥쳤다.
적어도 이들의 상처들은 어느정도 우리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에 속하였다고, 마이너인 시절을 배신하는 것,
메이저라는 이유로 마이너들의 인생을 마구잡이로 뒤흔드는 세상,
그리고, 사람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너무나 단편적으로 쉽게 아무생각없이 해버리는 못된 습관.
이 모든 것들에서 마이너리그인 우리는 자유로운가?
적어도 최소한, 우리 마이너리그끼리는 서로를 감싸주어야 하지 않을까?
뛰어난 외모, 대중의 인기, 돈 등에서 조금은 자유로와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따뜻한 관계를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가슴이 아팠다.
세상의 모든 아픔을 담아놓은 듯한 박민규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필체가 가슴 한구석 바람이 불듯 다가왔다.
주변의 세세한 감정 묘사는 책 속 주인공들이 그저 먼 세계가 아니라, 가슴속에 다가오는 한 사람의 인간인간으로서
그들의 마음이 조용히 나의 마음에 들어오는 것 같았다.
섬세한 필체가 박민규를 규정짓게 하는 책이었다.
가을에 아마 이 책을 읽게 되었다면, 꽤나 울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