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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릴린 - 이지민 장편소설
이지민 지음 / 그책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두 명의 여인이 나온다, 앨리스와 마릴린.
두 명의 공통점은 금발이라는 것과 동시에 원래 머리색은 금발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여자라는 것이다.
이 공통점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었다.
마치 공연장에 웃고 있는 삐에로처럼.
일본에 유학을 가서 그림공부를 한 애순, 즉 앨리스는 미군부대에서 타이피스로 일한다.
한국에서 미군부대에서 일하는 초라한 앨리스로서는 꿈에도 만나보기 힘든,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여자 마릴린 먼로를 만나 통역을 맡게 되며서,
서로 너무나 다를 것 같은 두 여인의 운명은 교차한다.
이 두명의 여인에게는 슬픔과 아픔이 있다.
앨리스의 경우 그녀의 아픔은 "사랑"이었다.
앨리스에게 사랑은 정직함이었지만, 그녀의 사랑은 또다른 이름은 불륜이었다.
사랑해서는 안될 남자를 사랑함에 있어서 그녀는 당당했지만, 그 결론은 배신과 아픔이었다.
마릴린의 경우 그녀의 아픔은 또다른 "사랑"이었다.
바로,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
그 대중들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면서도, 한편으로그 사랑으로 인해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에 갖혀버린 여자.
두 여자는 모두 금발로 자신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한국전쟁시절.
이 전쟁은 그녀들이 사랑을 지켜내고 유지하기에는 너무나 큰 사건이었다.
전쟁은 그녀들의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였고, 그녀들을 돌이킬수 없는 곳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곳곳에 드러나는 전쟁의 상처들은 그녀들의 마음을 반영하는 듯 하였다.
전쟁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 것으로 사람들을 몰아간다.
그녀들은 전쟁과 사랑의 아픔에 당당하게 대면하고 있었다.
크게 반항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고, 무덤덤히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더 가슴 먹먹하고 아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슬프다고 표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