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선배, 향미, 병록과 함께 토요일 심야영화로 봤다.

'효자동 이발사',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 다른 영화들도 있었지만 수용선배가 보고 싶다고 해서 봤다.

요즈음 내가 '트로이'라는 단어를 가자 많이 접하는 것은 컴퓨터 화면에서이다. 백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하면  항상 '트로이 목마'라는 단어가 결과창에 뜬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아킬레스, 파리스, 헥토르, 헬레나 등 등장인물에 관한 배경지식은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러한 것들은 몰라도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 영화답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전투장면, 신전의 모습, 남자 배우들의 멋진 몸매 등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남자 배우의 몸매는 나의 눈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전투장면이나 신전의 모습은 그래픽으로 처리했겠지만 아킬레스 역을 맡은 브레트피트의 몸매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일리야드의 오딧세이에서 보여준 거대한 서사를 재연해 주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 권력자들의 이중 속셈과 남성들의 야망, 전쟁 영웅으로 태어났지만 그것에 갈등하고 거부하지만 결국 전쟁터에서 죽고 마는 아킬레스를 통해 운명을 거부하는 인간의 갈등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그리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나와 트로이의 둘째 왕자 파리스의 사랑이 이 거대한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거대한 제국과 맞바꿀 그들의 사랑에 대한 감독의 해석은 아주 미비했다.

전반적으로 헐리우드의 한계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브레드 피트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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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찌리릿님의 "창의적 개성"

넌 항상 창의적 개성으로 넘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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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찌리릿님의 "[퍼온글] 직장인을 위한 오피스 웰빙의 기초 22 "

웰빙이라.....
무엇이 웰빙일까?
나를 둘러싼 사회와 생태가 죽어가고 있는데, 유기농 제품을 먹고, 요가를 한다고 해서 웰빙이 가능할까?
웰빙이란 상품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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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04-05-03 0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재로서는 상품으로서의 웰빙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더 생태주의에 대해서 깨닫지 않을까? 그리고 알지만 실천을 못 하는 면도 크니까...
나도 고기 덜 먹고, 아니 좀 덜 먹고, 덜 내버리고, 덜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거의 지키지 못하지.. ㅠ.ㅠ

인간 종이 계속 더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진짜 웰빙을 위해서 노력해야하는 시기가 올거야. 거기에 발맞추지 못하는, 진실로 맞춰나가지 못하는 기업이 도태되는 시기도 올거구.

암튼... 알라딘 서재에서의 커밍아웃.. 방갑따.. ^^
 

모란이 피기까지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몇 일 전부터 목단이 피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 흐드러지게 피었다.
내가 처음 목단을 만난 것은 어렸을 적 할머니가 치는 민화투판에서였다. 우리 할머니는 모란이라고 하지않고 목단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란꽃보다는 목단이라는 말에 더 친근감이 간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선덕여왕이 당나라에서 보낸 모란꽃 그림을 보고 그 꽃은 향기가 없다는 것을 말하니 사신이 놀랐다는 얘기에서였다. 좀 더 자라서는 김영랑의 시에서였다. 김영랑의 시에 나오는 모란은 아주 작고, 연하면서도 투명한 빛깔을 가져 연민을 불러 일으킬 꽃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김영랑의 시에 나오는 모란이 목단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이었다.

실제로 목단을 본 것은 몇 년 전, 마당에 목단을 심으면서였다. 목단은 내 상상과 달리 아주 크고, 진한 색깔을 그것도 짙은 자주색을 가진 꽃이었다. 김영랑의 시에 나오는 모란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 때는 모란에게 속은 것 같았다.

몇 일 동안 아침마다 잠시동안 꽃을 봤다. 지금이야 서양꽃들이 많지만, 과거 서양꽃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목단은 참 요염한 꽃이었을 것이다. 마치 풍성한 몸매를 가진 여인네같은 꽃은 새로운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으리라.

오늘 아침에 본 흐드러지게 핀 목단꽃은 원숙한 여인네가 저고리 앞 섶을 풀어헤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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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을 봤다.

안동의 지역 사정상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고, 지역 시민단체들의 힘으로 상지카톨릭대학에서 상영되었다.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영화를 대학 다닐 때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그 작품이 김동원감독의 것이라는 것을 몰랐다. 88올림픽 이면에 그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다. 그리고 영화라는 것은 사랑이야기만 있는 줄 안 대학 1년인 나에게 그 작품을 영화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대학 1년 때의 감동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송환'은 나에게 그 감동을 되살려 주었다.

그리고 '송환'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게 해 주었다. 신념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다.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나의 선입견을 확인하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왜 통일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국어선생님이 빨리 될 수 있을거야. 아무래도 북한에 가서 남한 말을 가르쳐야 될거야"하는 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너처럼 통일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야"라고 했다. 그렇다 통일은 나에게 민족의 발전을 위한 것도, 국방비의 감축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의 꿈인 국어 선생님을 빨리 만들어 줄 방편인 것이었다. 그런데 난 이 생각이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송환'에서는 통일을 거창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와 비슷한 장기수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이 통일이라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기수 선생님들에게서 70살 청년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젊은날에 가졌던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모습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민족과 사회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청년의 모습이었다. 토익과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대학생들도 더 젊은 모습으로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뱀발: 영화에 박찬숙씨가 등장했다. "비전향 장기수의 북송"과 관련한 시사 프로그램의 사회자였을 때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도 그녀는 이미 수구 보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영화에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누군가 "c8년"이라고 했다. 모든 관객이 웃었지만 그 사람과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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